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세트(양장본 HardCover)(전6권)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 출판 민음사 안태현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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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의 가장 큰 독서 계획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였는데, 함께 읽을 사람들을 모아 4권까지 읽었다. (아직 민음사 버전은 완역되진 않았다) 한번에 읽기엔 버거워서 평일에 자기 전에 25페이지씩 읽고 주말엔 읽었던 부분을 정리하며 감상을 적으니 약 3주에 한 권씩 읡을 수 있었다. 화자인 '나'의 성장과정도 물론 재밌지만 예술작품이나 건축물 혹은 풍경에 대한 생생하고도 아름다운 묘사, 당대 귀족이나 부르주아가 향유하는 삶, (2차대전에 관심이 있다면) 드레퓌스 사건 당시의 분위기 등 파고들면 들수록 재밌게 읽히는 부분이 많았다. 아래는 4권을 읽는 도중 사람들과 나눴던 감상 일부이다.



    1부의 마지막 페이지 잠에서 깨어나 ‘나’의 방으로 돌아오는 것처럼, 2부의 마지막 페이지에서 화자는 커튼을 걷어 황금빛 여름날이 방으로 들어오게 합니다. 프루스트의 피날레 쇼는 다른 모든 것을 잊게 할 정도로 강렬해요.(근데 다른 모든 것들도 강렬하긴 마찬가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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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나’의 사랑을 공감하기는 어려웠고 이해하려고 애썼어요. ‘나’는 사랑을 양방향성으로 여기기보다는 나에게 즐거움을 주는 일방적인 것이자 그 순수함을 훼손하지 않고 오히려 거리를 두어 향유하는 것을 지향합니다.(혹은 그렇게 생각하겠죠) 하지만 이번 장에서 알베르트에게 했던 행동을 통해 드러나는 ‘나’의 인간성은, 육체를 갈망하는 것 같아요. ‘나’의 병약한 몸 때문에 육체성을 거부하고 정신성을 사랑하려고 애썼으나 결국 ‘나’가 소녀들을 사랑했던 것의 본질은 육신이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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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쨌든 2부를 이렇게 마쳤습니다. 이제 3분의 2정도가 남았고, 처음 읽었을 때의 피로감도 이제 가셔서 남은 부분은 수월하게 넘길 수 있을 것 같고. 로베르토 볼라뇨가 분류했던 독자 유형인, 절망하는 독자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나 싶어요.+_+ (레 미제라블과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한번에 읽지 못하는 독자를 칭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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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다 창문 위쪽 채광청에서 프랑수아즈가 핀을 뽑고 덮개를 걷어 내며 커튼을 당기면서 열어젖히는 여름날은, 우리 늙은 하녀가 내 눈에 드러내기 전에 감싸고 있던 천 조각들을 조심스럽게 풀어 헤치는 그 수천 년 지난 화려한 미라의 향기로운 황금빛 옷처럼 기억 속에서 사라지는 듯 그토록 아득해 보였다._p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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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 역시 어떤 외적인 현실이 아니라 그저 주관적인 기쁨으로만 생각되었다. 그리고 이 기쁨도, 알베르틴이 내가 그걸 느낀다는 걸 모르는 만큼 더욱 기쁨을 유지하기 위해 그녀가 필요한 일을 해줄 거라고 느껴졌다._p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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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목소리는 얼굴과 같은 독특하고도 관능적인 표면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희망 없는 입맞춤에 대한 현기증 나는 그 도달할 수 없는 심연에 속하기 때문이다._p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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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구나 말하지만 누구도 읽지 않은 책이라는 악명이 자자해서(특히 문학계에서), “도대체 어떤 책이길래!”하는 마음으로 도서관에 갔더니, 1권은 너덜너덜한데 2권부터는 완전히 새책이더군요. 1권을 읽다가 다들 불현듯 자신의 잃어버린 시간이 떠올라 책을 덮고 그 시간을 찾으러 떠난 걸까요? 아무튼 4권까지 읽으셨다니 대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