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사나무 아래 작가 애, 미 출판 포레 blackey 님의 별점
    4
    보고 싶어요
    (0명)
    보고 있어요
    (0명)
    다 봤어요
    (1명)
    한국, 중국, 일본 세 나라는 가까이에 있어서 인지 비슷한 환경과 문화들을 바탕으로 그 안에서도 자신들만의 고유한 특색이 드러나는 문화들이 자라났다. 개인적으로는 책과 작가들 또한 그러하다는 생각이 든다. 일반화 시키려는 것은 아니지만, 번역을 거치면서 인지는 몰라도 세 나라의 작가들은 각각 다른 그들만의 문체가 느껴진달까. 일본 작가의 소설들은 세세한 묘사를 통해 독자들에게 상상하게끔 만드는 깔끔하고 담백한 문체를, 한국 작가의 소설들은 감정이 휘몰아쳐 공감을 이끌어내고 스토리에 몰입하게 만드는, 진하고 녹진한 문체를. 마지막으로 중국 소설들은 감정이나 상황의 묘사가 적고 투박하지만, 정말 ‘사람 냄새’나는 문체와 작품들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소설 <산사나무 아래>는 1970년대, 중국의 문화대혁명을 배경으로 한 남녀의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이 책은 실존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든 작품이라고 한다. 한 여성의 투고록을 바탕으로 작가 아이미가 책을 집필하였으며, 실제로 이 이야기를 제공해준 사람의 이야기도 책의 마지막에 적혀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2010년에는 동명의 영화로 제작되며 BIFF에서도 상영되었다.
    주인공 징치우는 정치범인 아버지가 당에 반기를 든다는 이유로 투옥되었기에 집안에서 가장의 역할을 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인물이다. 징치우는 당시 중국에서 실시하던 교육개혁을 위해 농촌으로 내려가게 된다. 그 마을에는 전설이 하나 있었는데, 본래는 흰 꽃이 피어나는 산사나무가 항일 용사들이 흘린 피로 물들어 붉은 꽃을 피운다는 것이었다.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그녀는 그 마을에서 한 청년 쑨젠신을 만나게 된다. 그녀는 자상하고 멋진 쑨젠신을 좋아하게 되지만, 가족을 먹여 살려야하는 입장이었기에 쑨젠신의 사랑을 거부하고 도망친다. 그러나 쑨젠신은 그녀를 이해해주고 자신을 좋아하지 않아도 괜찮으니 곁에 있게 해달라고 한다. 결국 징치우는 자신의 마음을 인정하고, 그녀가 교사가 되어 생계를 해결할 수 있게 되는 2년의 시간 동안은 쑨젠신과 만나지 않기로 어머니와 약속한다. 그 사이 쑨젠신은 백혈병에 걸리게 되고, 본인이 죽게 될 것임을 직감하며 징치우와 멀어지려 한다. 말도 없이 사라진 쑨젠신이 밉고 생계도 바빠서 그를 잊고 살던 징치우는, 쑨젠신의 소식을 접하게 되고 그가 세상을 떠나는 마지막 길을 배웅해주게 되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이 난다.
    이 책을 읽은지는 오래 되었지만, 쑨젠신이 징치우를 아껴주려고 했던 행동들과 본인이 없어도 행복하게 살라는 그 말들, 그리고 마지막에 징치우가 쑨젠신의 이름을 부르는 장면이 아직까지도 인상 깊게 남아있다.

    중국의 사랑 이야기는 어떨까, 로 시작된 호기심으로 읽기 시작한 이 책은 “이게 실화일까?”라는 생각마저 들게 만드는,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순수한 사랑 이야기였다. <산사나무 아래>는 깔끔하고 여운이 남는 이야기도, “나는 너를 사랑해! 네가 없으면 나는 못살아!”라는 절절한 감정의 서사도 아니었다. 여운보다는 읽는 그 순간에 내 감정들이 울컥했고, 주인공들의 행동을 통해 그들의 순수함과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이런 사랑을 했어. 돈도 없고, 자유롭지 못하고, 결말도 예쁘지는 않아. 그래도 이게 내 사랑이야, 어때, 잘 읽었니?”라는 느낌.
    담담하고 투박한, 솔직한 ‘삶’의 이야기들을, 잊고 살았던 순수한 사랑의 이야기를 읽고 싶은 분들게 추천한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