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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원인 감동공유 추천글
제목: 하는 일과 해야 하는 일 사이에서
학과: 지역주민, 이름: 백*현, 선정연도: 2025
마음에 드는 글귀 또는 문장: 최악의 상황은 이제 시작이라는 걸 펄롱은 알았다. 벌써 저 문 너머에서 기다리고 있는 고생길이 느껴졌다. 하지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일은 이미 지나갔다. 하지 않은 일, 할 수 있었는데 하지 않은 일-평생 지고 살아야 했을 일은 지나갔다. 지금부터 마주하게 될 고통은 어떤 것이든 지금 옆에 있는 이 아이가 이미 겪은 것, 어쩌면 앞으로도 겪어야 할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자기 집으로 가는길을 맨발인 아이를 데리고 구두 상자를 들고 걸어 올라가는 펄롱의 가슴속에서는 두려움이 다른 모든 감정을 압도했으나, 그럼에도 펄롱은 순진한 마음으로 자기들은 어떻게든 해나가리라 기대했고 진심으로 그렇게 믿었다. (121쪽)
추천하고 싶은 대상: 짧지만 기억에 오래 남는 강렬한 이야기를 읽고 싶은 사람
영화 〈이처럼 사소한 것들〉을 재밌게 보고 원작도 접해보고 싶은 사람
추천이유: 불우한 가정환경에서도 주인공 빌 펄롱은 자수성가했다. 그는 석탄 배달 업체를 운영하며 여섯 식구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이다. 제대로 된 휴일도 없이 해도 뜨지 않은 이른 새벽에 일을 나가 한밤에야 집으로 돌아오는 일상을 보낸다. 바쁜 와중에 가족들에게 줄 성탄절 선물을 챙기고, 운전 중 도로에서 본 아이를 못 본 체하지 않고 용돈을 쥐여준다거나, 직원들에게 이미 연말 보너스를 주고도 몰래 저녁 회식비를 결제하는 빌은 무척 따스한 사람이다. 넉넉하진 않아도 일상을 묵묵히 영위하던 빌은 업무 중 들린 수녀원에서 벌어진 일들을 보고 깊은 고뇌와 갈등에 빠진다. 결말 부분에서 빌이 내린 ‘사소한’ 선택에 이르기까지 어떤 내적 갈등을 겪는지 이 소설은 반복해서 보여준다.
어느 날 어머니에게 일방적으로 수녀원에 끌려 들어가는 소녀 세라를 보고 나서 빌의 마음속은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어느 날에는 또 그 소녀가 캄캄한 창고에 갇혀있었고, 또래 소녀들이 마치 교도소 수감자처럼 노역하고 통제받는 걸 목격한다. 이 모든 게 다름 아닌 수녀원에서 일어난 일이라 더욱 혼란스럽다. 수백 년간 이어진 식민지배, 대기근, 독립전쟁, 내전을 겪고도 아일랜드 사람들을 지탱해 준 건 가톨릭이라는 종교였다. 그렇기에 책에서는 마을 주민들이 종교 행사에 무척 열심히 참여하고, 성탄절이 있는 연말은 훈훈해 보인다. 하지만 이와 대조적으로 작중 날씨는 항상 스산하고 음울하며, 영화 처음과 끝을 장식하는 성당 종소리는 왠지 모르게 꺼림칙하게 들린다. 이처럼 부정적인 느낌을 주는 배경은 주인공의 복잡한심정을 드러내 주는 것 같다.
수녀원에서 있었던 일들을 보고 나서 빌은 일상 중에도 고뇌에 빠진다. 그는 창밖으로 풍경을 바라보다가 이내 과거를 회상한다. 동네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당한 걸 알고 어머니가 눈물을 삼키며 아들의 옷을 빨래할 때, 원하던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지 못해서 혼자 분을 삭일 때, 아버지도 모르는 채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급작스레 떠나보냈을 때를 생각하면 수녀원에 갇혀 도움을 바라는 아이들이 못내 마음에 걸린다. 언뜻 자기 경험에서 나오는 연민 같아 보이지만, 이야기가 빌의 과거와 현재를 뒤섞어 보여주듯 이는 연민을 넘은 공감과 이해로 이어진다.
빌이 한 행동은 사소했다. 곤경에 처한 이를 모른 척하지 않고 도왔다. 하지만 그 작은 용기가 불러온 파급 효과는 분명 엄청났다. 작중 시간은 1985년, 막달레나 수녀원 사건이 세간에 알려진 건 21세기가 되어서였다. 그동안 빌과 가족들이 겪었던 고초는 아마 식당 주인이 우려스럽게 빌에게 조언한 대로, 혹은 그 이상이었을 것이다. 누구도 알고 싶어 하지 않았던, 알면서도 굳이 입 밖에 내고 싶지 않았던 진실을 폭로한 대가다. 빌은 고독하다. 아마 가족들은 빌의 행동을 끝내 이해해주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묵묵하고 담담하게, 하는 일을 해야 하는 일로 바꾼 빌 펄롱 같은 이들에게 고맙다고 악수를 하고 싶다.
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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