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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공모전 우수작
제목: 독서광에게 건네는 선물 <독서의 역사>
학과: 중어중문학과, 이름: 김*정, 선정연도: 2019
내용: <독서의 역사>는 사 백 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이지만 기존 역사책들의 연대기 순 사건 병렬식 방법을 탈피하고, 독서를 이루는 요소 각각이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의 순서대로 역사를 설명한다. 그래서 독자로 하여금 독서 과정 중 책을 다시 펴게 되는 순간마다에서 느끼게 되는 낯선 감정과 같은 불편함을 덜게 해준다. 또한 역사책이라는 타이틀에 맞게 책 내용은 생소한 인물들의 등장과 복잡다단한 사건들이 시간을 종횡무진 거슬러 오르며 장구하게 서술된다. 그러나 표면상 그저 하나의 역사 이야기 이지만, 쌀을 씹으면 씹을수록 단내가 나는 것과 같이 이 책도 곰곰이 생각하고 다시 볼수록 작가 알베르토가 전하고자하는 깊은 지혜를 통찰 할 수 있다.

첫 번째 챕터에서 저자는 앞으로 나올 이야기가 연대기 순으로 엮여진 것이 아님을 확실히 했다. 나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쉽게 이해하지 못했지만,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되고 알 수 있었다. 독서와 사색을 즐기는 나는 종종 그런 순간을 경험한다. 과거와의 조우, 깊은 사색으로부터 얻어진 통찰을, 어느 날 어느 철학자의 저서 속에서 보게 되었을 때, 나의 생각이 이미 누군가가 한 것의 반복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의 상실감, 역설적으로 나의 생각이 저명한 철학자의 수준에까지 닿았다는 느낌, 그 기쁨. 복잡한 감정과 함께 끊임없이 저자와 대화하고 씨름하며, 더욱 발전된 새로운 개념을 알게 되는 것, 나아가 그것마저 철학자의 유령을 답습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는 것, 이런 나 자신의 이야기가, <독서의 역사>의 ‘역사에서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는 사실에, 필자는 깊이 감동받았다. 작은 것에서 큰 것까지, 모든 것의 역사는 일정 부분 상통하는 것이 있다는 가르침을 얻게 되었다.

본 저서는 독서의 기법이나, 자세에 영향을 끼친 중요했던 역사적 순간들을 하나하나 서술하고 있었다. 챕터의 끝자락에 가서 자신이 이런 역사적 사건들을 통해 어떤 생각을 하게 되는지에 대해 한 두 페이지 정도 저술하지만, 그것을 제외하자면 너무나 담백했다. 역사에 대해 조금 알 수 있다 뿐이지 딱히 유용한 부분을 발견하지 못했던 나는 책에 큰 흥미를 느낄 수 없었다. 그러나 작가의 생각을 반영한 부분을 발판삼아, 다시 보니 그제서야 이 저서를 즐길 수 있었다. 나는 작가의 생각을 보며 나의 경험에 저서 속 역사 이야기를 대입해보았다. 이러한 방법을 통해서 나는 작가와는 차별된 방식으로 사색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나의 공책에 많은 생각을 담을 수 있었다. 앞서 말했듯이 본 저는 맨 쌀밥 같은 책이다. 그냥 꿀떡꿀떡 삼켜 넘겨서는 공허하게 시간만 낭비하게 되고 배만 더부룩하다. 마음 같아서는 나의 노트 속에 담긴 감상을 모두 나누고 싶지만, 그 내용이 너무 방대하여 특별히 즐거웠던 경험 몇 가지만 공유하고자 한다.

