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로 더 나은 세상을 꿈꾸다(지혜의 시대)(양장본 HardCover) 작가 변영주 출판 창비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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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는 인류가 창조해낸 가장 반동적인 예술.”

    이는 영화에 대한 미셸 푸코의 해석이며 이 책에 담겨있는 구절 중 하나다. 이 책은 변영주 감독의 강연을 바탕으로 이루어졌다. 따라서 책의 구조를 따른다기보다는 강연의 형식을 글로 옮겨놓았음이 더욱 적절하다. 하나의 영상을 문자로 읽는듯한 느낌이 인상적이었으며 부담스럽지 않다. 그렇지만 결코 책에 담긴 이야기들이 가볍다거나 비어있지는 않다.

    감독은 강연의 제목에 대해 “영화만큼 그 영화가 만들어진 시대와 사회를 명백하게 발현하는 대중예술이 없기 때문입니다”라고 설명한다. 이어 그녀는 “좋은 영화가 좋은 사회를 만드는 게 아니라 좋은 사회에서 좋은 영화가 만들어진다고 할 수 있겠지요. 이런 맥락에서 어떤 사회에 좋은 영화가 없다는 것은 그만큼 좋은 담론이 생성되지 않는 그 사회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말이 됩니다”라고 덧붙인다.

    평소 변영주 감독은 본인의 생각을 펼치는데 거침없으며 논리적이라 알려져 있다. 이 책도 역시 그녀답다. 그렇기에 만일 그런 것에 대한 거부감을 갖거나 그녀의 생각을 알고 싶지 않다면 부디 읽지 않기를 바란다. 하지만 책을 추천해달라는 질문자의 물음에 끝까지 결코 책을 추천해주지 않는 감독의 모습은 ‘그녀의 생각을 탐하고 싶다’라는 강한 동기를 불러일으켰다.

    해당 도서는 ‘나 스스로 나침반이라고 생각하는 창작의 원칙과 태도’ ‘나를 설명하기 위한 지도를 그리는 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한국 독립영화와 다큐멘터리에 대한 설명이 선행되고 한국 영화사의 흐름에 대한 핵심 있는 요약이 이어진다. 후반에서는 ‘취향’과 ‘세상 모든 약한 것과 연대하는 여성성’ ‘문학’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책에는 건질 문장이 많다. 그중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결국 창작이란 ‘나는 어떻게 살고자 하는가’라는 결기와 ‘나는 무엇을 사랑하는가’라는 태도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라고 믿는다” “왜라는 질문의 답에 따라 우리의 관계는 바뀌어요. 소통의 목적도 바뀌고. 저는 우리가 살면서 어려움을 겪는 이유 중 하나가 이런 식으로 끈질기게 소통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끝으로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을 하나 남기고자 한다. “우리가 살면서 하는 실수의 대부분은 모르는 것을 어려워하지 않아서 생깁니다.” 이 구절을 읽는 순간 노래 가사 하나가 떠올랐다. “너는 사람들이 좀 더 예의가 발랐으면 좋겠지 뭔갈 물어볼 때 ‘저기요’라고 말해줬으면 좋겠지 손가락으로 찌르거나 밀치지 않았으면 좋겠지 아마 그게 너의 리듬” 이는 이랑의 ‘너의 리듬’이다. 별다른 말없이 제목 그대로 영화로 더 나은 세상이 만들어지기를 매일 꿈꿔본다.

    아, 진짜 마지막으로 창비에서 출간한 '지혜의 시대' 시리즈가 궁금해져서 앞으로 읽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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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와 세상 간의 관계는 소위 \'영화학\'에서 중요한 주제 중 하나죠. 좋은 사회가 좋은 영화를 만든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네요. 영화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주장도 믿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한편으론 의심되기도 하고요. 책의 제목과 이 글이 낙관적인 분위기를 띠고 있어서 그런지 균형을 맞추고자 하스미 시게히코가 테렌스 멜릭의 \'트리 오브 라이프\'에 대해 쓴 비평의 마지막 문장을 인용하고 싶네요. \"가령 이것이 21세기의 영화라고 한다면 영화 같은 건 한시라도 빨리 인류의 시야에서 사라지길 바란다고 기도하고 싶을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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