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효원인 감동공유

2022.10.24

내용 우리 대학교 학생이 자신이 직접 읽어 본 책을 추천함으로써 책을 통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친구, 선·후배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
추천 대상 도서 만화, 판타지, 선정적 도서, 무협지 등을 제외한 모든 도서
참여대상 부산대학교 학부생(휴학생 포함), 대학원생, 부산 지역주민(성인)
참여방법 온라인 응모(http://onestop.pusan.ac.kr)
– ‘스마트학생지원시스템’ 로그인 > 비교과 > ‘효원인감동공유’ 응모
선정내용 학생들이 응모한 추천서 중 우수 추천서 100건 선정
2022년도 효원인과 함께 읽고 싶은 책 추천도서
도서 위에 마우스를 올리시면 해당 도서의 추천글 바로가기 버튼을 통해 추천글을 보실 수 있습니다.

Толстой, Лев Николаевич 2019

제목: 전쟁과 개인은 분리될 수 없다
학과: 경제학과, 이름: 이*정, 선정연도: 2022
마음에 드는 글귀 또는 문장:“지금, 바로 이 순간 사람들이 내게 포로가 되기 전의 상태로 남고 싶은가, 아니면 그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겪고 싶은가, 라고 묻는다면 제 대답은 다시 한번 포로가 되어 말고기를 먹겠다는 거예요. 익숙한 길로부터 내던져지면 우리는 모든 게 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새롭고 좋은 것이 시작되는 곳은 오직 거기예요. 살아 숨 쉬는 한, 행복도 있습니다. 우리 앞에는 많은 것이, 많은 것이 있어요. 내가 말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전자책 전쟁과 평화(하) p. 656)
추천하고 싶은 대상:전쟁이 궁금하지만 지식이 부족한 사람, 러시아 문화와 정신을 알고 싶은 사람,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 전쟁이 개인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 알고 싶은 사람, ‘왜’ 살아야 하는지 알고 싶은 사람
추천이유:이 책을 읽기 전, 나는 전쟁에 관해서 아는 게 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소설을 완독하자마자, 전쟁에 참전한 기분이 들었다. 러시아 소설의 좋은 점은 이야기의 흐름이 주인공 단 한 사람에게만 집중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 장점은 독자에게 진입장벽이 되어 책 읽기에 도전하지 못하는 단점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 걸림돌을 통과하기만 하면, 책 속 인물에 차근차근 정이 들어 우리는 그들과 내적 가족이 된다. 등장인물의 가족이 되어 전쟁을 경험하는 기분은 역사서를 읽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군사 개개인은 전쟁 중에도 사랑에 빠지고,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겪고, 고향의 붕괴를 보며 슬픔을 느낀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인간일 뿐이다. 전쟁은 결코 국가와 국가가 덩어리가 되어 싸우는 것이 아니다. 전쟁은 개인의 집합이며,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이 걸린 문제이다. 그렇듯, 군인이 멋있어 보여서, 나라를 지키고 싶어서 등 참전한 이유도 제각각이다. 이러한 구체로 인해, 비중이 있는 인물이 아니더라도 다른 인물이 겪었어야 할 여러가지 상황을 생각해 보게 한다. 우리는 이미 그들과 가족이자 이웃이기 떄문이다.
전쟁의 후반에는, 두 국가 모두 뒤로 갈 수도 없고 앞으로 나서기도 힘든 이상한 상황이 벌어진다. 그들은 자신이 질 것을 예감한 채로 전쟁을 계속한다. 전쟁은 누굴 위해 하는 것이며, 멈출 수 없는 것은 누구의 탓이란 말인가? 모든 책임은 군사지휘관이 져야 한다고 생각한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나와 같이 전쟁을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생각의 편파를 느끼게 한 톨스토이의 전쟁관은 흥미롭다. 이야기의 진행과 함께, 전쟁을 어떻게 보면 좋을지를 쓴 페이지가 중간중간에 끼어있다. 톨스토이의 의도대로 하나씩 따라가다 보면, 그 의견에 반박과 동의를 반복하며 자신만의 전쟁관을 확립할 수 있다.
우리는 전쟁을 겪어본 세대가 아니다. 하지만 범람하는 미디어 콘텐츠로 인해, 전쟁에 휘둘리기 좋은 세상에 살고 있다. 소설을 통해 전쟁과 반대되는 개념인 ‘평화’가 작품 속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어떻게 찾아오는 것인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전쟁의 무거움에 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별점:★★★★★

