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적 정의 작가 Nussbaum, Martha C 출판 궁리 Hymn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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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로 아쉬운 책입니다. 동 저자의 "인간성 수업"에 비교하면 더 그렇습니다. 저자의 역량에 있어서 아쉬운게 아니라 출판사와 번역가의 문제입니다.

    이 책은 소설읽기를 통해 문학적 상상력이 어떻게 길러질 수 있는지, 그리고 그 문학적 상상력이 법정에서 왜 필요한지를 다루는 책입니다. 그래서 대중 교양서적이라기 보다는 해당 분야(법)에 특별한 관심이 있거나 "인간성 수업"에서 다뤄졌던 저자의 주장을 더 심도깊게 알고싶은게 아니라면 굳이 읽을 필요가 없는 책이죠. 그런데 이 책은 마치 마사 누스바움의 대표적인 저작인 것 처럼 알려져 버렸고, 평범한 독자들이 이 책을 펼치고 느낄 당혹스러움을 생각하면, 그리고 어쩌면 그들이 그 경험으로 인해서 마사 누스바움의 다른 저작을 읽는 것을 포기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그저 답답할 따름입니다.

    두 번째로는 번역의 문제입니다. 정말 심각합니다. 약은 약사에게라는 말이있죠. 제발 번역은 번역가에게 맡겼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어에서 사용하지 않는 문장부호와 호응이 맞지 않는 문장들을 보고 있으면 영어 원문이 어떤 문장인지가 머리에 떠오를 정도입니다. 이걸 직독직해라고 불러야 할까요? 온갖 비문과 부적절한 어휘선택은 차라리 원문을 읽는게 낫겠다는 생각을 여러번 하게 만듭니다. 책의 제목부터 번역이 완전히 잘못되었다는 건 그저 실소를 불러일으킵니다. Poetic Justice가 어째서 시적 정의입니까... 시적 정의가 도대체 한국어에서 무슨 뜻을 가집니까? 아무 뜻도 없습니다... Poetic Justice는 인과 응보, 혹은 권선징악이라는 뜻입니다. 구글에 검색만 해봤어도 5초만에 알 수 있는 내용입니다.

    이 외에도 이 책은 온갖 비문과 잘못된 번역으로 넘쳐납니다. 좀 과격하게 말하면 번역 초안으로도 별 가치가 없어보입니다. '시적 정의'를 비롯해서 한국어에서 전혀 사용되지 않는, 아무 의미없는 표현들이 무책임하게 남발되고, 독서가 아니라 추론으로 단어를 이해해야합니다. The genre를 '장르'라고 번역한 것도 어이가 없었습니다. 문맥상 The genre는 '서사문학' 혹은 '소설'을 가리키고 있었는데, 그걸 '장르'라고 번역하면 어떡합니까? 이같은 오류는 하나하나 세기도 힘듭니다.

    동저자의 "인간성 수업"을 추천합니다. 번역도 훌륭하고, 내용적으로도 마사 누스바움의 사상을 접하기에 참 좋습니다. 제가 이렇게까지 신랄하게 코멘트를 쓴 것은, 제가 마사 누스바움의 사상에 큰 애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인간성 수업"을 정말 인상적으로 읽었고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시적 정의"를 먼저 읽고 크게 실망했던 저는 하마터면 "인간성 수업"을 읽지 않을 뻔 했습니다. 교양 교육원의 "인간성 수업" 특강이 아니었다면 아마 읽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다른 독자 분들의 독서 경험이 방해받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그리고 마사 누스바움의 "인간성 수업"이 널리 읽혔으면 좋겠다는 공익적인 생각에서 코멘트를 다소 강하게 적었다는 점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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