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로부터의 도피 작가 에리히 프롬 출판 휴머니스트 그댜댜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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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수님께서 수업시간에 ‘환상적인 실험’ 이라는 EBS 다큐멘터리를 보여주신 적이 있다. 그 다큐멘터리에서는 한 교사의 실험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절대 권력에 복종하게 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처음에는 훈련을 통해 힘을 모으면 성공을 할 수 있다는 달콤한 말로 시작했다. 하지만 점점 '파도' 운동이 진행됨에 따라 학생들은 그들과 같은 편이 아닌 사람들에게 폭력과 협박을 하고, 비인간적인 행동을 하는 모습까지 보인다. 집단에 소속되어 큰일을 하고 있다는 말도 안 되는 자부심에 얽혀 절대 권력을 맹신하게 되고, 결국 비윤리적인 행동까지 하게 되는 것이다.
    사실 아무도 처음에는 이 실험의 파급력을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집단이 커지면서 소속 학생들은 결속력이 커지는 반면 집단에 소속되지 않은 학생들은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집단 내에서의 안정, 그리고 집단 밖에서의 고독과 불안이 학생들의 복종을 이끌어냈을 것이다. 하지만 ‘복종’ 이라는 것은 무의식적으로 진행되는 것만도, 우매한 사람들이 멋도 모르고 권위에 굴복하는 것만도 아니다. 스스로 이성적으로 판단하여 따르게 되는 것 또한 복종에 포함된다고 생각한다. 자유라는 부담과 복종의 안정 중에 어느 것이 자신에게 더 이득이 될지 판단하고, 그 결과에 따라 ‘자유로부터의 도피’ 가 일어나는 것이다.
    자유는 개인을 고립시키고 개인을 불안하게 하기도 한다. 자유는 근대적 개인이 이 불안을 감당할 수 있을 때 지켜질 수 있지만, 근대적 불안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자유라는 부담을 피해 의존과 복종으로 되돌아가려는 퇴행의 몸짓을 보여주기도 함을 나치즘 시대의 노동자 계급이 보여주는 것이다. 원초적 유대로부터 분리되기 시작한 사람들을 고독과 불안이라는 감정이 엄습하기 시작한 것이다. 정말 무서운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가져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당시 독일인들처럼 자신들이 집단학살의 공범이라는 것을 자각하지 못한 채 엄청난 일을 저지르게 될 지도 모른다.
    우리는 남의 시선을 두려워한다. 특히 타인과 다른 방향의 행동을 하게 되면 좋지 않은 시선과 질타를 받게 되고, 곧 어쩔 수 없이 다시 시류에 편승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사회 속에서 소수의 의견을 주장하기란 힘든 일이다. 가만히 집단 속에서 안주하고 있으면 편하고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데, 괜히 사서 고생을 하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안정을 포기하고 용기를 낸 소수의 사람들이 있었기에 현대 사회가 발전하는 것 인지도 모른다. 즉, 인간의 역사는 끊임없는 투쟁에 의해 발전해나가는 것이다.
    역사 속에서는 끊임없이 개혁이 일어났다. 임금에게 간언하는 신하도, 반정을 일으켜 새 왕조를 세운 사람도, 일제강점치하에서 독립운동을 한 사람들 모두 현재에 안주하여 살기 보다는 고독하게 다수와 맞서 싸우다 간 사람들이다. 당시에는 핍박과 질타를 받았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사람들이 없었으면 우리는 계속 우매한 민중으로 살아갔을 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도 ‘자유로부터의 도피’ 는 아주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 문제는 작게는 친구관계에서부터, 사회, 그리고 국가 차원까지 확장된다. 그리고 이는 현재 국내 시국 상황과도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비록 우리는 나태 속에 살고 있고, 이런 우리의 눈과 귀를 가리는 것들이 아주 많다. 직접 나서서 찾아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고, 가만히 있는 다고해서 딱히 뭐라고 하는 사람도 없다. 오히려 진실을 밝히려고 용기를 내는 사람들만 질타 받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런 것들에서 벗어나 진정한 진실을 마주하고, 끊임없이 성찰하는 것만이 근대적 불안과 맞설 수 있게 하는 힘이 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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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유를 부르짖는 외침 속에서 자유란 무엇이며, 자유의 이면인 불안을 어떻게 견뎌낼 것인가, 와 같은 문제 제기는 한 구석으로 밀려난 게 아닌가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자유나, 그와 비슷한 맥락에서 비슷한 데시벨로 사람들이 외치곤 하는 연대 같은 것들은 물론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들이지만, 개개인이 자신의 실존적 불안을 견디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야말로 선행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되네요. 가끔씩은 이 불안으로부터 도피하기 위해 자유니 연대니 하는 것들을 부르짖는 것 같기도 하거든요. 물론 그런 불안을 견디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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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족한 서평에 긴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불안을 이겨내는게 정말 중요하지만 가장 힘든 일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