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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공모전 우수작
제목: 이웃으로 살아가며
학과: 치의학과, 이름: 허*영, 선정연도: 2019
내용: 어느새 날씨가 쌀쌀해졌다. 원래라면 사람들이 히트텍을 사러 유니클로에 갔을 텐데, 올해는 다르다. 가지 않는다. 사람들은 여전히 불매 중이다. 나의 불매는 지난 여름방학부터 시작되었다. 친구들과 일본 여행을 계획하여 모든 준비가 끝난 상태였을 때, 뉴스에 일본의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일본이 위안부, 강제 징용 등의 면에서 한국 정부와 마찰이 생기자, 이것을 이유로 한국 경제에 제재를 가했다는 내용이었다. 사람들은 불매 운동을 시작했고, 일본행 비행기의 예약 취소는 빈번하게 일어났다. 나는 처음에 버텨보려고 했다. 나의 여행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있었고, 그전에는 이 문제가 해결되리라고 기대를 품었다. 그러나 이 생각은 나에게 더 높은 수수료를 요구했을 뿐이었다. 결국 비행기를 취소한 나는, 매우 화가 났다. 이런 일을 벌인 아베가 너무 싫었고 그런 지도자를 뽑은, 정치에 관심조차 없는 일본 사람들에게도 화가 났다. 한국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긴 일본의 모습을 보여주는 뉴스를 보며 코웃음을 치기도 했다. ‘꼴좋다.’라는 생각이었다.
나의 그런 생각은 불매로 이어졌다. 무엇인가를 살 때 ‘Made in Japan’은 아닌지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고 며칠간은 일식도 먹지 않았다. 이번을 계기로 생각보다 많은 일본 제품, 일본 브랜드가 생활 속에 녹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대체품으로 국산 제품을 찾게 되었으며, 일본 제품 사용과 일본 관광을 꺼리게 되었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랬다. 원래는‘우리나라 사람들은 일본을 싫어하는 척하는데, 사실은 좋아한다.’라는 말이 있었다. 말로는 싫다고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만큼 일본에 자주 놀러 가는 사람들이 또 없었다. 부산대학교 앞에만 해도 수많은 일식집이 있다. 그만큼 일본의 문화를 가까이해 온 것이다. 그랬던 사람들이 변했다. 물론 일본의 경우 무역 의존도가 그리 높지 않기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렇게 한다고 해서 큰 타격을 입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것이 그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생긴 작은 변화일 뿐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위와 같은 인식이 생겼다는 사실만으로 의미가 있다. 나는 이것이 앞으로도 계속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나 일본 문화를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지만, 나는 ‘아베를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은 보지 못했다. 다들 차라리 싫어하는 편이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반감을 사는 아베는 어떤 사람인가? 아베는 조선 총독을 지낸 아베 노유부키의 친손자로, 일본의 우파를 대표하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아베 총리는 2013년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단행하였고, 지금까지도 그곳에 공물을 보내고 있다. 주변국들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전범들을 미화하고, 과거의 일본을 찬양하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총리 아래에서 일본은 점점 우경화되고 있으며, 국민들은 이런 것에 관심조차 없다는 것이 원래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이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더 큰 집단이 아베 정권을 쥐고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것이 바로 ‘일본회의’이다.
일본회의는 우파 인사들의 모임이라고 보면 되는데, 이는 ‘국민회의’와 ‘일본을 지키는 모임’이 합쳐진 집단이고, ‘생장의 집’이라는 종교단체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외신들은 이를 ‘극우 로비 단체’, ‘아베 내각을 좌지우지하는 집단’ 등으로 평가하는 데에 반해 일본 내에서는 이에 대해 쉬쉬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일본회의에는 다수의 국회의원들이 속해 있으며, 이들은 점점 몸집을 늘려가고 있다. 이들은 지금까지 많은 일들을 해왔다. 선택적 부부별성 제도 반대 운동, 국기 국가법 제정 운동, 외국인 지방참정권 반대 운동, 야스쿠니 신사 20만 참배 운동, 교육 기본법 개정 운동 등이다. 이들을 살펴보면 전쟁 전의 일본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회귀적 성격과 변화를 지양하는 보수적 성격을 띠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본회의의 목표는 헌법의 개정이며, 헌법을 옹호해야 할 아베 총리조차 이에 앞장서고 있다. 위와 아래가 서로 밀접한 관계가 되어 협력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에서 좌파의 목소리는 매우 작아져 왔다. 그 배경에는 주변국의 큰 경제성장으로 인한 상실감과 경기 침체로 인한 불안감이 있었는데, 이것이 일본을 특별한 나라로 보는 미디어가 성행하게 하였다. 그리고 이것은 아베와 일본회의의 주장과 닮아있었다. 일본 전체가 그러한 병에 걸린 것이다. 아베는 여전히 50%대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역사 다시 쓰기와 헌법 개정을 빠른 속도로 추진하고 있다. ‘아베적인’ 것들이 난무하는 상황을 국민들이 그냥 지켜보고 있다는 점에서 이미 일본이 일본회의에 잠식되었다고 진단할 수 있다. 이렇게 한쪽 집단이 비대해지고, 국민들은 이에 무관심한 상태가 지속된다면, 일본에서 진정한 민주주의를 찾는 일은 어려워지지 않을까? 천황의 제국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닐까?
