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혼자가 혼자에게 작가 이병률 출판 hayul 님의 별점
    5
    보고 싶어요
    (9명)
    보고 있어요
    (5명)
    다 봤어요
    (3명)
    200119, 강릉에서

    이 책을 도시락처럼 늘 가방에 넣어다니는 습관이 있습니다. 엄마가 중학생때까지 일년에 한두번 싸주던 도시락 같거든요. 늘 알던 편안한 맛이지만, 그날따라 분주했던 엄마의 새벽과 딸에 대한 애정이 담겨있음을 아는 것만으로 내 도시락 가방은 온종일 따스해요. 스물이 넘어가면서 도시락 생각이 날때마다 작가님 책을 넣어다니면, 어렴풋이 도시락 냄새가 납니다. 그리고 책은 온종일, 한달내내 넣어다녀도 쉬지 않으니까 제격이지요.

    <혼자가 혼자에게>- 혼자 여행다니는 것을 즐겨하는 저에게 알맞은 책입니다. 여행을 다니지 않을 때는 여행가는 기분을 담당하고, 여행을 다니는 중일 때에는 닻처럼 구심점이 되어주는 중이죠. 독립책방 한정 에디션을 사서 또 일상 속의 여행을 하던 중, 가방 속의 물에 책이 젖어 버린 적이 있습니다. 종이가 제멋대로 빳빳해지고 구겨지는 양상마저 작가님의 글에는 잘 어울려 그대로 읽기로 했습니다. 어쩌면 강릉이 육지와 바다의 경계이고, 작가님의 글 또한 뭍과 물의 경계에 있기 때문일 거에요. 그래도 아끼는 책을 온전한 모습으로 보고픈 마음도 커서, 여기 강릉의 독립서점에서 아이슬란드 에디션을 덜컥 집어왔습니다.
    오늘은 잠겼다 마른 책을 버스 안에서 종점까지 내내 읽었습니다. 그리고 내린 곳은 주문진 해변이었는데, 사람도 차도 드물어 혼자 여행을 온 것이 새삼 실감나더군요. 해변을 걷다 몇 장 사진을 남기고 커피를 마시고 다시 버스를 타고 돌아오던 길, 글을 읽다 문득 울고 싶어졌습니다만, 무엇에 울고 싶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비스듬히 쏟아지는 햇볕에 눈이 부셔서라고 하겠습니다.

    어쩌다 작가님께서 이 글을 읽게 되신다면, 피식 웃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작가님의 뒷모습에서 인간의 냄새를 많이 맡았거든요.
    더보기
    좋아요 3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