François, Bill 2022

제목: 침묵 없는 세계’, 바다가 들려주는 이야기
학과: 대학원(사회과학대학) 정치외교학과, 이름: 백*현, 선정연도: 2022
마음에 드는 글귀 또는 문장:물고기의 공동체는 정어리 떼나 청어 떼처럼 같은 종이 무리 지어 다니는 것으로 요약되지 않는다. 바다에서 다른 물고기 종들끼리도 사회적 관계를 맺으며, 서로 닮지 않았어도 상대를 이해하기 위해 언어를 만들어낸다. (p. 59)
추천하고 싶은 대상:해양 생물과 생태계에 관심이 있는 사람
추천이유: 우리가 몰랐던 세계에 대해 내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입니다.
언제나 첫 기억은 강렬하게 남는다. 이름도 모르는 물고기에게 어느 순간 마음을 빼앗기고, 앞으로 쭉 물고기라는 생물과 그 생물이 살아가는 바다라는 터전을 연구하게 될 줄은 어린 시절의 빌 프랑수아는 생각이나 했을까. 사람과 물고기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 그러나 단순히 언어라는 수단을 넘어 완전히 다른 생물 종인 두 존재는 어떻게든 교감을 했을 것이다. 그렇게 우연이 필연으로 바뀌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많고 많은 바다 생물 중 책의 제목에 정어리가 나온 이유는 저자를 해양이란 미지의 세계로 이끌었던 존재이기 때문이다. 무더운 여름날이 오면 더위를 피하려고 사람들은 으레 약속이나 한 듯 계곡과 바닷가를 찾는다. 하지만 인간은 물을 즐기는 게 고작, 물에서는 살아갈 수 없는 형태로 진화했다. 하물며 바다는 짜디짠 소금물인데다가 전 세계의 육지를 합친 것보다도 넓고, 세상에서 가장 높은 산보다도 깊은 공간이다. 신체적으로 도저히 직접 탐사할 수 없는 미지의 세계가 곧 바다이다. 하지만 정어리와 교감했던 어린 시절을 잊지 못했던 저자는 유체역학을 공부하여 바다 생물들을 탐구하고 그들의 소통, 감각과 감정, 삶을 전하기로 마음먹었다. 이 책은 거대한 자연의 일부를 글로 옮긴 시도이다.
바다에는 국경이 없다. 바다 생물들은 영해나 EEZ니 하는 것들에 전혀 구애받지 않고 얕고 깊은 바다를 넘나든다. 자유롭게 바다를 돌아다니는 생물들처럼 이 책의 장르도 무어라 규정하기가 힘들다. 자전적 이야기를 담았으니 에세이기도 하고(에세이란 말의 어원이 몽테뉴의 <수상록(에세)>에서 온 것이니 프랑스인의 지적 계보를 그대로 따르는 것 같기도?), 온갖 해양 생물들의 이야기가 나오니 백과사전이기도 하고, 단순한 나열이 아닌 책에 제시된 정보는 글의 흐름을 따라가기에 과학책이기도 하고, 중간중간에 저자가 직접 그린 그림도 있어서 그림책이기도 하다. 적어도 이 책에 관해서는 무어라 책의 장르를 구분할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해양 생물 중 특히 기억에 남는 대목은 책의 제목에 등장하는 정어리, 유럽사를 바꾼 물고기인 대구와 참치에 관한 서술이었다. 특히 대구에 관한 대목은 예전에 보았던 KBS 다큐멘터리 <슈퍼피쉬>, 마크 쿨란스키의 저서 <대구>에서 읽었던 내용을 상기시켜줬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에 도달하기 수 세기 전, 바이킹족과 바스크인들은 대구잡이를 위해 먼바다를 항해하다가 캐나다 뉴펀들랜드 지역을 발견했다. 멀리서 잡힌 대구는 염장 보관법이 발견된 덕분에 대항해시대 최고의 식량이 되었다. 붉은 참치 역시 정기적으로 지중해를 찾기에 이때를 노리던 사람들에게 풍요의 상징이 되었다. 그러나 인간의 남획으로 바다를 풍성하게 채웠던 정어리, 대구, 참치의 어획량은 급감했다. 개체수가 많고 적어지는 이동 생물의 순환 주기라는 게 있다지만 인간의 과도한 탐욕이 큰 영향을 미친 건 명백하다.
그저 인간의 욕망으로 수십만 종이나 되는 바다 생물 일부를 멸종 위기에 몰아넣은 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질지 모른다. 해양 생태계라는 것이 워낙에 촘촘하게 이뤄졌기에 한 종만 멸종해도 어떤 나비 효과를 일으킬지 확실히 알 수 없다. 인간이 거주하지도 않지만, 바다는 인간 활동으로 인한 악영향을 그대로 받아 해양 오염과 생물 다양성 악화로 고통받고 있다. 결국 모든 피해는 우리 인간에게 돌아올 것이다. 까마득히 먼 옛날 인류의 조상은 바다에서 나왔다고 한다. 책의 마무리에서 환경 보호, 해양 생태계에서 인간이 마주한 문제의 해결책을 떠올려야 함을 역설하는 건 여운이 되어 마음 깊이 남는다.
94년생인 작가가 이미 박사 학위를 취득해 바다라는 생태계와 거기에 사는 생물들을 연구하는 어엿한 학자라는 점도 존경스럽지만, 무엇보다도 대단한 건 학문적 글쓰기에만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체험과 지식을 자연스레 연결한 유려한 글솜씨다. 상반된 내용이 어우러지는 글은 마치 밀물과 썰물이 번갈아 오가는 바다의 모습 같다. 그나저나 바다의 색을 연상케 하는 파란색으로 책의 텍스트를 인쇄한 점, 저마다 다른 글의 서두를 항상 ‘~하는 곳’이란 어구로 표현해 전개될 내용에 대한 힌트를 주고 통일성을 준 것 역시 인상적이다.
별점:★★★★★
제목: 꼬여버린 한일관계의 시작을 돌아보며
학과: 무역학부, 이름: 홍*연, 선정연도: 2022
마음에 드는 글귀 또는 문장:‘...... 구 식민지에서 보자면 아시아·태평양전쟁은 오랜 식민 지배의 한 국면에 불과했음에도, 미국을 위시한 전승국은 식민 지배 말기의 전쟁만을 문제 삼았고, 그마저도 전후 처리 과정에서 대부분의 구 식민지 피해국을 배제했다. 그 결과 일본은 전쟁 책임은 물론이고 전후 책임, 즉 식민 지배에 대한 배상·보상 문제까지 도외시할 수 있었다.’ (p. 214)
추천하고 싶은 대상:현재 악화일로를 달리고 있는 한일관계의 근본적 원인을 알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또한 역사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보면 좋을 듯 하다.
추천이유:한국에서 자라나 교육을 받고 성장해온 우리들에게 광복절은 빛을 되찾은 날이고, 일제 강점기는 민족이 유린당한 끔찍한 시기로 남아있다. 이렇게 일제강점기는 한국인의 머릿속에 확고하게 남았다. 이와는 다르게, 그 시대에 조선에 살았던 일본인의 수가 결코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들과 그들이 패망 후 조선을 떠날 때 벌어졌던 일들에 대한 생각조차 해보지 못한 한국인이 대다수이다. 패망 이후 조선 거주 일본인들의 재산권 문제와 이런 난리통 속에 각인된 전후 일본인의 사고방식이 현재 악화되어가는 한일관계까지 이어져오는데 말이다. 이 책은 그런 틈새를 잘 파고들어 우리에게 그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우리가 놓친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해나간다. 그리고 미래의 바람직한 한일관계를 논하는 책이다. 우리가 생각해보지 못한 부분을 날카롭게 파고들고, 꼬인 한일관계의 원인과 그 미래를 고찰해볼 수 있는 계기를 준다는 것 만으로도 이 책의 존재의의는 크다고 본다.
