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 Sartre, Jean Paul 출판 문학과 지성사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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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도서는 스페인 내란을 다룬 최초의 작품이다. 사르트르의 실존주의적 시각을 고스란히 책에 녹여낸 작품이기도 하다. 그래서 철학과 소설의 합류라는 평을 받기도 한다. 스페인 내전을 다루고 있지만 역사적 현실보다 ‘죽음’과 ‘인간조건’에 대한 형이상학적 고찰을 드러낸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는 내내 재밌다기보다는 역겨웠다. 그리고 이토록 사실적으로 잔인함을 폭로해내는 작가의 능력에 감탄했다. 다시 그것들을 경험할 엄두가 나지 않아 다시 읽을 생각이 들지 않는 책이다.

    제목인 ‘벽’의 의미에 대해서 충분히 생각할 여지들이 있다. 그렇지만 가장 고개가 끄덕여지는 해석은 실존의 조건에서 벗어나려는 일련의 시도들이 허망하게 끝이난다는 것이었다. 해당 도서에서 죽음은 숭고함과 종교적 의미를 박탈당한 상태를 의미하며 지속적인 유예상태로 묘사된다. 삶과 마찬가지로 죽음 또한 벗어날 수 없는 하나의 굴레로 정해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여기 등장하는 인물들의 죽음과 삶은 부조리하다. 이치에 맞지 않으며 허무하다. 어쩌면 그것들이 작가의 색인 서정성의 단절에서 오는 것일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해당 도서에 대해서 이야기하라면 끝도 없이 많은 키워드에 대해서 말할 수 있다. 공간, 시선, 시점, 실존, 이중성, 영웅적이지 않은 주인공 등등의 것들에 대해서 말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싶은 ‘시점’에 대해서 조금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 작품은 ‘Je’(‘나’)라는 일인칭 주인공 시점에서 기술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익히 잘 알려져 있듯이, 소설에서 일인칭 주인공 시점은 작품 속의 화자인 ‘나’가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체험을 독자에게 고백한다는 인상을 준다. 그럼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주인공과의 동일시를 촉진시키는 효과를 지닌다. 사르트르는 바로 이런 효과를 이용하여 독자들을 이 작품의 주인공인 이비에타가 체험하게 될 ‘실존의 공간’ 속으로 끌고 들어가려 한다.

    이 소설은 ‘나’로 등장하는 이비에타를 통해서 이야기가 서술되므로, 의사의 내면에 대한 서술의 진위 판정은 어렵다. 우리가 접할 수 있는 것은 이비에타의 눈을 통해서 들여다본 상황과 인물의 심리 등에 대한 묘사이다. 이는 다른 측면에서 바라보면 전지적 시점을 거부한다고 볼 수 있다. 주관성에 의해서 가공하지 않은 사실주의이다. 이는 새로운 소설적 기법인 ‘주관적 사실주의’이다. 이는 등장인물의 시점을 통해서 이야기가 점차적으로 만들어진다는 특징을 지닌다. 등장인물의 관점에 따라 외부 환경과 인물의 성격이 드러나게 하는 방식으로 인과관계를 드러내는 이야기와 서술 방식을 거부한다. 123p에서는 벨기에 의사의 등장, 담배와 여송연을 거절하는 것, 의사에 대한 관심이 갑자기 사라진 ‘나’의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이는 온전이 ‘나’의 시점에서만 서술되고 만들어지는 것들에서 ‘주관적 사실주의’를 발견할 수 있다.

    사르트르는 과연 스페인 내란을 소재로 어떻게 죽음과 인간조건에 대해서 풀어놨는지 궁금하다면 꼭 이 책을 읽기를 바란다. 사실적인 묘사에 역겨울 수 있으니 주의하시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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