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친절한 계몽.
문체가 그러해서인지, 말들이 송곳같다는 생각은 안든다. 날 것의 문장을 사랑했으니 조금 싱겁기는 했다. 하지만 이내 종이 위에 뜬 부드러운 활자를 어루만져보건대, 감히 내칠 수 없는 에세이이다.
하나의 타이틀 아래의 4페이지 글. 소재는 다양하지만 그리 무겁지도 않다. 그렇다고 해서 쉬이 읽을 수는 없다. 돌부리에 걸릴 사람은 걸린다. 그 양상은 부드럽다. 안에 송곳이 자라는 방식이 아니어서 가시적이지는 않으나, 검은 덩어리를 커다랗게 감싸안아 어느새 그 온기로 녹이는 듯한 기분이 든다. 아주 천천히, 따스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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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것들의 구원 출판 천년의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