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널 위한 문화예술 작가 널 위한 문화예술 편집부 출판 웨일북(whalebooks)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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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튜브 채널 '널 위한 문화예술'의 구독자가 40만 명이라고 한다. 40만 명의 구독자 중 한 사람으로서 이 책의 출간이 반가웠는데, 책에는 과연 유튜브에서 다루지 않았던 내용을 다뤘을지 궁금해 예상보다 빨리 구입해 읽게 됐다. 다행히 유튜브에서와는 다른 이야기를 펼치긴 했지만 아쉽게도 영상이 아닌 활자로 하는 예술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밋밋하게 다가왔다. 아무래도 감각적인 영상의 힘을 빌리지 못하니 아쉽게도 내용의 전문성이라든가 주제의식, 주제의식을 끌어내는 필력은 여러모로 부족하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글의 깊이에 대해 단적으로 말하자면 입문용 수준이라 정말로 미술을 좋아하는 사람에겐 추천하기 애매하다.

    가령 좋아하는 화가가 나오는 파트를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작가들이 다루는 이야기나 정보의 디테일은 '수박 겉 핥기' 수준까진 아니더라도 내 기대에 턱없이 못 미쳐서 실망한 적도 여러 번 있었다. 이는 반대로 말하면 내가 인상 깊게 읽은 파트는 그 화가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겐 실망스러울 수도 있으리란 얘기다. 각 화가에게 할당된 분량은 매우 적은데 저자들이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거나 다른 건 몰라도 이건 꼭 짚고 넘어가야겠다 싶은 내용 위주로 채워져서 오히려 너무 구색만 갖춘 건 아니냐며 별 감흥이 남지 않은 적도 있었다. 파트를 줄이고 분량을 더했다면 어땠을까 싶다. 여담으로 내가 실망한 파트는 뭉크와 클림트, 호쿠사이, 달리이고 인상 깊었던 파트는 얀 반 에이크, 젠틸레스키, 마티스, 쿠르베, 그리고 클로델이다.

    기대가 큰 탓에 실망도 적잖았지만 그럼에도 소장 가치는 있는 책이었다. 그림이 많이 실렸기 때문도 있지만 중간에 스페셜 파트인 '색의 비밀' 코너가 제법 유익했기 때문이다. 파란색, 분홍색, 흰색, 보라색, 빨간색, 초록색, 노란색의 역사, 일화 등을 상세히 적은 게 흥미로웠는데 내용에 따라선 참고할 만한 그림이나 사진이 있었다면 더없이 유익한 글이 됐으리라 본다. 책에 컬러로 된 그림이 실릴수록 값이 올라가 최대한 아낀다고 아낀 듯한데, 색깔에 대한 이야기야말로 이 책이 아니면 쉽게 접할 수 없는 내용인 만큼 좀 더 정성을 다하지 않은 게 은근히 아쉬웠다.

    개인적으로 저자들이 서두에서 '예술의 쓸모'에 대한 고민을 토로하는 부분이 이 책에서 가장 얘기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들이 너무 엉뚱한 부분에 에너지를 쏟는 것 같아 그들의 고민이 크게 와 닿지 않았기 때문이다. 바로 '예술의 쓸모'에 대한 고민이다. 물론 예술이 우리 인간에게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보는 것 자체는 매우 바람직하나 저런 고민을 한 계기인 '예술이 무슨 쓸모가 있냐'는 어떤 네티즌의 질문은 가볍게 넘겨도 무방하지 않은가 싶었다. 아니, 예술을 즐길 때 쓸모를 왜 따지는지? 예술과 쓸모는 본질적으로 공존할 수 없다고, 동전의 양면 같다고 생각하는 나로선 저런 어불성설의 질문은 질문이 아닌 트집으로만 여겨졌다.

    예술은 경우에 따라선 시간 낭비일 수 있고 공허한 행위일 수 있고 심지어 무의미할 수 있지만 관점만 바꾸면 그것을 즐기게 되면 언젠가 자연스럽게 삶에 긍정적이든 때론 부정적이든 간접적 영향을 끼치기 마련이다. 예술의 존재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런데 쓸모 있는 예술이란 것을 의도한다면 만드는 사람은 완성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고 설령 완성한들 관객은 즐기고 싶어도 즐길 수 없을 것이다. 예술은 백 번 양보해서 말하자면 쓸모 있는 행위로 착각될 수 있을지언정 쓸모 있는 행위와는 거리가 있기에 그런 의도로 접근하면 만인에게 외면당하기 십상이다. 굳이 쓸모가 있다면 작품 활동으로 돈을 버는 예술가들에겐 예술의 쓸모란 것을 논할 수 있을 텐데 그 경우는 '예술의 쓸모'에 대한 답은 되지 못할 것이다. 여기서 요구하는 '예술의 쓸모'에 대한 답은 감상자 입장에서의 예술이니까.

    우리는 예술이 우리 삶에 대단히 쓸모가 있길 바라며 즐기지 않는다. 내 경험으로 말할 것 같으면 그런 의도로 접근했다가 제대로 감상이 이뤄진 적이 없다. 가벼운 마음으로 접근했다가 감동을 먹거나 깨달음을 얻거나 지식이 풍부해지는 경우는 훨씬 많아도 말이다. 순수하게 즐거움을 위한 접근이야말로 아이러니하게도 삶을 풍부하게 해주고 지혜를 더해준다고 보는데, 쓸모를 요구하는 순간부터 자세가 공격적으로 변해 결국 즐길 수 있는 예술이라곤 하나도 남지 않게 될 것이란 게 내 지론이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내 생각일 뿐이고, 책에서 소개되는 예술의 창작 배경을 보면 대단히 혁명적인 의지에서 탄생된 경우도 적잖아 단순히 즐기기 위해서란 내 지론은 설득력이 떨어지는 감이 있다. 하지만 반대로 그런 위대한 작품은 '예술의 쓸모'를 요구하는 질문에 대한 훌륭한 답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예술의 종류나 의도나 사람들의 인식은 실로 다양해서 각각의 지론에는 그에 해당하는 적절한 답변이 있다. 조금만 생각해도 알 수 있는, 아니 조금의 생각도 필요가 없을 정도로 자명한 일이다. 그렇기에 내게 '예술의 쓸모' 운운하는 것이 질문이 아닌 단순한 트집에 불과하다 여겨진 것이다. 정말 예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었다면 질문하기도 전에 자연스럽게 빠져들 만한 예술을 찾았을 것이다.

    간혹 어떤 사람들은 예술에 선입견 때문에 접근을 꺼리는 것 같다. 하지만 예술엔 명확한 기준 같은 건 없고 실제로 예술이란 그 기준의 명확함을 흐린 괴짜 내지는 천재들 덕분에 끊임없이 사람들에게 즐겨져 왔다. 이 책의 제목이 그렇듯 이 세상엔 다양한 사람들을 위한 다양한 예술이 있다. 우린 그중 자신에게 맞는 예술을 찾아 나서야 할 텐데 그럴 생각은 않고 예술을 이렇다 저렇다 규정을 지으며 수동적으로 자세를 취하는 것은 참 답답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예술의 쓸모' 운운하며 트집을 잡는 것이야말로 정말 쓸모없는 행위가 아닌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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