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학교 도서관

제목: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죽을 것인가
학과: 언어정보학과, 이름: 최*정, 선정연도: 2016
추천내용: 요즘 도서 시장에 자기계발서, ‘힐링’을 표방하는 서적이 참 많습니다. 그만큼 우리 현실이 무겁고 힘들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일 것입니다. 아쉽게도 제 경우에는 그런 타겟층이 특정되어, 훈수를 두거나 구체적으로 지침을 주거나, 아니면 막연한 위로를 하는 책들로부터 그다지 긍정적인 영향을 받지 못했습니다. 어른의 입장에서 ‘~해라, 하지마라, 원래 그래, 열심히 살아라’등 가르침으로 가득 찬 책을 읽고 나면 어쩐지 심적인 부담감이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20대여, 떠나라! 해외로! 도전하라!’하고 용기를 주는 책에서도 큰 감흥을 느끼지 못합니다. 그럴 만큼 지금 취업준비생인 제가 금전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대단히 여유롭진 못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제게 자기계발서가 아님에도 그 어떤 자기계발서보다 더 강한 동기부여가 됐고, 소위 ‘힐링’이라는 단어로 범벅하지 않았음에도 그 어떤 위로보다 마음에 와 닿았던 책이 한 권 있습니다. 유시민의 <어떻게 살 것인가>입니다.

제가 아주 많은 책을 읽은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유시민은 제가 아는 작가 중 철학적이고 어려운 이야기를 일상적이고 편한 언어로 풀어 쓰는, 가장 대단한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유시민이 처음으로 낸 자전적 에세이인데, 자신의 삶을 회고하며 평소에 ‘사는 것’과 ‘죽는 것’에 대해 나름대로 고민하고 막연하게 느끼던 것을 담백하고 간결하게 풀어냅니다. 작가의 이 담담한 숙고가 느껴지는 문장을 읽다보면, 읽다가 나도 잠시 멈추어 생각하며 따라가다 보면, 그 내용이 지침이나 교훈이 전혀 아님에도 오히려 위로와 치유가 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삶의 존엄과 인생의 품격은 스스로 찾아야 한다. 죄악과 비천함에서 자기를 지키는 것만으로는 훌륭한 삶을 살 수 없다. 악당이나 괴물이 되지 않았다고 해서 훌륭한 것은 아니다. 무엇이 되든, 무엇을 이루든, ‘자기 결정권’ 또는 ‘자유의지’를 적극적으로 행사해 기쁨과 자부심을 느끼는 인생을 살아야 훌륭하다고 할 수 있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작가는 책 전체에 걸쳐 우리가 무엇을 이루든, 무엇이 되든 우리의 자유의지와 자기 결정권을 갖고 살아가길 강조합니다. 삶과 죽음은 동전의 양면처럼, 하루의 삶은 하루만큼의 죽음입니다. 그래서 작가는 삶에 대한 이야기 못지않게 죽음에 관한 깊은 생각도 담담하게 풀어놓습니다.
“삶이 찰나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사람다운 삶을 제대로 살 수 있다. 그것을 모르는 삶은 그저 조금 더 길기만 할 뿐 하루살이의 삶과 근본적으로 다를 것이 없는지도 모른다. 영원한 것은 어디에도 없다.”
내가 나로 산다는 것. 내가 내 의지대로 산다는 것. 얼핏 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지만 생각보다 참 어렵습니다. 그러나 나에게 주어진 삶의 의미를 내 힘으로 찾고, 설계해나가야만 마지막 순간에 자신의 인생을 기꺼이 긍정할 수 있는 좋은 죽음을 위한 준비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요? 어떻게 죽을 것인가요?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의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질문을 듣자마자 머리가 멍해지고 아무 생각이 나지 않을 것입니다. 살면서 거의 받아보지 못했던 질문일 것이고, 한 몇 초, 몇 분을 고민해도 실마리조차 보이지 않겠지요. 작가와 마찬가지로 저 또한 어렸을 때 어른들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삶의 목표가 무엇인지 묻기 보다는 ‘무엇’이 되고 싶은지 물어 보셨습니다. 먹고 살기도 힘든 와중에 이런 고민을 할 틈도 없었고, 고민을 한다 해도 당장 제 삶이 크게 바뀔 것 같지 않았습니다. 이런 어려운 고민보다는 조금 더 쉬운 생각을 하고, 쉬운 마음으로 살고 싶었습니다. 안그래도 저는 할 일이 너무 많으니까요. 그래도 100년이나 살면서, 한번쯤은 해봐야 하는 고민이지 않을까요?
‘어떻게 살 것인가.’
사회에 본격적으로 발을 디디기 전, 현재 학생인 학우들과 꼭 함께 읽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끌려가는 삶이 아니라, 우리들의 깨어있는 삶을 위해 이 긴 삶을 어떻게 하면 더 나답게 살고, 더 아름답게 죽을 수 있을지 치열하게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