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인수기 작가 백신애 출판 논리와상상 라임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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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신애의 『광인수기』는 마치 편지글 같은 ‘나’의 독백으로 진행된다. 비 오는 다리 밑에서의 현재와 20여 년 동안의 결혼생활이 번갈아가며 이어진다. ‘나’는 비록 학교는 못 갔지만, 『소학』 등의 한문 공부를 했다. 그러나 ‘고등보통학교’를 나와 일본에서 유학하는 남편과 대비되어 ‘무식쟁이’ 소리를 듣고, 끝내 ‘미치광이’ 취급을 받으며 정신병원에 감금된다. ‘구여성’의 모습은 제대로 된 가방도 아니고 대문 밖으로 집어던져진 ‘옷보퉁이’를 들고 쫓겨나는 모습에서 극대화된다.
    소설은 ‘광인’의 목소리로 서술되어 오히려 자유롭다. 말이 다소 횡설수설하거나 앞뒤가 안 맞더라도 독자는 그러한 문장을 조금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 ‘나’가 호소하는 대상은 ‘하느님’으로 설정되어 있으나 기독교적 색채가 진하지는 않다.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신’의 의미로, 절대적 존재를 가리키는 정도로 보인다.
    예전부터 여성의 생활공간은 ‘집(가정)’으로 한정되어 있었다. 남성이 사회활동을 하는 동안 함부로 나갈 수 없다. ‘집’은 늘 머무르는 평화로워야 할 공간인 동시에 일종의 감옥으로 작용했다. 여성은 이 제한된 공간에서 벗어나면 소외된다.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것이다. 지배층인 남성은 이처럼 생활공간을 설정함으로써 여성이 체제 속에 갇혀 있도록, 순응하도록 한다.
    이로 인해 여성은 가족에게서조차 소외된다. 『광인수기』는 여성이 어떤 방식으로 버려지는지 이야기한다. ‘나’는 나름 잘 사는 집의 딸로 태어나 한문 공부를 했다. 반면 남편은 일본 유학을 했고, 자식들 또한 학교에 다니며 신교육을 받는다. 가족 중에서 홀로 구시대적 인물인 ‘나’는 자연스레 남편과 자녀에게서 소외된다. 시댁에서 내쫓기고 친정에서도 내쳐진 ‘나’는 갈 곳이 없다. 그녀가 갈 수 있는 집이 아닌 공간은 찾기 힘들다. 그녀에게 집은 더 이상 평화로운 일상의 공간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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