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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공모전 우수작
제목: 왜 가만히 있으면 돈을 빼앗기는가
학과: 기계공학부 , 이름: 박*우, 선정연도: 2022
내용:
인류는 많은 업적을 남겨왔다. 모든 분야가 발전하고 세분화되면서 전문성이 증가했다. 그 덕분에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는 높은 품질의 여러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을 가능하게 해준 중심에는 돈이 있다. 이웃 사이, 마을 사이의 물물교환을 넘어서 전국 단위 거래, 세계 단위의 거래로 도약하는데에는 화폐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물물교환의 약점을 타개해주는 매개변수인 돈은 신뢰로 이루어진다. 돈은 신뢰다. 서로가 종이에 써있는 액수의 가치를 인정하고 그것을 받아들이면서 경제의 규모는 커지고 더 많은 기회가 창출된다. 그리고 우리는 돈을 통해 우리가 원하는 것을 살 수 있고, 돈을 모으기도 한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사람들이 돈의 존재를 인정하고 이를 거래에 사용할 수 있으니까 화폐를 찍어낼 권력이 있는 사람은 화폐를 더 찍어내고 싶다는 욕망을 느끼지 않을까? 혹은 화폐를 위조하여 없던 가치를 생겨나게 하려는 사람이 생기지 않을까? 돈은 경제가 커지게 해준 고마운 존재이지만 동시에 돈의 신뢰와 가치의 속성을 악용한다면 경제를 꺼뜨릴 수 있는 양날의 검이다. 책 [인플레이션]은 ‘화폐의 발행이 증가함에 따라 돈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내용을 바탕으로 인플레이션이 만든 부의 흥망, 인플레이션을 만든 요인들,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피해, 그리고 인플레이션에 대응하는 방법을 다룬다.
화폐 역사의 초기에 인간은 금,은과 같은 것을 돈으로 취급했다. 이들은 수량이 한정되어 있어서 실질가치를 지켜낼 힘이 있었고, 그래서 사람들은 이들을 돈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날 톰이라는 사람이 나쁜 마음을 먹는다. “금을 녹여 다른 싼 금속과 섞어서 돈을 만들까? 그러면 남은 금으로 차익을 벌 수 있겠네?”톰은 화폐로 유통되는 금을 사들인 후에 이들을 녹여버렸다. 그리고 다른 싼 금속과 금을 함께 섞어서 주조했다. 사람들은 톰이 만든 가짜 화폐를 진짜라고 생각했고 톰이 만든 화폐는 시중으로 흘러들어갔다. 톰은 여기서 욕심을 더 내어서 가짜 화폐 주조를 지속했고 시중에 화폐량이 계속 증가했다. 한정된 재화에 비해 화폐의 수가 많았기 때문에 재화의 가격은 계속 올랐고 사람들은 높아진 물가로 고통받았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사람들은 돈의 모습이 예전과 다르다고 생각했고 누군가가 범행을 저질렀음을 알아챘다. 톰은 도망치려했지만 결국 붙잡혀 옥살이를 하게 된다. 국왕은 붙잡힌 톰의 행적을 듣고 이런 생각을 한다. “화폐를 무한정 생성한다면 국가의 빚을 탕감할 수 있겠는걸?” 국왕은 톰이 한 일에 한 수를 더 떠서 엄청난 계획을 세우게 된다. 금이나 은 같은 한정된 자원으로는 무한정 돈을 복사하기가 어려우니 종이돈을 만들 생각을 한 것이다. 국왕은 2년 후에 나라의 화폐를 종이돈으로 대체하는데 성공한다. 사람들은 국왕과 나라를 신뢰했기에 발행된 종이돈의 가치를 믿어주었다. 나라의 경제는 풍요로워졌고, 종이돈도 적절하게 유통되었다. 하지만 풍요로움은 머지않아 사치로 변질되고 국왕은 사치스러운 삶을 위해 돈을 마구 쓰기 시작한다. 국고가 점점 바닥나지만 국왕은 걱정이 없다. 돈을 찍어내면 되기 때문이다. 부패는 끝날 줄 모르고 돈은 계속 발행되었다. 다시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풍요롭던 나라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한다. 사람들의 삶은 다시 궁핍해진다. 올라갔던 입꼬리 대신 내려간 입꼬리가 더 많아진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노동자들은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끝없는 인간의 욕심이 화폐를 끝없이 발행하게 만들었고 물가는 끝없이 올라갔다. 집단 분노는 사람들을 결집시켜 봉기를 일으키게 만들었고 국왕은 군중 앞에서 무릎을 꿇어야했다. 하지만 국왕을 쥐어짜도 사람들은 얻을 것이 없었다. 이미 경제가 망가진 후였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비극적으로 끝이 난다.
