• 전국축제자랑 작가 김혼비 출판 민음사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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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고향은 지금은 창원 특례시가 된 경남 진해이다. 진해에서 가장 유명한 것 두가지를 꼽으라면 아마 해군과 벚꽃일 것이다. 2월 말부터 스멀스멀 피어나는 벚꽃은 그리 오래 남지 않은채 스러진다. 진해 사람들은 진해의 명물 두가지를 엮어 군항제를 만들었다. 진해 인구의 몇배나 되는 사람들이 3월이면 벚꽃을 보기 위해 찾아와 도시가 북적인다. 그래서 진해에 사는 사람들은 대개 군항제를 싫어한다. 벚꽃이야 집 앞에 나가면 밥먹듯이 보는 것이기에 예쁘다는 잠깐의 감흥은 있지만 교통 정체, 바가지 물가, 벚꽃잎으로 더러워지는 외관들을 싫어하는 것이다. 그러나 고향을 사랑하고 군항제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이 책에 혹시나 군항제에 대한 내용이 있을지 궁금해 집어들게 되었다.

    이 책을 쓴 김혼비, 박태하는 부부다. 국내의 축제를 직접 다녀보고서 이를 엮어 에세이로 만들었다. 흥미가 생겼다. 내가 가보았던 축제가 특히나 부실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어쩌면 코로나 이후, 국내를 다니면서 이들이 괜찮다고 생각한 축제를 한번 가보고 싶은 생각도 들 것 같았다. 여러 지역의 축제가 빼곡하게 쌓여 있었다. 어떤 축제는 나 역시 알고 있었지만 대부분은 생전 처음 들은 것이었다. 안타깝게도 군항제는 없었다.

    물론 이 책의 저자들의 감상 대부분은 내가 축제에서 느꼈던 것과 거의 비슷했다. 키치스러운 분위기, 축제의 목적도 불분명한 조악한 것들이 많았다. 물론 강릉 단오제는 나중에 시간이 되면 한번 찾아가볼 생각이다. 양양에서 강릉은 1시간 정도 밖에 안 걸리니까. 어쨌든 지역에서 보이고 싶어하는 것들은 여러 가지다. 그것이 특산물일 수도 있고, 문학작품의 배경일 수도 있고, 역사적 사실일 수도 있다. 그리고 별로 상관없는 것들이 무리하게 엮여 있기도 하다.

    저자들도 지적했듯이 그것은 ‘지방의 소멸’이라고까지 이야기되는 현실이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어떻게든 사람들을 모아서 활성화를 시켜야 된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대도시권과 지방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 여러가지 정책적 고려가 있다. 그렇지만 시멘트 구조물을 여러 개 만든다고 사람이 모이지는 않는다. 단순한 건물을 짓는 것보다는 사람, 특히 인재가 모일 수 있도록 정책이 시행되어야 된다.

    이야기가 본질에서 멀어졌다. 마냥 지방축제를 키치하다고 폄하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저자들도 적어도 축제에 참가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진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발견했으니. 생각해보니, 나는 술을 좋아하고 축제에는 항상 있기 마련인 지짐이를 좋아한다. 그냥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서 취해보는 것이 왜 나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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