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 중독 작가 나카노 노부코 출판 시크릿하우스 님의 별점
    보고 싶어요
    (0명)
    보고 있어요
    (0명)
    다 봤어요
    (0명)
    온라인을 떠들썩하게 하는 사건이 일어나면, 전 국민적인 관심과 인상은 더욱이나 폭력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기 마련이다. 당장 작년 초에 일어난 의대생 한강 실종 사건을 생각해 보면, 이른바 "방구석 코난"들이 저마다의 추리와 논리를 뱉어내고 있었다. 경찰의 공식 발표나 언론의 전문가 분석따위는 싸그리 무시한 채.

    인터넷이라는 익명의 공간에서 타인에게 가해지는 폭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각종 악플과 비난을 생각해보라. 비난을 받아 마땅한 잘못을 저지른 경우도 무심코 경솔하게 SNS에 올린 글 하나로 고초를 겪기도 한다. 이전에는 신문, 라디오, 텔레비전과 같은 일방향의 매체만이 있었다. 그런 시대에는 오늘날과 같이 실시간에 가깝게 화제가 되는 경우는 없었다.

    그렇지만 양방향 매체의 발전으로 인해서 많은 것이 변했다. 각종 플랫폼을 통한 통로가 다양해지면서, 많은 기회가 열렸다고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전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현상들이 나타났다. 일본에서는 특히 이러한 현상이 이전에는 찾아보기 힘든 것이었다. 누군가에게 쉽게 분노하고 비난을 퍼붓는 것이 일반적이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익명성에 기댄 일탈행동일까? 아니면 우리가 인지하지 못한 사이에 무엇인가 큰 변화가 있었던 것일까? 일본인의 집단주의적 성향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한 일본인의 사고방식은 어디에서 유래했을까? 저자는 일본인이 처한 자연적 조건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한다. 외부와의 교류가 활발하지 못한 섬나라의 특성과 지진과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는 공동체라는 집단에 순종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 것이다.

    이러한 집단주의적 성향은 비단 일본인만의 것은 아니다. 인간은 모두 이러한 성향을 가지게 마련이다. 이렇게 형성된 집단은 내집단과 외집단으로 나누어져 타자에 대한 적대감 혹은 거리감을 형성한다. 진영논리는 결국 내가 속한 집단이 무조건 옳다는 비뚤어진 정의감을 양산한다. 설령 집단과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개인이라도 동조압력에 쉽게 굴복하고 만다.

    인터넷에서 누군가를 비난하는 것, 수많은 사람들이 편을 나누어 상생적인 결론보다는 극한의 대립을 일삼는 일들. 이 배경에는 집단을 형성하고 자신만이 정의를 독점했다는 편협한 생각에 물들어 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이러한 문제들은 우리가 고민하는 자신의 정체성 문제와도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우리 자신을 규정하는 것들, 종교라든지 기존의 공동체적 사회구조라든지 이런 것들에서 자유로워진 우리 자신 말이다.


    결국, 자유를 쟁취한 우리는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다. 에리히 프롬의 ‘자유로부터의 도피’를 보면, 우리에게 주어진 자유를 얼마나 쉽게 포기하는 지를 알 수 있다. 정체성의 혼란, 고민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가장 좋은 도피처는 집단주의에 빠지는 것이다. 오늘날 정의중독이니 하는 개념이 나오는 것도 이러한 상황의 결과가 아닐까?

    저자의 조언처럼 우리는 메타인지, 자기 자신을 계속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연습을 통해서 이것을 극복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우리의 정체성이라는 것은 시시각각 변하고 있고, 그러한 가운데 그 누구에게도 일관성을 요구할 수는 없다. 설령 그것이 자기 자신이라고 할지라도. 대립적 사고방식이 아니라 병렬적 사고방식을 통해서 어쩌면 우리는 정의중독이라는 현상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