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떻게 살인자를 변호할 수 있을까. 2 작가 페르디난트 폰 쉬라크 출판 갤리온 새벽별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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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저자는 자신의 할아버지가 나치정권에서 활약한 죄과를 씻기위해 법률가(변호사)라는 직업을 택했으며 그가 맡았던 11개의 사건을 일화로 책을 썼다. 형사소송 중 피고인은 진술을 거부할 권리와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로 자신의 인권을 보호받을 수 있다. 나는 일생을 함께한 아내를 잔인하게 죽인 남편과 서로 의지하며 지내온 남동생을 죽인 누나, 심장마비로 쓰러진 남자를 토막 낸 남자의 인권을 보호해야 하는 것인지 과연 그들이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졌었다.

    이런 나의 의문은 형법에 대해 배우면서 형사소송의 결과에 따라 국가의 공권력행사로 형벌(생명형, 자유형, 명예형, 재산형)을 부과받기에 공판과 판결에 신중해야하며, 형사소송과정에서 전문적인 법에대해 잘 모르는 피고인이 검사에 비해 불리하기 떄문에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배우면서 어느정도 해소되었다.

    나는 피고인의 인권에 대한 의문이 해소되자 또다른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그 의문은 변호사가 아내를 죽인 남편과 남동생을 죽인 누나와 같은 살인자(범죄자)를 어떻게 변호할 수 있느냐는 거였다. 누가 보아도 명백하게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그들은 그에 맞는 형벌을 받아야 마땅한데 변호사라고 그런 그들의 편에 서서 어떻게 그들을 변호할 수 있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작가는 변호사인 자신의 입장을 이야기 하며 나의 의문에 대한 답을 해주려 한다. 이 책을 읽었다고해서 범죄자를 변호하는 변호사에 대해 아직 완벽하게 알게 되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적어도 그들을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로트바일에서 사람들의 인정과 존경을 받는 의사가 되는 과정을 밟고있던 페너는 약사의 딸 잉그리트에게 첫눈에 반해 그녀에게 청혼하고 결혼을 한다. 과거의 남자들에 게 많은 상처를 가지고 있던 잉그리트는 신혼여행에서 그에게 자신만을 바라보며 살 것을 맹세하게 한다. 결혼 후 페너는 도시에서 촉망받는 의사가 되고 잉그리트는 수십년 동안 그의 물건을 버리고 그의 작은 버릇에도 딴지를 걸며 욕을 퍼붓고 물건을 집어던지는 등 난폭한 행동을 보인다. 예순번째 생일날 페너는 자신의 인생이 끝나는 그날까지 집안의 죄수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꺠닫고 눈물을 흘리고 그로부터 이 년 뒤 그는 잉그리트가 자신을 향해 소리지르는 젓을 듣고 속에서 끌어오르는 듯한 분노를 느끼며 자신의 지하 작업실로 그녀를 부른다. 목장갑을 낀 그는 지하실에서 도끼로 열입곱 번 그녀를 찍어내려 죽이고 경찰에 전화해 자수한다.

    검사는 페너가 아내를 죽이는것 이외에 다른 대안(이를테면 이혼)이 있었음을 강조하며 그에게 8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저자는 잉그리트를 사랑한 페너가 수십년간 아내의 일방적인 괴롭힘을 받았음에도 그녀와의 맹세 때문에 이혼을 할 수 없었던 특별한 '상황'을 이해하고 그에게 벌을 주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지, 그에 대한 처벌이 일반예방 효과는 물론 특별예방효과도 없을 것임을 강조하며 페너가 아주 견디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었음을 호소한다. 재판결과 페너는 3년 형을 선고받았으며 '자유 공개 형벌(죄수가 자유롭게 하루일과를 소화하되 잠은 형무소에서 자야함)로 형을 치뤘다.

    이 사건으로 나는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형법에 명시되어 있는대로 형벌을 받아야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단지 범죄자가 범죄를 저지른 '사건'으로만이 아니라 그가 범죄를 저지르게 된 '상황'에 초점을 맞춤으로서 '상황'에 대한 이해를 통해 그에게 적정한 처벌을 할 수 있었음을 알 수 있었으며 이를 근거로 피고인을 변호해야하는 변호인의 필요성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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