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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원인 감동공유 추천글
제목: 물고기는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다.
학과: 교육대학원 교육학과 영양교육, 이름: 차*원, 선정연도: 2022
마음에 드는 글귀 또는 문장:민들레 법칙: 어떤 사람에게 민들레는 잡초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 똑같은 식물이 훨씬 다양한 것일 수 있다. (p. 226)
추천하고 싶은 대상:당연했던 사실에 대해서 한번쯤이라도 의문을 품었던 사람들과 과학도서 인문학도서를 함께 읽고 싶은 사람들
추천이유:처음에 이 책을 읽으면서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제목이 흥미로웠다. 물고기는 왜 존재하지 않는다는 거지? 라는 생각이 들었고 과학도서 일 줄 알았지만, 책을 읽으면서 하나의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빠른 속도로 읽혔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분류학자의 삶을 알 수 있는 전기이기도 하고, 작가가 부제로 나타낸 삶의 질서에 대한 인문학적인 메시지도 담고 있는 책이었던 것 같다. 책의 내용을 보면 결국 우리가 당연하다고 믿는 지식, 질서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이다. 민들레 법칙, 어떤 사람에게는 잡초지만 어떤 이에게는 무한히 다양한 것이 될 수 있다는 것. 이 민들레 법칙이 이 책의 내용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누군가 분류해 놓은 어류도 알고 보면 폐어와 연어보다 폐어와 소의 심장 구조가 더 비슷하다고 한다. 이렇듯 인간은 모호한 차이가 있지만, 그냥 어류라는 큰 범주 속에 이들을 넣어 놓은 것이고, 따라서 제목처럼 물고기는 사실 존재하지 않는다고 얘기한다. 또한, 작가는 이렇게 기존의 질서가 우리를 지배해서 우월하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인간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살아가면서 재정립하며 살아가는 태도를 통해서 나라는 사람의 주변을 사랑할 때 나는 거기서 무엇이든 될 수 있고 중요해질 수 있다고 얘기한다. 과학도서이자, 인문학적 의미를 주는 이 책을 많은 사람이 한번 읽어봤으면 좋겠다. 당연했던 사실에 대해서 한 번쯤이라도 의문을 품었던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고 그 의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별점:★★★★
독후감 공모전 우수작
제목: 잃어버린 다정함을 진화론에게 돌려준다면
학과: 한의학전문대학원 한의학과, 이름:홍*전, 선정연도: 2022
내용:
‘진화론’이나 ‘종의 기원’은 인류를 신을 배제한 채 설명하며, 현대 과학의 상징과도 같은 것이 되었고,「종의 기원」이 출판된 이래로 진화론은 인간을 이해하는 가장 일반적인 수단이 되었다. 현대 사회에서 진화론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없으며, 서로의 행동을 진화라는 잣대를 통해 설명하고자 한다. 그만큼 진화론의 탄생은 그 사회의 패러다임을 바꿀 만한 혁명적인 일이었으며, 그로 인해 우리는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틀을 얻게 되었다.

그렇다면 진화론에 다정함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을까? 적자생존, 진화, 자연선택이라는 논리로 관통되는 다윈의 철학은 얼핏 보면 다정함이나 따뜻함과는 거리가 있으며, 오히려 악용될 수 있는 여지가 다분하다. ‘진화’라는 단어는 생물이 열등에서 우월로 나아간다는 오해를 불러 일으키며, ‘적자생존’이나 ‘자연선택’ 역시 우월한 존재가 살아남고 선택받는다는 점에서 종의 위계를 암시하고 있다. 이러한 논리들은 결국 열등하고 ‘부적합한’ 사람들의 생식 능력을 빼앗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우생학적 논리로 이어졌고, 그렇게 진화론은 수많은 열등한 사람들을 살해하는 살상무기가 되었다.