별점:★★★★★
제목: 동아시아 500년 전통왕조, 조선
학과: 지역주민, 이름: 남*철, 선정연도: 2022
마음에 드는 글귀 또는 문장:1592년 4월, 왜적의 침입으로 선조가 평안도로 파천하는 다급한 상황에서 있었던 일이다. 여기서 이 사료를 소개하는 이유는, 바로 이 사료에 대한 해석 때문이다. 그 동료 학자는 이 사료를 추천하면서 이렇게 해석했다.
이 기사는 원래 유성룡을 유도대장을 삼기로 되었던 것을 이항복의 건의에 따라 이양원으로 교체하는 기사입니다. 처음에 이 기사를 보았을 때 속으로 조선이 아직 망할 때가 안 되었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결정적인 순간에 결정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왕 옆에 있었기 때문입니다.(p. 309)
추천하고 싶은 대상:조선의 역사에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대학 및 대학원생
추천이유:우리는 조선에서 일제에 의한 식민지를 겪게 되다 보니 조선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갖게 되었다. 성리학이란 학문이 본질에 다가가기보다는 신분제에 안착하여 양반 중심의 기득권만 누리는 세태, 사색당파에 의한 당쟁, 임진왜란 국왕 선조의 모습, 신흥 세력인 여진족과의 외교에서 명과의 대의명분에 사로잡혀 청군의 침입을 초래해 백성들이 치욕을 당하는 국난을 초래하였고, 상복 문제로 국론의 분열,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쇄국정책의 고수 등 문호를 일찍 열고 근대화를 이루었다면 식민지를 겪지 않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조선을 성리학적 신분질서에만 천착한 나라로만 기억하고 있다.
일견 타당한 부분도 있다. 하지만 조선은 동아시아에서 500년 동안 왕조를 유지한 나라이며, 전 왕조인 고려가 불교의 폐해 극복하기 위해 신흥사대부들이 성리학적 이념으로 나라를 기획하고 경영하였다. 거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선비들이 사림들이다. 이들의 기본적인 사상은 민본주의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민본주의에 입각하여 당시 헌법인 경국대전을 편찬하고 전제군주인 왕이 전횡을 하지 못하도록 실록을 편찬하였다. 성리학적 질서와 이념이 전통시대의 통치 이념이었기에 민주사회의 기준으로 보았을 때 불합리한 부분이존재한다. 하나의 사상도 榮枯盛衰를 겪게 된다. 성리학 또한 시대적인 사명을 다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이다. 하지만 성리학의 궁극적인 지향이었던 민본주의는 21C에 필요로 하는, 오래된 미래이다.
별점:★★★★★
제목: 포기하지 않은 희망은 결국
학과: 국어국문학과, 이름: 박*진, 선정연도: 2022
마음에 드는 글귀 또는 문장:인간은 비롯한 동물들은 식물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지만,식물들은 동물이 없어도 얼마든지 종의 번영을 촉구할 수 있으니까요. 인간은 언제나 지구라는 생태에 잠시 초대된 손님에 불과했습니다. 그마저도 언제든 쫓겨날 수 있는 위태로운 지위였지요. (p. 365)
추천하고 싶은 대상:SF소설이나 기후 위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
추천이유:다가올 미래에 실제로 우리에게 닥칠 기후 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고 그러한 순간에서도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것들에 대해 말하는 책이므로.
“이 소설을 쓰며 우리가 이미 깊이 개입해버린,되돌릴 수 없는,그러나 우리가 앞 으로 계속 살아가야 하는 이곳 지구를 생각했다. 도저히 사랑할 수 없는 세계를 마주 하면서도 마침내 그것을 재건하기로 결심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아마도 나는,그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던 것 같다.” 이 책을 덮은 후 작가의 말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곱씹었다.
이미 우리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를 체감하고 있다. 갈수록 짧아지는 봄과 가을,이전엔 본 적 없는 규모의 자연재해,올라가는 해수면으로 인해 침수되는 육지 까지. 지구는 아주 천천히 그리고 꾸준하게 인간이 살 수 없는 행성으로 변해가고 있 다. 생각해보면 지구온난화는 내가 어릴 적 초등학교 시절부터 꾸준히 다루어진 환경 문제였다. 분명 처음 들었던 지구온난화라는 다섯 글자는 나에게 ‘공포'였지만 아무렇지 않게 흘러가는 일상은 그 공포를 흐리게 만들었고 변화하지 않은 채 흘러가 는 일상 속 반복에 의해 그 다섯 글자는 이내 ‘지루함’으로 탈바꿈했다.
최근 들어 과학자들이 앞다투어 거리로 나와 시위하고 있다. 그들은 인류가 기후 위기를 되돌릴 시간은 이미 지나간 지 오래이며 다가올 기후재앙을 막지 못한다면 지구는 인간이 살 수 없는 ‘엔드게임’에 진입할 것이라 말한다. 그렇지만 이미 지 루함에 익숙해진 현대인들에게 기후 위기란 단어는 여전히 무료할 만큼 새롭지 않은 글자이다. 갑자기 닥치는 위기보다 천천히 다가오는 죽음이 더 위험한 법이다. 그러 니 우리에게 남은 일은 이제 와서 기후 위기를 위해 무언가를 노력하기보단 예정된 멸망을 최대한 담담히 받아들이는 연습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지구인들의 하루는 차 츰차츰 멸망을 향해 성실히 흘러간다. 눈을 떠서 밥을 먹고 잠을 잔다. 천천히 다가 오는 죽음과 똑바로 눈을 마주친 채로.
지구 끝의 온실은 가까운 시일 내에 우리에게 다가올 멸망 그 이후에 관한 이야 기이다. 결국 멸망해버리고만 지구와 살아남기 위해 서로를 향해 칼을 겨누는 사람들 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침내 그것을 재건하기로 결심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천천히 우릴 향해 다가오는 죽음에 의연해지는 게 최선이라 말하는 사람들 사이 에서 그렇지 않다고 외치는 사람을 어떻게 응원하지 않을 수 있을까.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도 하지 않는 순간에 용기를 내는 사람을 우리는 영웅이라고 부른다. 특별한 사람이 영웅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지구 끝의 온실' 이야기 속 영웅은 보금 자리를 뒤로한 채 도망쳐야만 했던 마을 주민들이었다.
