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CD1장포함) 작가 박민규 출판 예담 hayul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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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서모임 때문에 사서 읽었던 책이다. 결국 독서모임은 가지 못했지만, 항상 추천도서 목록에 있었고 유명했기 때문에 한번은 읽고 싶었던 책이었다. 읽는 동안 울컥하는 순간이 많았고, 다 읽고 나서는 한동안 마음이 아리고 먹먹해서 감기처럼 앓았었다.

    표면적으로는 외모지상주의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 이 책은 세상의 주인공이 아닌 모두를 위해 쓰인 글이다. 그러니까 물질만능주의, 능력주의 같은 사회의 모든 평가기준이 개인을 얼마나 삶의 바깥으로 내몰수 있는가를, 그리고 이 내몰린 사람들이 서로에게 기대어 살아내는 모습을 비추며, 이런 삶의 모습들이 어떠한 방식으로든 우리의 곁에 혹은 우리의 안에 들어와있음을 일깨운다.
    사회가 아름답다고 숭배하는 몇몇 가치있는 요소들, 그리고 그와 반대되는 요소들은 이 책에서 아주 시각적으로 미와 추의 대립으로 형상화된다. 미를 향해 달리는 인간의 무리들 속에서, 추의 요소를 가진 인간들은 시녀들, 아웃사이더와 같은 존재가 된다. 단 한가지의 추만 가져도 얼마나 극심하게 사회로부터 추방당할 수 있는지, 개인의 가치가 얼마나 폄하되는지 책은 거리낌없이 보여준다. 사실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우리나라의 입시판을 겪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잔혹함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의 평가에 따라 가치가 매겨지고 이사람이 성공작인지, 실패작인지 평가되는 일들은 언제나, 인류의 역사와 함께 있어왔다. 이런 평가는 직설적일 때도 있지만 암묵적일 때가 많고 또 개인의 무의식에 깊숙이 들어와 있기 때문에, 아웃사이더들은 스스로 내쳐진 자신의 위치를 인정하고 더욱 자신을 바깥으로 내몰기도 한다. 그렇게 자신마저 존재를 부정하게 되면 그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한가지다. 자신을 죽이는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내몰린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 서로에게 기대어야 한다. 그것이 연인의 형식이든 가족의 형식이든 친구의 형식이든-사실 형식은 중요하지 않다- 비슷한 상처를 가진 사람에게 기대어 자신의 존재를 어떠한 방식으로든 인정받는 것만이 유일한 삶의 방식이다.

    사회가 만든 미의 이미지에서 벗어나는 것은 쉽지 않다. 한 공동체의 가치체계에 반하는 것은, 그러나 중요한 일이고 자신과 타인을 다르게 바라볼 수 있는 관점을 제공한다. 결국 사회의 기준들은 평범한 보통의 인간을 도구로, 사회가 운영되기 위해 필요한 부품으로, 혹은 소수의 주인공들을 빛내줄 들러리로 전락시킬 뿐이다. 도구에서 다시 인간으로 돌아오는 방법은, 상처입은 사람들이 서로를 돌보고 그래서 존재하는 것만으로 충분할 수 있다고 믿게하는 것이다. 미쳐 돌아가는 세상 옆에 잠시 멈춰서, 호흡을 고를 수 있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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