이처럼 다윈의 철학은 세상을 ‘적합한’ 사람들로 동질화하는 일에 쉬이 이용되어 왔다. 하지만 이는 진화론을 완전히 오해하는 일이다. 진화는 기본적으로 다양성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다. 진화를 가져오는 원동력은 다양성 속에서 싹튼 수많은 돌연변이이며, 그 속에서 피어난 작은 차이들이 모여 우리는 낯선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그렇기에 다윈의 종의 기원은 동질성과는 대척점에 놓이는 것이다. 적자생존이나 자연선택 모두, 이를 뒷받침하는 다채롭고 풍부한 유전자풀의 존재를 전제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 또한 진화를 열등에서 우월로 나아가는 단선적인 것으로 설명할 수도 없다. 진화는 세상에 가장 똑똑하거나 힘이 센 종만을 남기기 위한 선별 과정이 아니라, 그저 그 당시에 생겨난 변화에 가장 빠르게 적응한 종이 살아남는 것을 설명하는 이론일 뿐이다. 진화는 어떠한 목적도 가지고 있지 않으며, 그저 운이 좋은 개체가 생존할 수 있을 뿐이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어린 시절 다윈의 이론에 영향을 받았고, 자연스레 생명체 사이에는 계급이 있다는 사다리 이론을 믿게 된다. 그에 따라 우생학을 열렬히 지지했으며, 미국에서 우생학이 합법화되는 데에도 기여했다. 실제로 그 당시 생겨난 법이 사라지지 않고 남아 불과 십년 전에도 교도소의 여성들이 자기도 모르는 새 불임화 수술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다윈은 차별의 근거를 마련하고 자연에 위계질서를 부여하고자 한 것이 결코 아니었다. 생명체를 계급화하는 일은 무척이나 편리하지만, 다윈은 편리한 선 너머에 있는, 하나의 생명체라는 복잡하면서도 거대한 세계를 인식하는 것의 필요성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인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곧 이 책의 논리를 관통한다. 조던은 몇십년을 물고기 연구에 바쳤음에도,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았다. 범주는 세상을 인식하는 편리한 수단이지만 동시에 판단을 흐리게 만든다. 우리는 물 속에 산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너무나도 많은 물고기들을 ‘어류’라는 하나의 범주 안에 넣어버렸고, 그 결과 개개의 물고기들은 범주 속에 가둬진 채 상실되었다. 폐어와 연어, 그리고 소를 비교할 때 우리는 그저 물 속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폐어와 연어를 하나로 묶고, 폐어와 소의 관계는 어떠한지 고민하지 않는다. 하지만 폐어를 해부해보면 연어와는 달리 폐가 있기에, 소와 더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결국, 범주화는 공통된 특성을 바탕으로 또 다른 대상을 예측하고 이해하기에 편리한 수단이지만, 동시에 대상을 지나치게 쉽게 판단하고 예측하게 만든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이다.

범주화는 차별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 차별의 씨앗은 언제나 범주화이다. 예를 들어, 인종차별의 경우 특정 인종이라는 이유로, 개개인의 개별성을 지우고 인종만으로 사람을 판단해 어떠한 특권이나 일상 속에서 그를 쉽게 배제한다. 물론, 모든 범주화가 차별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며, 범주화는 이전의 경험을 바탕으로 대상을 신속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유용한 방식이다. 하지만 범주화의 대상은 사고할 수 없는 존재나 일반적인 개념이어야지, 결코 사람이어서는 안 된다. 같은 범주 안에 있다고 해서 모두 같은 사람이 아니며, 사람에 대한 일반화는 편견을 낳고, 이는 차별을 합리적인 사고인 것처럼 포장하는 포장지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알고리즘이 아니고 인간이기에, 특성들을 환원적으로 분석하고 공통점을 찾아내 취합하는 절차 없이, 그저 한 명 한 명의 사람으로 서로를 이해해야 한다. 사람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생명체를 이해하는 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주에서 보면 하나의 티끌에 불과할지라도, 모든 생명체는 서로에게 다정한 주고받음이 되며 인간이 아닌 다른 생명체일지라도 함부로 그들에 대해 다 이해했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니까 말이다.