절망이 몇 번이고 덮쳐와도 우리가 마지막 순간에 찾게 되는 것은 희망이다. 모든 게 망가지고 마침내 찾은 최후의 보금자리까지 무너진 순간에도 주민들이 품 안에 고이 지녔던 것은 고작 식물의 씨앗이 아니다. 이번에도 모든 게 무너졌지만 그럼에 도 우리는 언젠가 만날 거라고. 우리는 다시 보금자리를 찾을 거라고. 그렇게 프림빌 리지가 존재했다는 최후의 증거이자 희망을 품에 쥐고 주민들은 도망친다. 그 씨앗이 온 지구를 덮을 만큼 퍼질 때까지.
포기하지 않은 희망은 결국 기적이 될 수 있을까. 여구 끝의 온실은 결국 기 적이 필요한 인류에게 아직도 희망은 존재하지 않냐고 묻는다. 아직은 희망을 놓을 때가 아니라고.
별점:★★★★
제목: 급변하는 시대에 맞추자
학과: 지리교육과, 이름: 배**솔, 선정연도: 2022
마음에 드는 글귀 또는 문장:기획의 가치란 ‘그 기획이 고객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 (p. 45)
추천하고 싶은 대상:다른 사람의 의견에 대해 공감하고 존중하는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고 싶은 사람.
추천이유:예전부터 인류 사회에서는 토지, 노동력 등 물질적인 자본이 중요시되었고 이것들이 집단의 힘을 결정하였기에 고대 사회에서 개인보다 집단이 우선시되었따. 하지만 인류는 산업혁명, 정보혁명을 겪으며 현대 사회로 접어들고 초고속 인터넷, SNS 등 정보와 교통의 기술이 발달하면서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인적, 사회적, 경제적인 교류가 활발해졌다.
그러나 이렇게 세상 속 교류가 활발해진 것과는 반대로 개인주의적 사회 현상도 심화되는 역설적인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 현대 사회의 모습이다. 작가는 이런 복잡한 현대 사회를 풀어나가기 위해서 기존 사회의 경제학적 관념을 탈피해 ‘지적자본론’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정의하여 현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첨예하게 서로가 얽혀있으면서 동시에 점차 개인화되는 이 현대 사회’를 설명하고 어떻게 인간 사회에 지적자본론을 적용해야 집단이 무너지지 않으면서 개인이 존중받을 수 있는지 알려준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다른 사람의 의견에 대해 공감하고 존중해주는 것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할 수 있었다. 소통의 중요성을 느끼면서 내가 앞으로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학교생활을 해야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봤다. 책에서도 설명했듯이 요즘 우리 사회는 개인의 가치관이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렇기에 서로의 의견을 조율해나가면서 ‘소통하는 사람’의 자세를 갖추려고 노력할 것이다.
별점:★★★★★
제목: 잠시 쉬어가도 돼요
학과: 경영학과, 이름: 박*진, 선정연도: 2022
마음에 드는 글귀 또는 문장:“애쓰지 않아도 돼. 그냥 너답게 편하게 있어도 돼”(p. 12)
“당신과 나는 꽃을 피울 수 있다/ 나만의 멋진 삶의 시간이 담긴 꽃을”(p. 31)
“나만은 언제나 나를 믿어주자”(p. 52)
“우리가/ 신호등을 기다릴 수 있는 이유는/ 곧 바뀔 거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러니 힘들어도 조금만 참자/ 곧 바뀔 거야/ 좋게.”(p. 68)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꽃은 없다./ 그러나 꽃은 흔들려고 자신의 향기를 잃지 않는다./ 당신과 내가 삶에 원치 않게 찾아오는 바람에 흔들려도/ 자신만의 향기를 잃지 않는 사람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p. 74)
“당신에게 지금 필요한 건/ 실수하고 불완전한 자신을 미워하거나/ 책망하는 것이 아니라/ “괜찮아”라는 한 마디 일지 모른다.”(p. 93)
“우리는 소중한 사람이다./ 스스로가 그렇게 생각이 들지 않는 어느 날에도/ 누군가에게는 늘/ 당신은 소중한 사람이다.”(p. 211)
“나는 완벽할 수 없는 사람이며/ 지금 내 삶에 필요한 건 완벽한 나가 아니라/ 불완전한 나를 데리고 내가 사이좋게/ 잘 살아가는 것입니다.”(p. 217)
“무기력 하다면 당신이 당신을 엄격하게 바라보지 말고/ 당장 힘을 내야 한다 생각하지 말고/ 지쳐 있는 나에게 숨을 고를 때까지 쉬게 해주세요.”(p. 222)
“너무 많이 고민하지 마세요./ 그냥 한 번 뿐인 내 인생/ 내가 좋아하는 거 많이 하면서 살아봐요.”(p. 247)
추천하고 싶은 대상:불안감 때문에 힘든 사람들, 마음의 안정을 찾고 싶은 사람들, 무기력하거나 지친 사람들,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 걱정이 많은 사람들, 책을 통해 위로받고 싶은 사람들
추천이유:이 책은 내가 정말 힘들고 지쳤을 때, 즉 심적으로 불안정할 때 읽었던 책이다. 원래는‘에세이’라는 것에 관심이 없었는데 힘들 때 위로받을 수 있는 곳이 없어 책을 읽게 되었다. 조그만 위로라도 받을 수 있을까 하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다. 그런데 막상 읽어보니 너무 공감되는 말이 많고 위로되는 글귀가 많았다. 이 책에 적힌 많은 말들이 어쩌면 내가 지금까지 누군가에게 듣고 싶었던 말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으로 위로받을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그래서 이 책을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었다.
책을 읽으며 공감이 되는 부분이 많아‘맞아! 나도 그런데!’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나의 상황과 너무도 닮아있어 놀랐고, 동시에‘나만 이런 생각이 드는 게 아니었구나.’를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이유와 해결책까지 제시해주어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었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고, 그게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어 위로를 받았다.
이런 느낌을 내가 느껴보았기에 나와 비슷한 걱정, 불안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을 하고 싶었다.
별점:★★★★

