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끼리를 쏘다(큰글자도서)(리더스 원) 작가 조지 오웰 출판 반니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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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지오웰은 영국인으로서 버마, 지금의 미얀마에 근무하는 경찰관이였다. 하지만 제국주의 아래 식민지를 통치하는 본분에 충실한 경찰관은 아니였다. 왜냐하면 강대국이 약소국을 지배하고 식민지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원주민들에 대한 자유의 압제에 저항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성적으로는 식민지배로 인해 자유를 억압당한 자들의 입장을 지지하였지만 감정적으론 식민지배를 받는 원주민들의 은근한 야유와 조롱에 지쳐 그들을 혐오한다.

    이 점은 이중적이지만 제국주의 시대를 식민지에서 살아가는 비제국주의자이자 비식민지인으로서의 고뇌와 애환이 느껴졌다. 원주민들로부터의 반항과 자유의 억압에 대한 분노의 표출 대상인 영국인으로서의 ‘나’와 식민지의 원주민들의 자유를 억압하는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나’의 이중적 지위가 서로 공존하면서 조화를 이룰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조화를 이루지 못한 것은 괴상해보이고 그것을 지켜보는 것은 괴롭다. 그것이 불협화음이 됐든 한 시대의 큰 흐름과 조화를 이룰 수 없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든 말이다.

    어느 날 발정이 난 한 코끼리가 소유주의 통제권에서 벗어나 온갖 집을 부수고 심지어는 쿨리(해외에서 활동하는 저임금 인도, 중국계 노동자를 일컫는 말)를 죽인다. 코끼리는 잠시 온순해졌고 변화하는 상황들 속에서도 오웰이 코끼리를 쏠 생각은 결코 없었다. 이성적인 판단으로는 코끼리를 쏠 이유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오웰은 코끼리를 쏘겠다는 결심에 이르게 된다.

    그가 코끼리를 쏘겠다고 생각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코끼리를 죽여서 얻는 이익이 코끼리를 살려두어 얻는 이익보다 크다고 스스로 판단한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코끼리를 쏘는 행위를 통해 스스로 신체적, 정신적 고양을 추구하기 위함인가? 하지만 그 무엇도 아니다. 그에게는 어떠한 자유도 없었다. 2천여명의 식민지인들에게 떠밀리듯 그들이 바라는 기대에 부합하는 행동을 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거스를 수 없는 파도 앞에 떠밀려 갈 수 밖에 없는 연약한 한 인간으로서.

    이런 상황은 왠지 심리학자에 의하여 심리가 어떻게 조작되어 가는가에 대한 연구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는 피실험자였다. 겉으로는 지배자들이 피지배자들 위에 군림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식민지인들을 다스리기 위해 그들의 모든 생각은 식민지인들이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 또는 어떻게 반응하게 할 것인지에 맞춰져 있다. 모든 발상의 근원이 내 자신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식민지인으로부터 출발한다. 그들은 자율적 존재가 아니다. 모든 사고가 피지배인들에 맞춰져 있는 수동적 존재인 것이다. 지배자는 사실 피지배인들에게 예속되어 있다. 자신의 겪은 경험에 대한 에세이를 신랄하면서 강렬하게 써내려가는 오웰의 총격음이 생생하게 들리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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