그러한 점에서, 이 책은 믿음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믿는다’는 말에는 당연하게도 근거가 필요하다. 종교는 가장 흔히 ‘믿는다‘의 목적어로 쓰이곤 하는데, 그마저도 무턱대고 신을 믿는 것이 아니라 나름의 근거와 체계가 있으며, 그렇지 않다면 사이비 종교가 된다. 그렇지만 데이비드의 믿음은 달랐다. 자신의 믿음에 대한 어떠한 근거도 없이, 그저 믿기로 마음먹은 본인의 생각이 그 자체로 근거가 되었다. 작가는 데이비드가 “아무 약속도 존재하지 않는 세계에서 희망을 품는 비결, 가장 암울한 날에도 앞으로 나아가는 비결, 신앙 없이도 믿음을 갖는 비결을 알려주진 않을까?”라는 기대를 갖고 그를 탐구하기 시작했었다. 개인적으로 이 문구가 무척 마음에 들었는데, 어떤 것을 믿기 위해서 신이나 거창한 세계관을 상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새롭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믿는다’는 것은 ‘사실이다’와는 다른 말이기 때문에 반드시 설득의 절차가 필요하다. 참과 거짓의 영역이 아니라 나의 세계에 그것을 통합시킬 것인지를 결정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근거 없는 믿음은 위험하며, 잘못된 근거는 그보다 더 위험하다. 다윈의 진화론을 오해한 우리는 믿음에 대한 잘못된 근거를 제공하였다. 진화론에게서 다정함을 빼앗고, 세상을 우열로 나누었으며, 세상을 풍요롭게 만드는 개성을 ‘열등’이라고 이름 붙였다. 그러나 우리는 진화론으로부터 빼앗아간 다정함을 다시 돌려주어야 한다. 우리는 진화론을 통해 서로 공감하고 소통하며, 화합해야 한다. 서로를 범주화하지 않고 그 자체로 소중한 존재로 바라보아야 한다. 진화론이 가진 다정함이란 바로 그런 것이다. 모든 존재는 그저 존재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세상을 복잡하고 신비로운 것으로 만들기 때문에, 그 자체로 소중해진다. 세상에 완전히 똑같은 개체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진화론적으로 우리 모두는 귀하다. 우리 모두는 자기만의 독특한 이름을 가지고 있고, 서로 다른 미소를 가졌다. 우리는 같은 학교에서 똑같은 전공을 가지고, 같은 강의실에서 수업을 들을지라도 각자 다양한 꿈과 미래를 가진다. 그리고 이러한 차이들이 모여, 서로 상호작용하며 세상을 더 크고 아름답게 만들 것이다. 이렇게 태어난 다양성은 또 다른 다양성을 낳는다.

결국 진화론이란, 우리가 가진 잠재성에 주목하는 학문이다. 각각의 생명체들은 각기 다른 잠재력을 가지고 있기에 세상은 더 다양해져야 하고, 우리는 서로 달라져야 하며, 서로의 진가를 알아보아야 한다. 그리고 그 시작은 진화론에 대한 오해를 해소하고, 우리에게 씌워진 범주화를 탈피하며, 진화론에게 다정함을 돌려주는 일이어야만 할 것이다.
독후감 공모전 우수작
제목: ‘질서’라는 허상 : 겸손한 태도와 세심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하는 책,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학과: 디자인학과, 이름:김*민, 선정연도: 2022
내용:
세계는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을까?
다들 어떻게, 무의미와 허무의 유혹을 이겨내고 존재의 무거운 의무를 선택해 짊어지는 걸까?
당신은 왜 죽음이 아닌 삶을 선택해 살아가기로 결정하는가?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과학 전문 기자 룰루 밀러가 170여 년 전 어류 분류학자였던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삶을 따라가는 전기적 성격을 띤 에세이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어류를 분류하고 이름 짓는 데에 평생을 바쳤고, 1891년부터 1913년까지는 자신이 쌓아온 명망을 바탕으로 스탠포드 대학의 창립 총장을 지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어린 시절부터, 그의 생애 궤적을 따라 점층적으로 흘러간다.