Milligan, Tony 2019

제목: 채식의 철학
학과: 조경학과, 이름: 천*경, 선정연도: 2022
마음에 드는 글귀 또는 문장:우리가 ‘고기는 살해'(meat is murder. 이는 1970년대에 나온 구호로, 오늘날의 채식주의자들 중에서 이를 기꺼이 채택하는 사람들은 소수인 듯하다.)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고기는 분명 폭력 행위, 의도적으로 육체에 외상을 입힘으로써 생산된다. (p. 79)
영국은 유기농 생산물의 절반가량을 수입해야한다. 그런데 비(非) 유기농 채소, 특히 과일도 이와 유사한 정도로 조달량이 부족하다. 이에 따라 모든 채소의 약 30퍼센트와 모든 과일의 90 퍼센트 이상이 해외에서 조달된다. (중략) 하지만 그들에게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즉 채식주의자들이 국내에서 활용할 수 있는, 더 낫게는 주변 지역에서 활용할 수 있는 주요 식품들을 회피함으로써 이미 좋은 상황을 더 악화시킨다는 비판을 제기해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비판은 채식이나 완전채식을 함으로써 실제로 차이가 생긴다고 전제하고 있다. 결과적으로는 이러한 유형의 비판은 개인들이 도축의 수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상당히 다른 결과주의자의 논의에 호소하지 않고 있다. (p. 120, 121)
추천하고 싶은 대상:또한 채식에 대해 관심이 있거나 알아가고 싶고, 윤리와 환경 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추천이유:최근에 환경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며, 그와 동시에 채식이라는 분야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흔히들 우리의 채식에 대한 이유와 목적을 윤리적인 이유에서 찾고는 한다. 물론 윤리적이고, 감정적인 호소가 효과적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그런 행위를 통해 이어지는 결과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것 역시 중요하다.
우리가 자주 소비하는 가축 중 소는 대표적으로 메탄가스를 만들어내어 지구온난화 유발에 꽤 큰 부분 일조한다. 에스토니아와 몇몇의 국가에서는 소의 방귀에 세금을 부과하는 사례도 있다. 미국에서 소의 축산과정에서 발생한 온실가스가 전체의 34%에 달하는 것을 보면, 결코 축산이 환경적이라는 주장은 어렵다. 오히려 축산이라는 분야는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을 것이다.
우리는 흔히 환경에 대한 문제를 이야기 할 때, 주로 북극에 대해 이야기하곤 한다. 특히나 빙하가 녹고 있다는 것을 시각 매체를 통해 보여주며, 북극곰에 대한 우리들의 윤리적 시각을 자극한다. 하지만 우리의 환경과는 거리가 멀다. 주변의 환경은 이미 변하고 있다. 우리가 앞으로 살아갈 환경 역시 변해가고 있고, 앞으로는 더 빠르게 변해갈 것이다.
우리나라의 연평균 기온 변화율은 10년에 0.27℃가 올라 상승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문경(+0.01℃/10년)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유의미하게 기온이 상승했다(0.1℃/10년 - 0.61℃/10년). 상승률이 가장 큰 지역은 원주로, 10년에 연평균 기온이 0.61℃ 올랐다. 또 한 모든 광역시에서 전국 평균 변화율보다 큰 폭으로 기온이 상승했으며, 대전의 상승률이 10년당 0.39℃로 광역시 중 가장 크다. 대한민국 국가지도집 Ⅱ(2020)
이와 같이 우리의 환경도 빠르게 변해가고 있고, 우리 역시 안전할 수 없다. 단순히 채식이라는 분야에 대한 예찬 뿐 아니라 우리의 환경에 대해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해주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또한 채식의 환경적인 부분에 대해 개선점을 지적하고, 우리 개인의 환경적 실천을 이끌어낼 수 있게 한다는 점이 인상깊었던 책이다.
별점:★★★

