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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공모전 우수작
제목: 순수한 진화심리학 앞에서 알몸이 되다.
학과: 경영학과, 이름: 김*우, 선정연도: 2019
내용: “남자가 왜 가장인 줄 아나?”, “남자(여자)끼리 왜 싸우는지 아나?”
아버지의 퀴퀴묵은 푸념은 언제나 원시인 때의 이야기로 돌아간다. 마냥 어릴 때는 세상일이 인류의 아주 먼 과거인 유인원 시절의 생활과 맞아떨어진다는 것이 신기했다. 하지만, 점차 시간이 갈수록 아버지의 이런 고리타분한 얘기들을 듣고 있자니 남녀차별주위, 남성우월주위를 옹호하고 이를 주입하고자 하는 것 같아 이런 얘기에 큰 거부감을 느꼈다. 그렇게 인류의 진화 및 발달과정을 설명하는 다윈의 ‘진화론’을 포함한 방대한 이론들은 현재 인간의 형태와 사회 현상을 설명하기에 많이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후 전중환의 ‘진화한 마음’이라는 책이 접하면서 생각에 큰 변화가 생기게 된다.
이제껏 읽은 책이 많지 않지만, 읽는 중에 내면에서 활발한 논쟁을 펼친 책은 처음이었다. 진화심리학의 기원, 정의 등을 설명하는 1장을 읽으면서 저자(전중환)는 인간의 행동과 내면(마음)을 조상들로부터 진화된 심리기제의 묶음이라 표현하고 이러한 이론적 틀을 가지고 인류와 사회의 양상을 설명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설명은 머릿속에 의구심이 먼저 자리 잡게 했다. 그 이유가 있다. 책을 펼치자마자, ‘이 책은 진화심리학 초심자를 위한 입문서가 아니다.’라는 문장을 보았고, 이 학문에 대한 기초적인 선수지식을 가지고 페이지를 더 넘겨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인터넷에 ‘진화심리학’이라는 검색어를 입력했는데, 이와 관련해서 나오는 건 학문의 정의, 이론적 배경, 연구 결과 등이 아니라 ‘여혐’, ‘페미니즘’과 같은 키워드와 ‘진화심리학 찬반 논쟁’과 같은 글이었다. 이를 보고, 내가 지금 접해야 하는 책이 정말이지 고독하고 외로운 학문을 다루고 있다고 생각하는 동시에 선입견 아닌 선입견을 품게 했다. 그래서 책 1장 속 저자가 진화심리학이 받는 수많은 오해들을 풀고 해명하기에 급급해 보인 듯하다. 이렇게 1장을 읽고, ‘너무 허무맹랑한 학문이 아닐까?’, ‘저자가 주장하는 연구 과정과 결과 도출 방법은 알겠는데 과연 이를 통해 인간의 얼마만큼을 설명할 수 있을까?’ 등 많은 고민과 걱정에 빠졌다.
제목처럼 ‘진화심리학’이라는 학문으로부터 모조리 다 까발려진 기분이 들었던 건 2장부터 시작되는 진화심리학의 연구 결과들을 마주하면서부터이다. 생존, 짝짓기, 혈연, 집단 사회생활, 학습과 문화 등 인간의 전반적인 행동과 생각을 단순히 ‘어떻게’가 아니라 ‘왜’에 초점을 맞추어 궁극적 원인을 연구 사례를 통해 설명하는 것을 볼 때마다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고개를 끄덕이기 일쑤였다. 보통 인간에 대한 새로운 연구 결과들을 마주할 때면, 놀랍거나 대단하다는 감정에 그치지만 진화심리학자들이 던지는 사례들에서는 흥미를 넘어선 당혹스러움과 찔림(양심의 가책)과 같은 감정이 들었다. 이는 진화심리학이 우리가 평소에 의식하지 못하는 외부 자극에 대해 특정한 방식으로 일어나는 심적 과정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인 듯하다. 이성과 사랑에 빠지고, 바퀴벌레를 혐오하고, 아기를 귀여워하고, 가족에게 헌신하고, 음식을 고를 때 깊은 고민에 빠지는 것은 로봇과 같이 우리가 저절로 하는 행동과 생각이 아니다. 이러한 행위의 기저에는 매우 복잡, 정교한 심리 기제가 존재한다. 진화심리학은 이러한 심리 기제를 ‘진화적 시각’을 통해 만나게 해준다. 마음이 특정 기능을 적절히 수행할 수 있도록 진화과정 속‘자연 선택’에 의해 어떻게‘설계’되었는지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 진화심리학이 주는 새롭고 흥미로운 관점 덕분에 해당 학문에 대한 색안경을 벗고 이 학문의 매력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또, 진화심리학은 개인과 사회에 시사점과 방향성을 제시하기도 한다. 인간이 ‘선행, 배려’를 하는 이유는 본인에 대한 타인의 평가를 크게 의식해서 그런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비영리, 공공 단체의 캠페인과 기부활동에 활용한다면 그 효과는 기대할만하다. (현재, 이러한 심리기제의 활용사례도 사회 속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필자는 ‘대체 불가능한 사람이 되어 우정의 지속성을 추구하자’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왜냐하면, 진화심리학에서 ‘우정’이라는 주제를 다룰 때, 사회적 보험가설과 동맹 가설이 나오는데, 이는 타인(친구)이 본인을 대체 불가능하다고 여기고 본인 스스로 그렇다고 인식되기 위해 친구와의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래서 적극적인 자기개발을 해서 집단 내에서 타인과 차별화된 강점을 통해 친구의 ‘친구랭킹’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진화심리학은 인간의 근원을 통해 현재를 파악하는 학문이지만 개인에게 교훈을, 사회에는 미래 지향점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점이 생긴다. 과연 왜 사람들은 ‘진화심리학’이라는 학문에 분노하는 것일까? 왜 순수한 학문이 아닌 대중들을 선동하는 수단으로만 바라보는 것인가? 이에 대한 개인적 견해를 풀어본다.
