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2년생 김지영(오늘의 젊은 작가 13)(양장본 HardCover) 작가 조남주 출판 민음사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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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게도 읽기 시작했다. 유행에 편승해 책을 읽는 것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주위 사람들이 왜 읽으라고 하는 지는 알고 있으면서도 늦게 읽었다. 페미니즘에 관심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언젠가는 읽어봐야지, 하다가 지금까지 온 것 뿐이다. 그래도 영화를 보기 전에는 읽겠다고 생각했으니까, 이제야 읽기 시작했다.

    언니는 김지영을 보지 않겠다고 했다. 책은 어느 정도 읽었지만, 영화는 보고싶지 않다고. 그 이유를 물었더니 괜히 우울해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자기가 이미 겪고 있는 일을 굳이 되짚어 주는 것이 힘들다고 했다. 알고 있지만 굳이 마주하고 싶지 않은 현실. 그게 이 속에 담겨있다.

    소설 속의 이야기는 꽤나 보편적이다. 현실적이고,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만큼 많은 이들에게 일어났던 일이다. 누군가는 운이 좋아서 겪지 않았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지금도 흔히 겪고 있는 일일 수도 있다. 다만 이 나라의 여자라면 누구나 공감하리라 생각하는 것은, 김지영의 삶은 생각보다 순한 맛이라는 점. 그는 운이 좋은 편이고, 그보다 나쁜 사례는 조금만 주변을 둘러보아도 알 수 있다. 가깝다면 당장 우리 집에서도, 혹은 옆집. 아는 언니, 아는 친구.. 김지영의 생일이 4월 1일인 이유도 그렇다. 작가님이 말하시길 남성들은 ‘이게 사실일까?’ 생각하겠지만, 여성들은 ‘이렇게 운이 좋다고?’ 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만우절로 정하게 되었다고 한다. 모두가 김지영처럼 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럴 수는 없다. 그야 우리는 모두 다른 사람이고, 다른 환경, 다른 삶을 살고 있으니까. 하지만 그에게는 나도, 내 어머니도, 내 언니도, 내 친구도, 내가 아는 여성들이 한 번씩 대입되고, 투영된다. 결국 82년생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소리다. 이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여성들의 이야기라는 소리이다.

    누군가는 이 책이 일반화를 하고 있다고 말한다. 모든 여성이 그렇지는 않잖아? 너는 82년생이 아니잖아? 82년생 정도면 60년대생보단 꿀빨며 살았지. 뭐, 그런 식으로. 또는 이 책이 남성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있다고 말한다. ‘김지영 씨’는 그저 자신의 일상을 담아냈을 뿐인데도. 내가, 우리가, 주변의 여성들이. 일상 속에서 당연하다는 듯 겪어내는 일들을 픽션이라고 치부해버리는 그들이 안타까울 뿐이다. 그리고 묻고 싶다. 60년대와 80년대, 그리고 지금까지 오면서 여성들의 사회적 포지션은 얼마나 바뀌었느냐고. 여권은 신장되었으나 ‘여성’이라는 굴레는 변하지 않았다. 대학에 가는 여성은 늘었지만, 아무리 똑똑한 여성이 많아도 아이 때문에, 가정 때문에 자신의 꿈을 꺾는 여성이 더 늘었을 뿐이다. 제도적으로 성차별이 줄었다 하지만 여전히 보이지 않는 차별들이 우리를 옥죈다. 82년생 김지영은 그저 이 현실을 보여주었을 뿐이다.

    나는 지금까지 눈을 돌리고 있던 현실을 마주하게 한 것 만으로도 이 책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김지영 씨가 승승장구하는 결말이나, 좀 더 운이 나쁜. 그러니까 자극적인 일을 겪고 있는 김지영 씨의 모습이었다면 이 책에 대한 평가는 좀 더 달라졌겠지. 그럼에도 이 책이 공감받는 이유는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내가 읽고 있는 책의 주인공이, 혹은 나를 투영하는 이가 잘 되기를 바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하지만 김지영 씨가 저 모든 것을 딛고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여성들은 이 책이 비현실적이라 말했을 것이다. 자극적인 일을 겪는 김지영 씨가 주인공이었다면 남성들인 이 책이 비현실적이라 말했을 것이다. 이정도가 딱 좋다. 이정도가 보편적인 우리의 삶이다. 그 이후는 앞으로, 조금 뒤에 보여줘도 괜찮다. 지금을 살아내는 우리 모두에게 응원을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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