Campbell, Joseph 1999

제목: 영웅의 여정
학과: 대학원(인문대학) 사학과 서양사, 이름: 이*서, 선정연도: 2022
마음에 드는 글귀 또는 문장:두 세계, 곧 신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는, 삶과 죽음, 밤과 낮처럼 서로 다르다는 말로밖에 설명할 수 없다. 영웅은 우리가 아는 세계에서 암흑의 세계로 들어간다. 이 암흑의 세계에서 영웅은 그 모험을 완성할 수도 있고, 거기에 갇힘으로써 우리들로부터 사라져 버릴 수도 있고, 엄청난 위험에 직면할 수도 있다. 영웅의 귀환은, 그 저승에서의 귀환을 말한다. 이승과 저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 하나의 세계다. 신화나 상징을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는 바로 이것이다. 신들의 세계는 우리가 아는 세계의 잊혀진 부분이다. 기꺼이 이 일을 맡든, 어쩔 수 없어서 맡게 되든, 우리가 영웅의 행위를 이해하자면 이 잊혀진 부분의 탐험을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일상 생활에서 중요하게 보이던 두 세계의 가치나 차이는, 지금까지 전혀 다른 것으로 인식하던 〈타자〉와 〈자아〉를 동화시키는 동시에 사라져 버린다. (p. 281)
추천하고 싶은 대상:스토리와 플롯의 전개, 캐릭터의 창작과 같이 각종 컨텐츠 창작에 관심이 있는 사람, 지금 인생에서 힘든 일을 겪으며 방황하는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 인생의 의미를 알고자 하는 사람.
추천이유:본서에서 캠벨이 제시하는 영웅의 여정은 모험의 원형으로, 창작자들의 스토리에서 캐릭터의 여정, 이른바 ‘캐릭터 아크’에 영감을 줄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영웅의 여정은 각자의 인생에서 마주하는 시련과 그 시련을 극복하는 순간이 무엇인지 일깨워 인생의 의미를 깨닫게 해준다.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은 미국의 대표적인 신화학자 조셉 캠벨이 1949년에 출간한 신화학 책이자, 『신의 가면』 4부작, 『신화의 힘』과 더불어 그의 대표작으로 남아 있는 책이기도 하다.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은 오래된 책임에도 그 영향력이 지대하다. 여전히 국내외에서 새 판본이 발간되고 있으며, 『파이트 클럽』,『라이온 킹』, 『미녀와 야수』등 할리우드의 이름난 영화들 제작에 참여한 크리스토퍼 보글러는 캠벨의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신화, 영웅 그리고 시나리오 쓰기』라는 시나리오 작법서를 쓸 정도였다. 또한 인문사회과학과 자연과학의 조화를 시도한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도 『통섭』에서 캠벨의 다른 저작들과 더불어 이 책에서 가져온 내용을 언급한다. 그만큼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은 신화학, 종교학 분야에서 그리고 그 너머까지 영향력을 끼치는, 독보적인 위상을 지닌 책이다.
그러나 이 책은 오래된 저작인 만큼 ‘시대에 뒤처졌다’고 비판받기도 쉽다. 우선 저자인 캠벨의 문제가 있다. 비록 캠벨이 훗날 『여신들: 여신은 어떻게 우리에게 잊혔는가』라는 책을 통해 여성, 여신, 여성의 해방과 새로운 여성 신화의 창조 등에 대해 고찰하긴 했으나,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은 남성 영웅을 중심으로 다룬다는 점에서 남성 중심적이라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다. 이는 융 심리학파 치료사이자 『여성 영웅의 탄생』을 쓴 작가 모린 머독이 지적한 바이기도 하다. 또한, 국내 번역본은 어려운 용어들을 사용해 가독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으며, 『잔혹한 책읽기』(강대진 저)라는 책에서 오역을 지적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 책을 추천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첫째는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이 그런 한계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독자들에게 영감을 준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캠벨은 세계 각국의 여러 신화, 종교들로부터 하나의 원질신화를 추출하여, 다양한 신화 속 영웅들로부터 하나의 원형이 되는 영웅의 여정을 독자들에게 제시한다. 이러한 영웅의 여정은 영웅이 살던 일상 세계를 떠나 ‘문턱’을 넘어 다른 잊힌 세계에서 여신과 만나거나 아버지와 화해하고, 세상을 구할 영약을 찾아내 다시 일상 세계로 돌아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책에서 캠벨이 소개하는 여러 사례들과 더불어, 이러한 영웅의 여정은 소설, 만화나 웹툰, 영화와 같이 컨텐츠를 창작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스토리텔링을 위한 유용한 모델이 될 수 있다. 대표적 사례가 바로 저 유명한 『스타워즈』를 제작한 조지 루카스로, 그는 이 책에서 직접 영향을 받았다고 밝힌바 있다.
두 번째는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속에서 캠벨이 밝히는 영웅의 여정이 여전히 독자들에게 인생의 의미를 고찰하게 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 속에서 신화는 허무맹랑한 옛날이야기가 아니다. 신화를 만든 고대인들이 인생의 의미가 무엇인지, 이 세상을 살아간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무엇이 의미 있는 삶인지 치열하게 고민하는 무대이다. 신화 속 영웅이 문턱을 넘어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고 그 속에서 자신의 본모습을 깨닫기에 이르는 영웅의 여정은,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과정을 비춰준다. 우리 역시 신화 속 영웅처럼, 인생이라는 여정에서 매 순간 통과의례를 거치며 미지의 단계로 뛰어든다. 그리고 그 속에서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을 밟는다. 다시 말해, 신화 속 영웅의 여정은 곧 우리 인생의 여정을 비춰주는 거울이다. 그렇기에 신화 속 영웅은 다양한 모습을 가진 우리를 비춰주는, ‘천(千)의 얼굴을 가진 영웅’으로 나타난다.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은 앞서 지적했듯이 그 한계가 명확한 만큼이나 여전히 유용한 책이다. 이 책을 읽을 때 독자는 영감을 받아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오를 수도 있다. 아니면 지금까지의 인생이나 앞으로의 인생을 달리 바라볼 수도 있을 것이다. 혹은 앞서의 모린 머독처럼 이 책에 반발하여 자신만의 생각을 펼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모두는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을 읽음으로써 시작되는 자신만의 ‘영웅의 여정’이다. 이 책을 펼친 동안, 독자는 캠벨이 안내하는 신화의 세계로 모험을 떠나는 것이며, 이 책을 덮는 순간, 독자에게는 모험에서 찾은 보물이 주어져 있을 것이다. 그것은 작게는 불현 듯 떠오른 아이디어일 수도 있겠지만, 크게는 자신의 인생이라는 자신의 모험을 헤쳐 나갈 지혜일 수도 있을 것이다.
별점:★★★★
제목: 귀부인의 남자 치치스베오
학과: 지역주민, 이름: 장*아, 선정연도: 2022
마음에 드는 글귀 또는 문장:그러나 이전 세기에 성행했던 치치스베오의 갈랑트리와는 거리가 먼 엄격하고 철저한 새로운 행동의 기준 역시 남성이 부여한 점이라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p. 485)
추천하고 싶은 대상:역사를 좋아하는 사람, 로마시대부터 현대 이탈리아까지 다루는 이탈리아사 개설서보다 더 깊이있는 이탈리아사 관련서를 원하는 사람
추천이유:단순히 흥미 위주의 사실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치치스베오 제도를 둘러싸고 있던 당시 이탈리아 귀족사회를 심도 있게 해부하는 저서.
18세기 이탈리아, 계몽사상이 들어오며 예전처럼 여성을 구속하는 것은 세련되지 못한 짓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되기 시작했고 귀족 사회에서 여성이 담당하는 사교의 중요성 역시 높아졌다. 그러나 여성 혼자 사교계 활동을 하도록 내버려둘 만큼 여성에 대한 인식이 진보한 것은 또 아니었으므로 귀족 여성의 사교활동을 수행하는 보호자 개념으로 '치치스베오'라는 귀부인의 시종기사가 등장했다. 치치스베오의 주요 임무는 귀족 여성의 몸단장을 비롯해 소풍, 파티, 모임, 여행 같은 거의 모든 사교행사에서 그녀를 수행하는 것, 또한 그녀가 적적해하지 않도록 찾아가 한담을 나누는 것이었다.
이탈리아 귀족사회에서 치치스베오 제도가 융성한 원인은 세 가지가 있었다. 첫째, 애정 없는 정략결혼이 일반적이었으므로 사교 행사에는 굳이 부부동반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둘째, 장자상속제도 때문에 차남 이하의 아들들은 상속에서 배제되는 동시에 정략결혼의 의무로부터도 자유로운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꼭 독신 남성만 치치스베오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치치스베오 역할을 수행할 귀족 독신 남성의 숫자가 많았다. 셋째, 혈연과 혼맥, 인맥으로 서로 복잡하게 엮여있는 귀족사회에서 치치스베오는 가문끼리의 유대를 더욱 돈독히 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었다. 귀족사회의 관계망이 치치스베오 제도의 핵심이었으므로 치치스베오 제도는 당연히 귀족 사회가 발달한 도시에서 성행했다.
이 말을 뒤집는다면, 치치스베오 제도는 귀족지배체제의 도시국가가 무너지자 사라졌다고도 말할 수 있다. 나폴레옹의 유럽 정복으로 이탈리아 도시국가들이 사라졌고 혁명 이념이 확산되었다. 나폴레옹의 법은 장자 독점상속 대신 남녀 균분상속을 강제했다. 귀족의 전유물이었던 사교모임은 명성이나 업적에 따라 귀족과 부르주아가 섞이는 모임으로 변했고 사교모임에 부부가 동반 참석하는 것, 남편의 타지 부임이나 여행에 동행하고 싶어하는 아내가 더 이상 특이한 사례로 여겨지지 않았다. 민족주의 역시 치치스베오 제도의 소멸에 일조했다. 민족주의 이념이 확산됨에 따라 국가를 위해 희생하는 남성과 그런 남성에게 헌신하는 여성이 이상으로 제시되었고, 따라서 귀부인이 외간 남자를 거느리고 나다니는 치치스베오 제도는 없어져야 마땅한 구습 취급을 받았다.
그렇다면 우리는 18세기 이탈리아의 이 생소한 관습으로부터 어떤 시사점을 얻을 수 있는가? 바로 자유와 구속의 문제에 대해 숙고해볼 수 있다. 치치스베오 제도는 치치스베오의 수행을 받는다는 조건으로, 귀족 기혼 여성에게 사교계에서의 자유를 허용했다. 그러나 당대 귀족 여성에게 사교행사 참여와 주최는 선택의 문제가 아닌 필수였으므로 그들이 치치스베오 제도를 통해 누릴 수 있었던 제한적 자유는 오늘날의 '가정경제에 보탬이 되기 위해 여성이 밖에서 일할 자유' 내지는 '남편의 내조에 보탬이 되기 위해 아내가 새로운 것을 배울 자유'처럼 다분히 남성 중심 체제를 위한 것이었다.
치치스베오 제도가 보여주는, 자유가 과연 자유이고 해방이 과연 해방인가? 라는 자유의 이중성 문제는 현대 여성들이 겪고 있는 일과 가정의 양립 문제와 바로 연결된다. 냉장고, 세탁기, 진공청소기 등 가사노동용 가전제품의 발달이 여성을 가사노동의 짐에서 해방시킨 측면이 있으나 가전제품의 발달과 더불어 생활수준과 기대수준도 아울러 높아졌으므로 여성의 가사노동 시간은 오히려 늘었다는 연구 결과, 여성이 사회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지만 집안일은 여전히 여성의 일이라는 전통적 인식이 많이 남아 있어 결과적으로 여성이 이중의 노동을 부담해야 하는 현실, 남성 정치인의 배우자가 가정 내 전통적인 내조는 물론이고 정치 모임, 사교계 모임 등을 주도하며 활동적인 내조도 해야 한다는 이중 기대는 귀족 여성이 치치스베오를 거느려 가며 사교 행사의 의무를 잘 수행해야 한다는 18세기 이탈리아의 역할 기대와 그 본질은 거의 같다고 할 수 있다. 즉 이 책에서 보여주는 18세기 이탈리아의 치치스베오 제도는 단순히 과거 외국의 흥미로운 관습 소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대 여성문제를 비추는 거울로서 활용될 수 있는 것이다.
별점:★★★★
2022 효원인 감동공유 전시회

