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방인(세계문학전집 266) 작가 알베르 카뮈 출판 민음사 오리금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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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져있다. 1부는 주인공의 생활과 그의 어머니의 죽음, 그가 저지르게 된 살인 이야기까지 주인공에 초점이 맞춰진 내용이 전개된다. 2부는 살인 혐의를 쓴 주인공이 재판을 받는 과정이 나타나있다.
    1부까지 읽었을 때는 이방인은 틀림없이 주인공을 나타내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어머니가 돌아가셨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렇지 않은 듯 행동한다거나 아주 평범하게 살아가는 주인공이 통상적인 사람들과는 다르다는 점에서 이방인이 아닐까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부를 읽고 이방인이 주인공을 나타내더라도 주인공‘만을’ 나타내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2부에 등장하는 재판관들은 무심한 성격의 주인공을 이방인으로 취급하고 그의 무심한 성격이 살인동기와 관련이 있을 거라고 거의 확신했다. 물증은 없고 심증만 있는 가운데 어머니의 장례식장에서 눈물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았다는 점은 주인공을 ‘죽음에 대해 무심하게 생각하는 사람’으로 몰아갔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해보면 정확한 근거도 없이 주인공을 살인자로, 더 나아가 사형수로 만들어버리는 재판관들은 주인공과 다를 게 없다. 주인공이 어머니의 죽음을 무심하게 생각한 듯 재판관들도 한 사람의 생명을 무심하게 결정지은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봤을 때 이방인은 주인공만을 칭한다고 할 수 있을까. 재판관들이나 마을 사람들 입장에서 이방인은 주인공이었겠지만 주인공의 입장에서, 주인공 친구들의 입장에서 이방인은 과연 누구일까.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이방인으로 간주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더 나아가 이 때문에 책 이방인은 직접적으로 누가 이방인이라는 말을 언급하지 않았던 것 같다. 누구인지 확정 지을 수 없고 사람에 따라 본인이 생각하는 이방인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편, 책 이방인에서는 이방인이 누구인지를 가리는 것보다 어떤 요인이 이방인으로 만드는 지를 더 강조하고 있는 것 같다. 나는 그 요인이 ‘죽음’이라고 생각한다. 책에서는 죽음이 3가지 장면으로 묘사된다. 첫 번째는 주인공 어머니의 장례식을 통해 죽음을 묘사하고, 두 번째는 주인공이 아랍인을 살해하면서 나타나는 죽음, 마지막 세 번째는 주인공의 사형을 통해 나타나는 죽음을 묘사한다. 사실상 현존하는 대표적인 ‘죽음의 형태’들이다. 이 책은 왜 죽음이라는 개념을 투입시켰을까?
    책에 등장하는 죽음의 묘사가 나올 때마다 간주하게 되는 이방인이 달라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가장 먼저 어머니의 장례식장 모습에서는 주인공을 이방인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다 두 번째, 주인공이 타인을 살해하는 장면에서 그가 정말 죽음이 무심하게 다가와서 살해를 저질렀는가에 대한 생각을 갖게 한다는 점에서 이방인은 누구인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마지막으로 주인공이 사형을 당하는 장면에서는 주인공만을 이방인으로 보지 않는다. 그를 사형으로 이끈 많은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이방인이 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이유는 앞서 언급했다.)
    주인공은 평소에도 굉장히 무심하고 자기본능에 충실한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머니의 장례식 때도 어머니의 죽음을 덤덤히 받아들이며 본인 나름대로의 본능을 성실히 충족시켰던 것이다. 이러한 점은 노자와 장자의 사상과도 비슷하다고 느꼈다. 그들은 죽음에 대해 덤덤히 받아들인다. 죽음이란 언젠가는 인간에게 닥쳐오는 것이고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주인공도 이들의 사상과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어머니의 죽음도 언젠가는 닥쳐올 일이었고 그를 한탄하고 슬퍼한다고 하여 어머니가 살아 돌아오시는 것도 아니라는 걸 그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는 어머니와 살갑게 지내는 아들이라기보다는 무심한 아들이었지만 오로지 그의 성격만이 살해의 동기라고 치부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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