이 짧은 이야기는 인플레이션의 역사를 기억하기 쉽도록 내가 지어냈다. 화폐가 생겨난 이후로부터 위와 같은 비극적인 이야기는 비슷한 맥락으로 반복되어왔다: 정치인들의 욕심이 통화량을 늘리는데 일조했고 한 번 시작된 물가상승은 쉽게 멈추지 않는다. (저자가 책의 2부에서 ‘인플레이션이 만드는 5막 희곡의 세계’라는 이름으로 인플레이션 시나리오를 소개하니 내가 지어낸 이야기가 재미있었다면 한 번 읽어보길 바란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21세기에도 인플레이션이 존재한다. 정부는 국가를 위해 다양한 일을 하고 그 과정에서 돈을 지출한다. 돈을 많이 지출하다보면 빚이 쌓이게 되는데 이때 정부가 중앙은행에게 입김을 불어넣는다. “야, 돈 좀 풀어라.” 이게 무슨 말일까? 앞서 본 이야기에서 통화량이 증가하면 돈의 가치가 떨어진다. 그러면 국가가 진 빚의 가치도 떨어진다는 말이므로(빚도 돈이니까) 국가의 빚 부담은 줄어들게 된다. 그리고 줄어든 빚 부담은 국가의 구성원들에게 전가된다. 여기까지 책을 읽고 두 가지 생각이 연이어 들었다. 하나는 내가 국가의 성실한 일꾼이자 구성원이라고 생각하면, 내가 열심히 번 돈의 ‘가치’가 떨어지므로 같은 돈으로 더 적은 물건을 살 수밖에 없는 현실에 화가 날 것 같다. 다른 하나는 돈의 가치 하락을 피할 수 없다면 돈의 가치를 최대한 지키는 방향으로 대처하면 안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2020년 양적 완화로 풀린 유동성이 주식과 부동산, 코인 등으로 흘러들어간 모습을 보고 돈의 가치가 그곳으로 옮겨졌다고 생각했다. (두 번째 생각은 이 책의 4부에서 자산 인플레이션으로 다뤄진다.)
책의 4부를 읽고 자산 인플레이션이라는 단어를 알게 되었다. 간단히 말하면 인플레이션을 피하기 위해 사람들이 유가물에 투자하기 시작하고 유가물에 돈이 몰리면서 자산 인플레이션이 시작된다는 내용이었다. 저자는 자산도 인플레이션을 피할 수는 없지만, 인플레이션 전쟁에 대처할 수는 있다고 말한다. 그 시나리오를 설명하면, 자산 거품이 생기기 전에 자산에 투자하고 거품이 터지기 전에 이들을 처분하고, 거품이 생기기 전의 소비재에 투자하라는 것이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아쉬웠던 점이 있었다. [인플레이션] 책의 독자들 중 돈 공부를 하는 사람 혹은 관심있는 사람들이 많을텐데, 원론적인 이야기만 하다가 책이 마무리되어 아쉬웠다. 인플레이션의 역사를 배우고 인플레이션의 요인을 배우는 것은 결국 인플레이션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방법을 알기 위함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책 [인플레이션]을 읽고 나는 원론적인 이야기에 살을 붙여줄 다른 책들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그래야 인플레이션에 대응하는 법을 배울 수 있으니까) 다음 문단에서 내가 추가로 읽은 책의 내용을 쓰겠다.
먼저 ‘언제 시장에 들어가서 언제 나가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해결했다. [인플레이션]에는 거품이 생기기 전에 들어가서 거품이 터지기 전에 나가라고 설명하지만 이것만 읽어서는 언제 들어가서 언제 나갈지를 판단할 수 없다. 그래서 [투자와 마켓 사이클의 법칙]을 읽었다. 이 책을 통해 나는 시장은 사이클을 그리며 움직이고 사이클은 투자자들의 심리에 편승해 움직인다는 것을 알았다. 사이클의 개형은 고등학교 수학시간에 배운 증가하는 삼차함수와 일차함수가 3개의 교점을 만드는 모습이었다. 시장은 직선의 추세선을 따라 우상향해왔지만, 투자자들의 심리에 따라 추세선을 뚫고 내려가기도, 뚫고 올라가기도 한다. 그 흐름의 극단이 각각 고점과 저점을 형성하는데, 저점 부근에 도달했을 때의 신호로는 높아진 리스크 프리미엄(리스크가 큰 투자 항목의 이자보상이 커진다.), 뉴스를 읽었을 때 낙관론에 대한 회의와 비관론으로 도배가 되고 은행의 대출 창구가 닫히며 호황기에 능력 이상으로 채무를 졌던 부실기업들이 파산하는 빈도가 늘어나는 것 등이 있다. 추가로 부동산 사이클도 배웠는데, 건물을 짓는 기간이 길기 때문에 건물을 짓는 동안 호황기와 불황기가 바뀔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를 읽고 리드 타임(lead time)이 긴 업종의 경우, 불황기에 프로젝트가 중단되었던 것을 매수하여 완공이 될 때쯤이면 다시 호황기로 바뀔 수 있다는 통찰을 얻었다.