독서는 언제나 권력자에게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다. 독서행위는 인간에게 정신적 자유를 쥐게 해주었고, 힘을 갖게 해주었다. 그렇기에 독서의 이득을 충분히 누린 권력자는 독서의 무서운 파괴력을 정확히 파악하는 셈이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역사적으로 검열과, 낙인이라는 효과적인 도구를 사용해, 독서가들을 반동분자 또는 얼간이로 만들어버리고, 독서행위를 지탄했다. 그러나 지혜와 자유를 사랑하는 인간들, 글의 맛을 보게 되어버린 인간들은, 그러한 탄압 속에서도 독서에 대한 갈망을 멈추지 못했다. 물론 지독한 수준의 체벌은 그러한 독서편력을 조금은 수그러들게 만들었지만, 당시 금지된 독서를 어떻게 든 해내는 독서가들의 몸부림은, 나로 하여금 어쩌면 독서가의 운명은 하늘이 정해준 필연이 아닌가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들이 책에 집착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독서가 선사하는 거부할 수 없는 지혜와 자유 때문인 것 같다. 지금까지도 독서광들은 때때로 멸시당한다. 독서광들을 모욕하는 이유도 가지 각색인데, 현실에 벗어난 도피자, 실생활과는 거리가 먼 뜬구름 잡는 소리만 하는 인간 등의 이미지가 주를 이룬다. 나는 이렇게 무시당하는 독서의 행위를 좋아하고 말았다. 이런 나 자신의 모습이 경멸스러웠던 적도 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남들의 지탄에 나는 스스로 그럴듯한 이유를 만들어 냈다. ‘어쩌면 나는 그냥 독서를 하는 나의 모습을 좋아하는 것이 아닐까? 나는 그냥 사회가 두려워 책 속으로 가상의 세계 속으로 도망친 것은 아닐까? 어쩌면 나는 지적 우월감에 취해 있는 위선자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이런 생각들은 내가 독서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인지한 순간부터 지금까지도 여전히 나를 괴롭혀 온다. 이것은 어쩌면 독서가의 숙명일지도 모른다고 알베르토 망구엘 또한 말했다. 나와 같은 고뇌에 고통받았을 역사 속 인물들이 어떠한 삶을 살아갔는지를 알아보는 것을 통해 나 또한 조금은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

또한 저자의 독서 일대기에서 나의 이목을 사로잡았던 구간은 저자가 서점에서 일할 당시 소설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부탁으로 그에게 책을 읽어주는 일을 맡게 되었던 이야기다. 그 인연은 저자가 더욱 넓은 독서의 세계를 접하고, 문학의 대가와 대화할 기회를 끝없이 가짐으로써, 다양한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한 명의 독서가로써 그러한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은 커다란 행운이다. 필자는 행운을 붙잡게 된 저자에게 부러움을 느꼈다. 눈 먼 소설가와 단 둘이 독서모임을 하게 된 격이었다. 나는 그런 기회를 얻게 된 망구엘을 부러워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하지만 마지막 페이지를 끝으로 책을 덮었을 때 나는 생각했다. ‘만났다.’ 망구엘에게 호르헤스가 다가왔듯, 나에겐 망구엘이 다가왔다. 망구엘에게 새로운 삶을 주었던 호르헤스처럼, 망구엘은 나에게 새롭게 탄생할 방법을 들고 나를 찾아왔다. 그제서야 깨닫았다. 운명은 다가오는 것이 아니다. 만드는 것이다. 나에게 호르헤스는 없지만 <독서의 역사>가 있다. <독서의 역사>가 없었더라면 또 다른 무엇인가 있었을 것이다. 내가 원하는 것이 독서가로서 한단계 성장하는 것이라면, 나는 어떤 인연도 각성의 계기로써 잡게 될 수 있었을 것이다. 망구엘이 호르헤스를 만나게 된 것은 특별한 일이지만, 전례 없는 행운은 아니었다. 나 또한 이렇게 망구엘이 누렸던 행운을 톡톡히 누리고 있지 않은가?

독서 행위의 발전과정을 설명하는 대목에서 낭독에서 묵독으로, 찰흙덩이에서, 8절지로, 그리고 텍스트의 내용까지, 많은 것들이 변해왔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그 중 가장 이목을 끌었던 것은 내게 너무나 익숙한 독서의 방식인 묵독이, 과거에는 전혀 상상도 할 수 없는 방식이었다는 것이다. 그 시대 사람들은 어째서 그렇게 소리 내어 책을 읽을 생각밖엔 못했을까? 아마 경험하지 못한 것은 있을 수 없다는 연역법적인 생각이 그 당시에도 존재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에 한 단계 발전하는 데는 너무나 힘든 단계를 건너야 하는 것이다. 아마도 그런 이유로, 인류는 큰 고통에 직면하고, 벗어나는 것을 반복하는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그러한 시련이 닥치기 전에, 과거를 통해 배운다면, 그래서 우리에게 더 나아질 구석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다면, 세상이 조금 더 평온해질 것이다. 나는 <독서의 역사> 눈으로만 읽는 독서 챕터에서 그것을 상기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나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지금의 나도 어떤 일이든 너무 당연하게 해오고 있었던 것 같다. 어쩌면 지금의 삶, 그리고 내가 하는 모든 일들이, 더 나은 수준으로 더 세련된 형태로 개선될 여지가 있을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매 순간 권태롭게 살아가는 나의 삶이 조금 부끄러워졌다.