· (전시주제) 효원인 감동공유 10주년 기념 전시 “금쪽같은 효원인을 위한 책 상담소”

· (전시도서) 2022년 효원인과 함께 읽고 싶은 책 우수 추천서 100권과 역대 Best of Best 추천도서

· (전시참여)
①내가 관심있는 분야의 처방전을 1장 고르기
②처방전에 적힌 추천대상, 추천문장, 추천이유를 읽고 처방전 숫자에 해당하는 책을 찾기
③책을 읽고 온라인 전시페이지에 댓글로 소감 작성하기

· (소망트리) 2022년을 마무리하며 크리스마스 트리에 소망카드 쓰고 도서관 팬에게 주는 펜은 선물로 가져가기

2022 효원인 감동공유 전시사진

Comments 16

이*원
2022년 12월 16일 4:37 오후

평소 읽고 싶은 책을 읽기에도 시간이 모자라 여러 분야를 알지 못하는 게 아쉬웠는데, 다양한 학문에 임하는 사람들이 추천하는 책을 읽으며 조금이나마 새로운 분야를 접할 수 있어 정말 좋았습니다! 😊😊 크리스마스 트리 이벤트와 함께 진행한 덕분에 더 주목받은 것 같아 좋았어요! 새롭게 단장한 새벽벌도서관과 함께 예쁘고 소중한 이벤트 진행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재밌는 이벤트 기대할게요! 😉