룰루 밀러가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 광적인 어류 분류학자였다는 이야기를 할 때 나에게는 어떤 기대감이 생겼다. 내가 몰랐던 세계를 그는 봤을 테니까,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것들로 세상의 비밀을 이 책이 알려줄 것 같았기 때문에.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길 위에 이정표가 되어줄 이야기들이 분명히 이 책 속에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페이지를 넘길수록 룰루 밀러의 이야기는 상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자연스러운 변화구처럼 느껴지다가도 어느 순간엔 방향을 종잡을 수 없는 럭비공처럼 느껴질 만큼 룰루 밀러의 이야기는 순간순간 조던의 이야기, 자신의 이야기와 세계의 이야기를 자유자재로 넘나든다. 영웅으로 추앙할 수 있을 것 같았던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사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서 끔찍한 일을 저지를 수도 있는 사람이며, 자신의 가족에게마저 소홀했던 인물이고, 심지어 열광적인 우생학자였으며 ‘부적합’한 유전자를 제창하며 많은 사람의 삶을 파괴한 악인이었다는 사실로 뻗어나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룰루 밀러는 ‘어류’가 견고한 진화적 범주가 아니라는 것, 그래서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기까지 이른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마침내 범주화할 수 없는 세계를 짚어 알려주면서 다양성에의 포용을 제안하고, ‘질서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으로 수렴한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 어류 분류에 평생을 바쳤던 것으로 서두를 열었던 책의 결론이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의 이야기다.

그렇다면,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삶은 통째로 무의미했는가. 누구도 그렇게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어떤 부분에선 끔찍하게 일그러져 추악한 삶이지만, 결국 그는 숨 쉬는 동안 끊임없이 세계의 무의미에 저항했고 그것은 170여 년의 시간이 지나 1만 킬로미터 떨어진 지금 여기의 우리가 하고 있는 일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룰루 밀러가 데이비드 스타 조던 삶의 족적을 더듬어가며 그의 삶과 시련에 관해서 이야기할 때, 세상이 조던에게 안겨줬던 절망과 고난은 한 명의 인간이 감내하기에 어려운 일이라고 느꼈다. 여러 시련 속에서도 끈기 있게 자신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조던의 태도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생전의 그는 구부린 등으로 이름표를 바느질했겠지만, 분명 고고하고 꼿꼿하게 허리와 등을 펴 당당하게 걷는 인물이었으리라. 룰루 밀러 또한 그런 그의 태도에 매료되어 자신의 인생에 닥친 파고와 개인적 추락에 대한 해답을 조던에게서 찾고자 했을 것이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삶을 가치 있게 만들었던 것은 그가 평생을 매달렸던, 물고기의 목덜미에 이름표를 달아주는 일이 아니었다. 결론적으로 그가 가졌던 학문적 고결함이나 탁월함은 그의 성품에 묻혀 일순간에 생생한 빛을 잃는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삶을 가치 있게 만들었던 것은 그를 사랑하고 그의 죽음을 애도했던 사람들, 그의 곁을 지켰던 사람들이었다. 이 사실은 룰루 밀러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이 번잡하고 복잡한 세계, 질서란 허상이고 혼돈이 늘 우리의 머리맡과 발끝에 도사리고 있는 삶 속에서 그녀를 지탱하고 허무의 늪에서 구원한 것은 다름 아닌 사랑이었고 사람이었으니까.

누구에게나 살기로 결심하는 순간이 있다. 세계는 혼돈과 공허의 대결이고, 그런 어수선함 속에서도 심장의 근육으로 온몸에 피를 돌게 하고 허파에 공기를 채워 호흡하기를 반복하며 생을 이어간다는 것은 실로 결심이 필요한 일이다. 당신이 모르던 태고의 시절, 당신은 분명히 살기로 결심했을 것이다. 사람이 살기로 결심할 수 있는 이유는 생의 궁극적인 목적을 찾았기 때문도, 우리가 세상을 온전하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도 아니다. 당신 곁에 따뜻한 숨과 온기를 내어준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 당신의 눈앞에 단 하나의 진실이 있다. 모든 것은 혼돈에 파묻혀 있고, 모든 것은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만 뻗어나간다는 것. 무구한 시간 속에 찰나로 존재하기 때문에 세상에 어떠한 의미도 없는 존재라면, 그렇다면 우리의 삶은? 무한한 혼돈 아래 나약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는가. 룰루 밀러는 과학조차도 ‘진실을 비춰주는 횃불이 아니라, 도중에 파괴도 많이 일으킬 수 있는 무딘 도구’라고 말하고, 단어들을 늘 신중하게 다루는 것’을 요청한다. ‘우리가 세상을 더 오래 검토할수록 세상은 더 이상한 곳으로 밝혀질 것’이라며, ‘부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은 사람 안에 어머니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잡초 안에 약이 있을지도 모른다. 당신이 얕잡아봤던 사람 속에 구원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세상을 구획하고 경계 짓는 것은 달리 말해 생각을 구획하고 경계 짓는 일이다. 바다를 호령하고 세상을 줄 세울 수 있다는 오만에서 벗어나, 당신의 존재를 지탱하는 것들에 귀 기울일 것. 편견 없는 눈으로 세상을 입체적으로 바라보기 위해 쉴 새 없이 노력할 것.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착각을 깨트리고 그 틈으로 찬란한 가르침을 채워주는 책이었다. 차가운 진리 속에서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와 생각을 일깨워준다.