독서는 언제나 즐겁다. 그러나 외롭고 힘들다. 그리고 두렵기도 하다. 텍스트를 왜곡하여, 나의 생각에만 심취하게 되는 것, 읽어도 얼마 안가서 잊어버릴 책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 쏟아지는 수많은 문서에 비해 너무나 적은 책을 읽는 것 등에 대한 두려움은 내가 과연 잘하고 있는 것인가 의문이 들게 만든다. 작은 방안에 틀어박혀 책을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세상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세상과 소통 하고싶은 생각도 들지만, 매일같이 쏟아지는 텍스트들은, 날 무섭게 한다. 독서를 쉴 땐 내가 뒤처지는 듯 느껴지고, 그래서 더욱 멈출 수 없게 된다. 그렇게 독서에 빠진 채, 세상과 단절되고 만다. 그리고 끝에 가선, 읽었던 것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러면서도 그만둘 수가 없다. 정말 속 편한 것 같지만, 독서가에게도 고충이 많다. 독서인구가 극히 적은 한국에서 마음이 맞는 친구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그렇기에 외롭다. 이런 나의 고민들 고충들, 들어줄 사람도 이해해줄 사람도 없다. 그래서 독서의 역사는 친구 같았다. 나 말고도 비슷한 삶을 사는 독서가들의 삶이 어땠는지 알 수 있었고, 책에 미친 모습은 아름다웠다. 나도 그렇구나, 안심했다. 거기에 더해 내가 어디까지 왔는지도 알 수 있었다.

나에게 독서는 글을 읽는 것 그 이상을 의미한다. 책과의 교류, 만남. 책을 구성하는 크림 빛 페이지와 그 내음, 책의 여백에 간간히 기록된 나만의 기억, 생각 그리고 책장 속 아름답게 진열된 자태, 그 모든 것이 독서의 한부분이다. 인쇄 공장에서 대량 생산되는 책들 중 단 하나, 우연히 나와 조우하게 되어, 생명을 얻게 된 나만의 것, 나의 책이란 그런 의미다. 그리고 그렇게 그것들에 의미를 부여하게 될 때 나는 진정 독서를 하게 되고, 머리 위 떠다니는 문자의 구름 속에서 나는 나만의 침묵에 빠져, 나의 정체성, 나의 세계관을 건조한다. 책과 교류하는 나만의 특별한 방법인 줄 알았던 것이, 오래 전부터 행해진 독서가들의 전유물이라는 사실을 망구엘의 담담한 고백을 통해 알게 되었을 때에, 나는 묘한 쾌감이 느껴졌다. 역시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독서가로서의 성장단계는 대체로 비슷했다. 저자의 자전적 기록을 보며 나는 나의 역사를 떠올렸다. 글을 읽게 되고, 새로운 세계를 접하고, 모든 경험과 지식을 알게 된 것과 같은 착각에 빠지고, 또 다시 깨부서지고 뒤흔들렸던, 그러했던 나의 순간들. 여전히 생생하고, 감명 깊다. 그런 감탄을 자아내는 경험이 모든 독서가들의 공통된 경험이라고 생각하니, 정신이 아찔했다. 거기에 더해 이제 나는 뭘 더 알게 될지 어떤 경험을 할지 궁금해졌다. 그렇게 독서의 역사를 나를 투영해 보았고, <독서의 역사>에서 앞으로 내가 걷게 될 독서가로서의 길은 무엇인지, 나는 어디까지 온 것인지, 그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역사책이 으레 그렇듯, 책 속 수많은 사건 수많은 인물들 중 내가 정확히 기억하는 정보는 많이 없다. 그렇지만, 장구한 역사 속 수많았던 독서광들의 편집증에 가까운 독서편력에서 나는 독서가로써 지녀야할 진정한 자세를 조금은 엿볼 수 있었다. 본 책은 독서가가 책을 읽을 때에 어떤 자세로 읽어야 하는지,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왜 읽어야 하는지, 독서가의 몸가짐과 마음가짐은 어때야 하는지에 대해 자세히 담고 있다. 물론 작가 알베르토 망구엘은 독서의 역사는 끝나지 않는다며, 담지 못해 아쉬웠던 이야기들과, 아직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이야기들 또한 많다고 했다. 그것은 우리 독서가에게 아직도 알아 가야할 것이 많다는 것을 알려주는 하나의 암시라고 생각한다. 책에 적힌 것들만 익히더라도, 고수 독서가로서의 자질은 충분히 갖출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진정한 독서가가 된 후에 저자가 마지막으로 남긴 <독서의 역사>에 적혀지지 못한 뒷이야기를 채워 나가라는 임무를 수행하며 살아간다면, 그것이 바로 독서가의 삶, 그리고 기쁨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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