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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고?
학과: 경제학과, 이름: 김*우, 선정연도: 2015
추천내용: “왜 한국을 떠났느냐. 두 마디로 요약하면 ‘한국이 싫어서’지. 세 마디로 줄이면 ‘여기서는 못 살겠어서’. 무턱대고 욕하진 말아 줘. 내가 태어난 나라라도 싫어할 수는 있는 거잖아.”(10p) 한국이 싫어서. 이 짧고 분명한 제목의 소설은 말 그대로 “한국이 싫어서” 한국을 떠나 새로운 사회에서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젊은이의 이야기다. 주인공 계나는 살아도 살아도 도무지 팍팍하기만 한 한국 사회에 환멸을 느끼고 이민을 결심한다. 그렇게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슬슬 결혼을 고민하던 연인과도 헤어지면서까지 호주로 떠나는 계나. 그곳에서의 생활도 녹록지만은 않지만 계나는 천신만고 끝에 시민권을 획득하고 비로소 행복한 삶을 꿈꾸게 된다.
얼마 전부터 인터넷 커뮤니티와 뉴스 댓글에서 ‘헬조선’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지옥을 뜻하는 ‘헬(hell)’과 ‘조선’(한국)의 합성어로 각종 차별과 불평등, 재난에 무책임하고 무능한 정부, 극심한 실업난 등으로 사람답게 살기 힘든 한국 사회를 자조적으로 빗댄 말이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한지 ‘헬조선’을 한 번 더 풍자한 농담도 있다. “헬조선은 사실 한국 사회에 대한 비하가 아니라, 지옥에 대한 모욕이다. 지옥은 나쁜 사람이 벌 받는 곳이지만, 한국 사회는 착한 사람이 고통받는 곳이니까.”
한국 사회의 어떤 이들에게, 취업에 실패하는 청년들은 단지 ‘노오력’이 부족할 뿐이다. 본인이 실력이 부족한 것을 사회 구조가 잘못됐다느니, 불공평하다느니 불평하는 것은 ‘루저들’이나 하는 짓이다. 성차별, 학벌 차별을 비롯한 수많은 차별은 부족한 일자리나 사회적 자원을 분배하기 위한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수단으로 둔갑한다. 각종 재난에 무능력하고 무책임한 모습을 드러낸 정부를 비판하면 ‘빨갱이’로 몰리기에 십상이다. 그냥 웬만한 억울함, 서러움, 모멸감에는 조용히 입 닫고 살아야 한다. 그렇게 세상이 하라는 대로 묵묵히 살아온 ‘착한’ 우리는 당장 생존을 위해 행복을 요구할 권리마저 박탈당한다.
난 정말 한국에서는 경쟁력이 없는 인간이야. 무슨 멸종돼야 할 동물 같아. 추위도 너무 잘 타고, 뭘 치열하게 목숨 걸고 하지도 못하고, 물려받은 것도 개뿔 없고, 그런 주제에 까다롭기는 또 더럽게 까다로워요. 직장은 통근 거리가 중요하다느니, 사는 곳 주변에 문화시설이 많으면 좋겠다느니, 하는 일은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거면 좋겠다느니, 막 그런 걸 따져. (11p) 이 대목에 격하게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필자는 그렇다. 계나는 자신이 한국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자신의 무능력 탓으로 돌린다. 자신이 한국 사회에는 어울리지 않는 종류의 인간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자. 정말 계나가 이상한 걸까. 사실 대다수 사람이 통근 거리를 중요하게 여기고, 사는 곳에 문화시설이 많기를 바란다. 직업이 생계 수단을 넘어 자아를 실현하는 방식이 되기를 원하는 것도 자연스럽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이런 자연스러운 욕구를 지닌 사람은 경쟁력이 없는 사람으로 치부된다.
계나가 한국을 떠나 호주로 간 이유는 결국 한 마디로 ‘사람답게 살고 싶어서’다. 행복하게 살고 싶어서. “사람은 가진 게 없어도 행복해질 수 있어. 하지만 미래를 두려워하면서 행복해질 수는 없어. 나는 두려워하면서 살고 싶지 않아.”(160p) 한국에서는 끊임없이 미래를 두려워하면서 살아야 하는데 계나는 더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 행복해지고 싶다.
헬조선을 떠나 호주에서 두 번째 삶을 시작하려는 계나. 그녀는 행복을 되찾을 수 있을까. 어쩌면 그녀의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전 세계적인 경제난이 호주라고 피해가지 않을 것이며, 한국과 다른 문화, 동양인에 대한 차별 등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예상하지 못한 불행이 찾아올 수도 있다. 하지만 ‘익숙한 불행’과 과감히 결별하고 ‘낯선 행복’을 찾아 용기를 내 발걸음을 옮긴 것만으로도 그녀의 삶은, 삶에 대한 태도는 전과 완전히 다를 수밖에 없다.
한국이 싫어서. 그래서 ‘더는 여기서 이렇게는 못 살겠다’면 남은 선택지는 사실 두 개부터 시작한다. 남거나, 떠나거나. 그런데 지금까지의 담론들은 대개 남는 것을 기본 전제로 했다. (어쨌든 남아서) ‘바리케이드’를 치고 ‘짱돌’을 들고 ‘연대’를 해서 맞서자는 쪽과 남들보다 독하게 스펙을 쌓아 앞서나가라, 그리고 (원한다면) 세상의 규칙을 정하는 ‘룰러(ruller)’가 되어 세상을 바꾸라는 쪽. 모두 남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하지만 이 책은 과감히 선택의 첫 단계부터 돌아보라 말한다. 행복을 위해서는 꼭 남지 않아도 된다고, 떠나도 된다고.
어떤 이들은 말한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고. 하지만 중이 다 떠나면 절은 어떻게 될까. 모두가 행복을 찾아 한국을 거부해버린다면 한국 사회는 크게 요동칠 것이다. 행복이라는 개인적으로 보이는 목표를 위한 움직임이 어떤 방향으로든 한국 사회를 바꾸는 동력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보면 개개인의 행복은 결코 개인의 노력만으로 달성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최소한 여기서 이렇게는 못 살겠다고, 지금과는 다르고 근본적인 방식으로 표명하는 것. 너무 거창하다면 언제 돌려받을지 모르는 행복을 익숙함에 속아 저당 잡히지 말고 당장 행복해지기 위해 무슨 노력이든 하자는 것. 그것만으로도 소설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메시지는 분명해 보인다.
아직 떠날 준비가 안 됐다면 우선 이 책을 읽으면서 천천히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 심지어 분량도 얇다. 세상의 모든 고민이 결국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로 귀결된다고 믿는다면, 그래서 ‘더는 여기서 이렇게는 못 살겠다’는 고민도 마찬가지라고 본다면, 해답은 언제나 그랬듯이 문제 속에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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