룰루 밀러가 흔들리던 시절을 지나 마침내 스스로를 받아들이고 인정하게 되던 순간이 마음 깊이 와닿았다. 거대한 진리를 짊어진 이의 모습은 괴롭고 버거워 보일 줄 알았는데, 그녀는 어느 때보다도 자유롭고 평화로워 보였다. 진리는 감내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니까. 오랜 시간 존재의 의무가 무겁게만 느껴졌던 내게 룰루 밀러는 생명이란 어떤 축복이며 나와 당신을 지탱하고 있는 것은 무의미의 바닥이 아닌 맞잡은 손이라고 일러준다.

룰루 밀러는 우리가 세상에 빌린 시간과 생명으로 조금 더 겸손하고 세심하게 세상을 바라볼 수 없을지 묻고, 책을 덮는 순간에는 기꺼이 나 또한 그러한 태도로 살아가겠다 다짐하게 된다.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것들에 노여워하지 않고, 존재하는 것들을 온전히 포용할 수 있기를. 사랑과 사람으로 서로를 지탱하며 살아가기를.
독후감 공모전 우수작
제목: 당신의 물고기를 놓아버리길
학과: 지역주민, 이름: 김*진, 선정연도: 2022
내용:
<첫인상>
많은 사람이 나처럼 상쾌한 자유를 맛보길. 이 책을 읽고 든 생각이었다. 후반부에서 느낀 상쾌함, 그것도 모자라 자유로워진 것 같기까지 한 내 감정을 다른 사람들도 느꼈으면 좋을 것 같기 때문이다. 태어나기를 슬프게 태어나는 사람들이 있다. 환경이 아니라 마음을 말하는 것이다. 날 때부터 마음이 연약한 사람들은 사소한 것에도 잘 상처받고 스스로 존재를 부정하기도 한다. 한 번 받은 상처에서 잘 헤어 나오지 못하는 그들은 자신의 약함을 스스로 잘 알고 있다. 그 약함이 주변 사람들을 지치게 하는 것도 역시 잘 안다. 저자 역시 내면에 슬픔이 도사리고 있었다. 자신과 언니 때문에 아버지가 지쳐가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녀는 처음으로 인생에서 도망가려고 했다. 삶을 포기하자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 도피는 실패로 끝났다. 도망마저 실패한 것을 깨닫자마자 눈에 보인 스티로폼 천장 타일. 그것을 본 그녀는 가장 먼저 굴욕감을 느꼈다. 자신의 나약함 그리고 그것으로부터 도망하고자 한 그 나약한 용기조차 꺾여 버렸을 때 드는 가장 적절한 감정의 표현이 아닐까 싶다. 그녀는 대학에서 연인을 만나 적응하는 듯했으나 그녀의 본질적인 혼란, 그것을 해결할 수는 없었나 보다. 그녀는 계속 인생의 혼돈을 느꼈고 결국 연인을 배신하고 연인과 헤어졌다. 그녀는 안식처마저 없어지고 더욱 더 깊은 혼돈에 빠져버렸다. 그 무렵 그녀의 눈 앞에 나타난 사람이 ‘데이비드 스탄 조던’이다.