모든 학문은 완벽할 수 없고 그렇지 않다. 어떤 학문이든 전제, 가정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이론이 정립되고 연구가 진행되며 이는 곧 ‘한계’를 의미한다. 그리고 이러한 결함이 발견되고 이에 대한 비판과 반론이 존재할 때 해당 학문은 발전할 수 있다. 하지만, 학문이 지향하는 방향과 이론의 핵심을 제대로 이해를 하지 못한 채 불필요한 오해와 억측 및 분란이 벌어지고 심하게는 여론몰이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런데도 ‘진화심리학’이라는 순수한 학문은 대중들의 과녁판이 되어가고 있다. 도대체 이 학문의 어떤 점이 그들을 불편하게 한 것일까?
먼저, 진화심리학이 허무맹랑한 주장만 하고 억지스러운 이야기를 꾸며내기에 급급한 사이비 과학이라는 의견이 존재한다. 필자도 이 책을 접하기 전까지만 해도 진화심리학이 공중에 붕 떠 있고 퍼즐을 억지로 끼워 맞추는 듯한 학문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하지만, 이는 해당 학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에 그랬다. 우선, 진화심리학은 인간의 수많은 심리 현상을 ‘진화적 자연 선택에 의한 심리기제’라는 일관된 원리로 통합적 이론의 틀을 제공하고 설명한다. 즉, 바다 위의 부표같이 이리저리 떠다니는 학문이 아니라 하나의 축을 가지고 인간의 행동과 그 이면을 분석하는 것이다. 또, 진화심리학은 기존의 심리학에 ‘진화적 시각’을 더함으로써 보다 과학적인 학문으로 발돋움했다. 과학자들은 여기에 분노할 수 있겠다. 하지만, 명확하고 일관된 가설을 통해 대표성을 띠는 표본에 인간의 심리기제 분석을 목적으로 하는 실험과 연구를 하는 진화심리학을 보고 “비과학적이다.”, “사이비 과학이다.”하는 것은 억지 논리라고 생각한다.
또, 진화심리학이 인간을 유전자의 종속체로만 보는 ‘유전자 결정론’에 100% 의존하고 이를 절대적 진리라고 신봉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는 이 책을 접하면 분명한 오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물론, 진화심리학은 유전자 결정론에 입각한 학문이지만, 이에 무조건적으로 의존하여 연구하고 이론화하지 않는다. 인류 진화 과정 속 먼 조상이라 판단되는 오랑우탄, 원숭이들과의 차이점 분석을 통해 인간 특유의 모성애와 육아법을 설명하기도 하는 등 틀에 갇힌 사고를 대중들에게 심으려 하지 않는다. 물론, 진화심리학은 ‘유전자’라는 존재를 다른 분자생물학자들의 관점과는 다른 비교적 추상적인 개념으로 바라보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이러한 시각이 존재하기에 기존에 다루지 못했고 이해하지 못했던 현상들을 양파껍질 같이 하나하나 벗겨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진화심리학을 성차별주의, 폭력 등과 같은 사회적 문제를 과학이라는 가면으로 정당화시키려 한다는 입장이 잘못되었다는 것도 살펴보자. 진화심리학은 먼 조상으로부터 번식에 도움이 되었던 수많은 심리기제를 통해 인간의 행동과 심리를 꿰뚫는다. ‘선호하는 이성을 차지하기 위해 남성이 여성보다 더욱 경쟁 강도가 높은 이유’, ‘육아를 남성보다 여성이 더욱 전담하는 이유’, ‘인간이 살아가는 사회 속에 폭력이 발생하는 이유’ 등 진화심리학은 인간이 특정 행동을 하는 데 있어서 어떤 근원적 이유가 있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유전자 진화적 관점을 통해 이를 분석한다. 이 결과에 대해 옳고 그름에 대해 논하거나 해당 사회 문제를 정당화하려는 움직임은 전혀 보이지 않는데도 대중들은 자신만의 필터로 진화심리학을 바라보고 이를 문제시하는 것이다.
이렇게 진화심리학에 대한 대표적인 세 가지 논점을 소개하고 이에 대한 개인적 견해를 풀어봤지만, 아직 이 학문은 넘어야 할 산이 매우 많다. 아직 전 세계적으로 전공자는 적지만 사회적 관심은 너무 크기 때문 아닐까? 모든 생물체를 통틀어서(어쩌면 우주까지도) 자신의 존재 이유와 그 가치에 관해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는 생물은 인간뿐이다. 그래서 ‘인간은 누구인가, 왜 존재하는가?’에 대한 의문은 수 세기 동안 종교, 예술 그리고 학문을 옭아맸던 과제였다. 그러나 약 160년 전, 다윈의 진화론과 유전자 결정론이 수수께끼의 일부분을 풀었다. 인간의 행동과 내면이 진화의 결과물이라는 사실이 본격적으로 인간탐구에 활용된 것은 고작 반세기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성과와 힘찬 발돋움은 무시할 수 없다. 필자는 진화심리학이 지속해서 성장하고 발전해서 인간이 살아가는 사회에 커다란 시사점을 던져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왜냐하면, 미래의 방향성을 제시하기엔 그 근원을 파고드는 학문만큼 적합한 것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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