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쁜 페미니스트 작가 Gay, Roxane 출판 사이행성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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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사상이든 극단적인 것은 좋지 않습니다. 세계사, 한국사를 조금만 공부해 봤더라도 이 빠와 까가 얼마나 세상을 난장판으로 만들 수 있는지 목격할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현재 한국 사회를 보노라면 "한남소추와 쿵쾅메갈이 넷상에서 서로에게 총질을 하고 있는 우스꽝 스러우면서도 처연한 광경"이 눈에 많이 띕니다. (이 말은 김거니 씨의 82년생 김지영 영화 리뷰에서 따온 구절입니다. 현 상황을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기억에 남아 인용합니다.) 페미니즘은 분명 암묵적으로 존재하던 문제들을 수면위로 올리는 데에는 성공하였으나, 이 사상을 이용하는 일부에 의해 그들의 입맛에 맞게 곡해됩니다. 그리고 이 래디컬 페미니즘 추종자들에게 '공격받았다' 생각하는 또 다른 일부는 저 다른 극단으로 모여 페미니즘 전체를 까내리기 바쁘죠. 그래서 수면 위로 떠올랐던 문제들조차 논의가 되지 못한 채로, 결국 우리 모두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게 재갈을 물려버립니다.

    저 또한 한명의 여자로서, 엄마와 외할머니와 할머니를 보고 큰 사람으로서, 페미니즘에 무관심할 수 없습니다. 세대를 거듭할수록 확실히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은 느끼지만, 아직 체계의 변화가 세대의 변화를 따라오고 있지는 못합니다. 아마 체계의 변화는, 각자의 상처와 희생들을 이해하고자 노력하고, 공감하고자 대화하려는 모든 과정 후에 따라오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금처럼, 자신의 상처와 희생을 훈장처럼 내세우고 으스대려는 일부의 태도들은 시대착오적일 뿐이고, 어쨌든 이루어져야 할 논의들을 늦출 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제목인 ‘나쁜 페미니스트’라는 말이 참 와닿습니다. 작가가 말하듯이 ‘나쁘다’라는 말은 일정 기준에 완벽하게 부합하지 않는다는 말을 의미합니다. 설령 사상이 완벽한 것이다 하더라도, 인간이기에, 그리고 자신의 삶이 아닌 이상 완전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없기에 사상을 이용하는 우리는 모두 한계를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완벽한 페미니스트가 되기를 바란다는 것 자체가, 처한 환경과는 모순되는 말입니다. 그리고 ‘완벽한 페미니즘’이라는 기준 자체가, 그 사상의 극단으로 치닫을 수 있는 위험성이 있는 말이라고도 생각합니다. 책을 읽다 말고 갑자기 쓰고 싶어진 글이어서 다소 정리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책을 끝까지 읽고 다시 서평을 쓰고 싶네요.

    성별이, 진영과 한계가 아닌 또다른 가능성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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