<두 사람의 집착>
무언가 도전하려고 할수록 불안감이 커지는 것을 경험한 적이 있는가? 진로가 되었든 꿈이 되었든 정해놓은 삶의 목표로 나아가는 과정은 순탄치 않다. 심지어 세상이 ‘너는 실패할 거야’, ‘좌절해!’라고 경고하는 듯 느껴지는 순간도 있다. 인생이란 혼돈 그 자체다. 그 혼돈 속에서 절망하거나 흔들리지 않고 계속 나아가는 사람 앞에서 우리는 경이를 느낀다. 자신의 깨져버린 물고기 샘플들 앞에서 묵묵하게 물고기에 이름표를 바늘로 박아 넣은 ‘데이비드’는 그녀가 경이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나 역시, 그 사람이 궁금해졌다. 책을 다 읽으면 ‘데이비드’를 굳건하고 단단하게 만든 그 원동력이 무엇인지 알게 되고 나 역시 좀 더 강직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두 사람의 집착에서 두 사람이란 데이비드 스탄 조던과 저자를 가리킨다. 데이비드는 물고기에, 저자는 물고기에 집착하는 데이비드에 집착했다. 여기서 집착이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두 사람 모두 어딘가에 몰두하는 것을 넘어서, 무언가가 나올 것임을 확신하는 듯 그 구멍만 계속 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데이비드의 집착은 점차 병적으로 비추어졌다. 흔들리지 않는 그의 모습에서 경이로움을 느꼈지만, 그를 좇을수록 그가 흔들리지 않고 그를 강직하게 만든 그 원동력을 찾을 수 있을지 의문만 든다. 우리는 세상의 혼돈 앞에서 가끔 무력함을 느낀다. 우리는 이 거대한 세계의 아주 작은 일부로서 혼돈 속에 쓸려 다니는 존재인 것만 같다. 이때 우리는 흔히 좌절감을 맛보고 무력해져 그대로 주저앉을 수 있다. 때로는 강박적인 수집으로 그 혼돈과 무력감에서 회피하기도 한다. ‘데이비드’는 방대한 자연 앞에서, 자신에게 혼돈을 주고 무력감을 안겨주는 자연 앞에서 당당히 앞으로 나아간 것이 아니었다. 강박이라는 안대로 눈을 가리고, 자신의 무소용을 없애는 데에 집중한 것 같다. 그의 집착이 강직함이 아닌 질병과 비슷한 무엇을 느끼게 한 이유다.

그렇다면 데이비드는 더는 내가 원하던 해답을 내줄 수 없었다. 저자 역시 데이비드를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잘못됨을 느낀다. 답을 얻을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이 더해져 점점 절박해진다. 책을 읽다 보면 그 절박함에 따라가게 된다.

저자는 데이비드로부터 아무런 새로운 것도 얻어내지 못했다. 데이비드를 따라가 도착한 곳은 어릴 적부터 그녀는 이해할 수 없었던 아버지의 신념이었다. 그녀의 혼돈과 무력함은 아버지의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신념에서 출발했다. 그 신념에서 벗어나 무력한 나를 움직일 힘을 찾고자 데이비드를 따라갔으나, 데이비드가 데려온 곳은 7살 아버지와의 대화 장소였다. 결국 제자리, 그 어떤 것으로부터도 벗어나지 못했던 것이다. 새로운 것은 없었다. 무언가를 발견할 것이라는 확신은 그렇게 무너졌다.

<집착에서의 탈피>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해답을 찾으려고는 하지만, 데이비드에 대한 시선은 경이에서 조금씩 변화한다. 인식의 변화로 그녀는 데이비드에게서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그의 모순을 발견한다. 바로 ‘자기기만’이었다. 데이비드의 자기기만과 오만함은 인간의 존엄함을 무시하고 인간을 수단화함으로써 우생학을 주장하기에 이른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오만을 복용함으로써 실패할 운명을 극복한다고. 생각건대 그는 오만이라는 약을 과다 복용해서 괴물 같은 모습이 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는 악당이었고 그녀는 실망했다. 하지만, 멈추지 않았다. 데이비드의 강박적인 목적의식은 혼돈을 접한 그 나름의 극복 방안이었을 것이다. 그 결과 수천 명의 ‘부적합’하다고 판단된 사람들이 희생되었다. 희망과 새로운 길을 주리라 생각되었던 그는 그저 추악하고 못된 악당에 불과했다. 그녀의 실망감은 읽는 나에게 고스란히 돌아왔다. 하지만, 그녀는 깨달음을 향해 다시 나아갔다.

