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킨에는 진화의 역사가 있다 작가 가와카미 가즈토 출판 문예출판사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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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저녁도 치킨을 먹었다. 치킨에 빠져 사는 정도까지야 아니다만 치킨 없는 삶을 상상하기도 싫다. 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시간이면 닭꼬치 한봉지 사들고 오고 싶기도 하고, 새벽에 스포츠를 보면서 프라이드 치킨 하나
    뜯고 싶기도 하다. 식욕 없는 날이면 매콤한 찜닭이나 닭도리탕도 땡기고 점심에는 닭갈비에 볶음밥도 언제나 옳다. 아마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이 꽤 많은가 보다. 작가 가와카미 가즈토 역시 '테바사키'를 극찬하고 있다.

    이 책에서도 소개되었던 나고야의 명물 ‘테바사키’는 닭날개 요리다. 나고야 역에서 내려서 주변을 둘러보면,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역시나 한번도 먹어본 적은 없다. 너무 흔해서 그럴까? 한번도 치킨에 대해서 진지하게 알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는 못했다. 닭을 통해서 조류를 이해할 수 있다는 작가의 말. 맞다. 인간이 가축화를 하여, 야생의 조류와는 다른 부분이 있더라도 닭도 조류의 일종이니까. 어쩌면 세계에서 가장 번성하는 조류일 것이 확실하다.

    닭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조류학계의 빌 브라이슨이라는 별명처럼 위트가 넘친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새롭게 알게 되었던 내용도 있다. 조류의 날개 끝에 손가락의 흔적이 있다는 것. 조류 중에는 그 흔적이 보다 뚜렷하게 남은 종이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손가락의 흔적이 공룡의 한 종류인 수각류가 조류의 조상이라는 사실을 증명한다는 것. 아마도 더 놀라웠던 것은 다름이 아니라 조류의 다리일 듯싶다. 이제까지 조류의 무릎이 우리 인간과 반대로 접힌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대퇴골이 짧고 깃털에 가려 우리가 실제로 보는 조류의 다리는 무릎 아래. 꺾여진 부분은 발 뒤꿈치라니! 새는 발가락으로 걷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은 뒤꿈치를 포함한 발바닥 전체가 땅에 닿게 걷는 척행성이고, 조류는 발가락으로 걷는 지행성이다.

    이 책을 읽고 난 후에 아마도 닭고기를 먹으면서 근육을 상기시키고 어떤 뼈인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100% 전부 다 확인할 수는 없다. 우리가 흔히 먹는 닭은 영계로 세상에 태어나서 얼마 안되어 도축된 것이다. 말하자면, 다 자라지 않는 상태에서 고기로 출하된다. 문득, 인간의 잔인함도 상기되었다. 공장형 양계장에서 비인도적으로 사육되는 닭, 돼지, 소와 같은 대표적인 동물을 생각해보면 참 인간은 탐욕스럽다.

    어쨌든 이 책이 흥미로운 사실이다. 흔히 먹는 닭고기를 상기하면서, 그들을 조금 더 알아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또한 저자의 위트도 재미있을 법하다. 그런데 한가지. 이 책 의외로 매우 어렵다.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전에 닭의 도해를 일단 어느 정도는 숙지해야 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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