나는 일본 사람들이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지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우선은 한 집단 안에 있는 사람이 그 집단에 대해 객관적인 평가를 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집단의 구성원은 필연적으로 그 집단의 가치관, 상황 등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한 발짝 떨어져서 그 집단을 바라보기란 쉽지가 않다. 이러한 역할을 해주어야 하는 것이 언론인데, 일본에서는 언론 또한 우익에 물든 채로 침묵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 사람들은 지금 일본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을 수 있으며, 문제를 인지하더라도 객관적인 판단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수 있다.
다음으로, 교육이 문제라는 생각을 했다. 교육이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한 사람이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에 큰 영향을 미치며, 한 번 정립된 가치관은 바꾸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일본 사람들의 경우 일본이 과거에 저지른 잘못에 대해서는 거의 배우지 않는다. 일제 강점기, 위안부 등의 단어를 들어보지 못한 채 졸업하는 학생들이 대다수이다. 반면에 원자력 폭탄과 같은 것을 다루면서 일본이 피해자라는 식으로 학생들을 가르친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 사람들은 아무런 죄책감을 가지지 않는다. 또한 미디어를 통해 일본은 우월한 나라, 아름다운 나라라는 생각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게 되는데, 이것은 자문화 중심적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A급 전범의 자손인 아베가 20, 30, 40대에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에서도 이를 엿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사람들이 정치나 사회에 무관심하다. 일본의 투표율은 낮은 것으로 유명한데, 50%를 넘기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권자의 약 20%만이 자민당을 지지한다고 하는데, 그들만으로도 정권이 결정되는 것이다. 투표율이 낮은 상황에서 정치 인사들이 장기적으로 권력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다. 아베는 이미 3연임에 성공했고, 4연임을 들먹이고 있다고 한다. 이것을 독재가 아니면 어떤 단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 누군가는 일본 사람들은 죄가 없고 나쁜 것은 일본 정부라고 말한다. 그러나 일본 사람들은 무관심이라는 죄를 지으며 살아가고 있다. 정치인들이 알아서 해줄 것이라는 생각으로는 그들이 원하는 미래를 맞을 수 없다. 그냥 정치인들의 입맛대로 끌려가는 것밖에는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일본은 변화할 수 있을까? 나는 잘 모르겠다. 책에 기술된 것과 같이 일본회의는 뿌리에서부터 머리에서까지 집요한 활동을 벌이고 있고, 이들을 저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또한 사람들의 가치관 변화를 위해서는 교육과 미디어의 변화가 필요한데, 정치인들과 권력가들의 힘 없이는 이 또한 어렵다. 그러나‘일본 회의의 정체’와 같은 책이 나오는 것을 보면 일본 내에도 깨어있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은 분명하다. 만약 이들이 대다수의 유권자들을 공감을 살 수 있다면 헌법의 개정을 막고 아베를 저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일본 사람들이 각성하여 국민적이 운동을 펼친다면 ‘민주주의’ 국가에서 무엇인들 못하겠는가?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들’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이들이 변하면 일본도 변한다.
‘일본회의의 정체’를 읽으면서 든 생각은,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생각보다 잘 발달 되어있다는 것이었다. ‘수많은 민주 항쟁을 통해 일궈낸 민주주의’, ‘피 흘려 만들어낸 민주주의’라는 것은 역사책과 영화에서 많이 배웠지만, 시끄러운 정치계를 보면서 잘하고 있는 게 맞는지 여러 번 의심했었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를 보면서 여러 개의 정당이 서로를 견제하고, 약 57~77%의 투표율을 보여주는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더욱 발전한 형태라고 느껴졌다. 또한 국민들이 나서서 독재 정권을 몰아내고, 지금과 같은 제도를 만들어 낸 것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일이 일본에도 일어나서 회귀적 사고를 멈출 수 있다면, 한일 관계 정상화와 일본의 과거 청산 또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꼭 그렇게 되기를 소망한다. 이웃으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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