그녀는 데이비드에게서 완전히 벗어나고서야 현실이 보였다. 그녀가 간절히 바라던 해답은 멀리에 있던 것이 아니었다. 긴 여행을 떠나 다시 집으로 돌아오니 답은 집에 있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녀는 스스로 속이고 있었다. 그런 자신을 다시 바라본다. 인생의 좋은 것들을 망친 것은 혼돈이 아니라 그녀 자신이었다.

삶은 혼돈이고, 혼돈 앞에서 그것을 극복할 방법은 없다. 그것을 깨닫는 것 자체가 혼돈을 받아들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혼돈을 이길 방법은 없고, 결국 모든 게 괜찮아질 거라고 보장해주는 안내자도, 지름길도, 마법의 주문 따위도 없다. 변화는 이 깨달음에서 시작한다.

<우리는 중요하다>
우리는 중요하다. 이 책이 해주고 싶은 한 마디는 바로 “우리는 중요하다!”라는 말일 것이다. 그녀는 “우리는 중요하지 않아!”라는 믿을 수 없던 아버지의 신념에서 벗어나 “우리는 중요해!”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우리는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중요하다는 역설 같은 진리에 도달한 것이다. 우주의 냉엄한 진실은 우리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끊임없이 알려준다. 이 진실을 무시하는 것은 장엄한 자연을 외면하고 집착과 잘못된 선택의 길을 걸은 데이비드 스타 조던과 같은 행동이다. 하지만, 자연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우리는 중요하지 않은 존재이기에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연에서 생물의 지위를 매기는 단 하나의 방법이란 결국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인간이라는 존재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방식으로 이 지구에게, 이 사회에게, 서로에게 중요하다. 처음에는 ‘우리는 우주의 먼지와도 같은 존재이고 의미란 없다.’라는 말에 동의했다. 하지만, 이러한 무의미성을 오해하면 데이비드와 같은 오류에 빠지기 쉽다는 것도 책을 읽어 나가면서 깨달았다.

'중요하다.'라는 것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자연은, 이 우주는 단순하지 않다. 복잡한 매커니즘으로 이루어진 자연은 단순하게 생물의 지위를 일열로 나열할 수 없게 되어 있다. 그것은 우리가 중요하다는 사실로 귀결된다. 여러 매커니즘으로 연결되어있는 이 생태계에서 인간은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방법으로 서로에게 중요하다. 우주는 우리에게 우리는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려주지만, 그 주장만을 고수하는 것이야말로 근시안적인 거짓말이다. 우리는 전혀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지위를 나열하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연결고리로 연결된 서로에게 그리고 스스로에게 중요하다.

애초에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았다. 어류라는 범주는 없었다. 데이비드에게 역경이 닥쳐올 때마다 의지했던 그 ‘어류’라는 세상은 존재한 적이 없었던 것이다. ‘어류’라는 범주는 세상이 보여주는 혼돈과 역경을 외면하고 회피하는 도피처를 상징한다. 우리는 혼돈과 역경을 경험하면서 무력감을 느끼고 피하고 싶은 간절함을 경험한다. 그 도피처에 매달리면 어떤 결말로 치닫는지는 데이비드의 사례로 잘 확인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결국 우리는 스스로 중요하다는 믿음을 가지고 인생의 혼돈 앞에 무너지지 않고, 그것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삶을 똑바로 바라보아야 한다. 이는 어려운 일이다. 사람은 계속 흔들리고 무너질 뻔하고 결국엔 피하고 싶어질 것이다. 그럴 때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떠올리는 것은 어떨까?

"성장한다는 건, 자신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말을 더 이상 믿지 않는 법을 배우는 거야."

만일, 물고기 때문에 혼돈 앞에서 좌절감과 무력감을 느끼는 이들이 있다면, 이 책을 읽고 물고기를 놓아버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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