또다른 궁금증도 있었다. [인플레이션]에서 설명하기를 화폐는 각 국가별로 서로 다르고 각 국가가 고유한 화폐를 찍어낼 수 있다. 그리고 정치계의 탐욕으로 통화량 증가를 억제하지 못하고 해당 국가의 화폐 가치는 아래로 곤두박질 친다고 했다. 그 부분을 읽고 ‘통화량 증가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최대한 피하자’라고 생각했지만, ‘근데 그걸 어떻게 알고 대처해?’라는 의문이 생겼다. 책 [인플레이션]에서 국가의 통화 건전성을 측정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다루지 않기 때문에 나는 이 질문을 해결하기 위해 정보를 찾아 나서야 했다. 나는 화폐가 각 국가별로 고유한 것이고 화폐를 남발할 수 있다면 이 또한 하나의 리스크이며 이는 인플레이션에 대응하는데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변화하는 세계 질서]라는 책을 읽어 지식의 부재를 채웠다. 이 책은 나의 시야를 넓혀 주었다. 국가의 흥망성쇠를 그리는 ‘빅 사이클’의 개념을 소개하고, 국가가 빅 사이클의 어느 단계에 있는지 18개의 결정 요인을 통해 분석할 수 있음을 알았다. 빅 사이클을 보면 처음에 교육 지수가 증가하고 그로 인해 경쟁력이 생기고 혁신이 발생하며 경쟁력이 증가한다. 증가한 경쟁력으로 무역이 활발해지고 세계의 자본이 몰려든다. 강해진 국가는 다른 국가의 돈을 빌릴 힘이 커지는데 이것이 국가의 부채를 증가시킨다.(강대국이 발행하는 채권은 인기가 많다. 해당 국가가 강대국인 동안은 망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인상 깊었던 부분은 ‘장기 부채 사이클’의 개념이었다. 국가가 강해진 만큼 신용을 많이 창출하고 주변국들로부터 빚을 많이 지게 되는데 국가의 부채가 지나치게 높아지면서 이를 탕감하기 위해 해당 국가는 돈을 더 많이 찍어내기 시작한다. 이로 인해 해당 통화의 가치는 떨어지고 장기 부채 사이클의 막바지로 갈수록 사람들의 삶을 궁핍하게 만든다. 해당 국가 통화를 외화로 보유하는 비율이 높은 기관이나 국가는 이러한 리스크를 함께 분담하는 꼴이 되고, 결국 피해도 같이 본다. 이 책을 통해서 어느 한 국가가 사이클의 어느 위치에 있는지 결정 요인으로 알아보고 만약 사이클의 쇠퇴기에 있다면 미래로 갈수록 해당 국가의 통화 남발과 인플레이션으로 리스크가 커질 수 있음을 공부했다. 그리고 상황을 수치로 보여주는 정보를 얻는 법도 알게 되었다.
책 [인플레이션]을 읽고 나는 책의 후반부가 내용이 빈약하다고 생각했다. 빈약한 내용은 궁금증이 생기게 했지만 내 궁금증을 해결해주지 못해서 한편으로는 내 앞에 벽이 하나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거기서 끝내지 않고 스스로에게 한 질문들을 해결하기 위해 다른 책을 검색해서 찾아 읽었다. 그 과정에서 내가 몰랐던 새로운 개념들도 많이 맞닥뜨려서 포기할까 생각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잠시 머리를 식혔다가 다시 시도하는 식으로 1000페이지가 넘는 다른 책들을 공부했다. 나는 독후감을 쓸 책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다른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는 내 모습이 새롭게 느껴진다. ‘과연 이게 제대로 된 독후감일까?’라는 생각도 했지만, 나는 이것이 진정한 독서임을 곧 깨달았다. 진정한 독서는 질문할 여지를 만들고, 질문을 따라 또다른 지식을 찾아가는 과정임을 이번 독후감을 통해 확신하게 되었다. 이 글을 읽은 분들도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를 경험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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