김*현
2022년 12월 16일 9:03 오전

평소 도서관에 매일 살다시피 하는 효원인들에게 좋은 처방을 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매일 반복되는 삶과 공부에 점점 마음 기운을 잃어가는 연말입니다. 그래도 한번씩 도서관에서 준비한 처방과 추천 도서를 읽으며 마음에 휴식을 주고있어요. 덕분에 마음의 짐을 많이 덜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조*서
2022년 12월 15일 11:36 오후

도서관에 갈 때마다 표지의 문구가 특히 마음에 드는 처방전을 골라서 안에 내용을 읽어보고 그중 가장 마음에 드는 한 장씩을 챙겨서 나왔는데, 어서 기말고사 기간이 끝나고 그 처방전에서 처방 내린 책들을 하나씩 읽어볼 생각에 가슴이 두근두근하네요! 이번 전시에서 정한 처방전, 상담소라는 컨셉이 너무나 사랑스럽고 좋았습니다.

제가 공모했던 추천서 두 장도, 많은 처방전들 사이에 있었는데 그 처방전들이 전시된 걸 보는 것도, 그리고 제 지인들이 그 추천서들을 잘 읽었다고 메시지를 보내준 것도 참 기분 좋은 일이었어요! 사실 추천서를 쓸 때만 하더라도, 제가 쓴 추천서가 이렇게 예쁘게 장식되어 전시가 될 거라 상상하지 못했는데, 제가 썼던 추천하고 싶은 대상, 추천하는 문장, 추천하는 이유가 처방전의 양식에 맞춰서 전시가 된 걸 보니 꽤 많이 뭉클했어요. 또 많은 처방전들 중 제가 쓴 추천서를 가져간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이었을지 상상해 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무척 재미있었고, 제가 아끼는, 좋아하는 책이 딱 맞는 주인을 찾아갔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뻤어요 !

책으로 치유됨을 느끼는 사람들이 조금 더 많아졌으면 하는 마음에, 내년에도 비슷한 전시가 또 이루어지면 너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은 전시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아 :’) 덕분에 따듯한 연말이네요 🧚‍♀️

김*하
2022년 12월 15일 6:55 오후

평소에 도서관에서 하는 행사나 전시에 참여하고 구경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이번 전시는 유달리 좋았어요! 제가 추천했던 책도 전시되어 있어서 괜시리 뿌듯했고, 무엇보다 나에게 지금 필요한 책이나 궁금했던 분야에 관한 책을 찾아 읽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이런 전시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네요. 감사합니다!

백*진
2022년 12월 14일 9:27 오후

허전 했던 도서관 공간을 의미있게 꾸며주셔서 감사합니다! 트리를 볼 수 있어서 도서관 들어갈 때마다 연말기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 좋은 책들을 알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기획 기대하겠습니다! ☺️

도*록
2022년 12월 10일 12:02 오전

평소의 고민거리에 대해 해결점을 제시해 주는 추천 책과 문장이었습니다. 또한 동기 친구들과 함께 고민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 공감해 주는 계기가 되어서 2022년 연말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좋은 행사 감사합니다.

한*경
2022년 12월 09일 11:52 오후

요즘 많은 고민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있었습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서 그런 저에게 약간의 힐링이 되었고, 작은 해답 또한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의 고민보다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나씩 해야겠다고 생각하게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홍*진
2022년 12월 09일 7:52 오후

기말고사와 2022년의 마무리를 앞두고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지는 하루였습니다. 열정적인 일 년을 보낸 것 같으면서도 후회와 반성이 남는 것은 그만큼 제가 미숙한 청춘이라는 뜻이겠지요. 요즘 바쁘다는 이유로 독서를 게을리 했는데, 마침 도서관에서 이벤트를 열어 다양한 책을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시험이 끝나면 읽으려고 이런저런 책들을 메모했습니다. 굿라이프의 소개글이 인상깊더라고요. 우리는 행복해지기를 주저할지도 모른다. 이 문장을 읽었을 뿐인데도 왠지 위로를 받는 기분이었습니다. 좋은 행사 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안*원
2022년 12월 07일 7:27 오후

학업에 집중하며 자연스레 책과는 멀어지게 되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오랜만에 책을 읽으며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지친 마음을 위로해주는 책, 나아가야 할 방향을 생각하게 해주는 책을 통해 올해를 뒤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이런 행사 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림
2022년 12월 06일 5:28 오후

종이책을 손에서 놓은지 꽤나 오래 되었는데 시험 공부하다 잠시 휴식하는 동안 간만에 책을 읽으면서 여유를 느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근래 들어 다양한 행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데 앞으로도 좋은 기획 기대하겠습니다!

고*주
2022년 12월 05일 9:19 오후

13번책 소개만 보면 논픽션일줄 알았는데 서양 소설이네요. 요즘에 소설 읽을 마음의 여유가 없어 슬픔니다. 특별히 정보습득을 안하는 자서전이나 논픽션 아니라 소설책은 요즘에 훨씬 덜 읽었네요. 시간적여유가생기면 마음의여유도생기겠죠?

최*진
2022년 12월 05일 9:24 오전

요즘, 올 한 해를 돌아보며, 어떻게 마무리 하는 것이 좋을 지 고민하던 중 도서관 행사를 알게 되었습니다.

전시회에서 제가 읽어본 책들도 함께 소개되어 있는 것을 보며 책을 통한 공감대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느낄 수 있었고,
지친 마음에 안정을 찾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알게 되는 아주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앞으로도 다양하고 많은 도서관 행사들 개최하여 주시기 바라며, 응원의 인사 말씀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김*주
2022년 12월 03일 9:23 오후

한 해를 마무리 해야하는 시기가 다가오면서 이런저런 생각으로 가득했었는데, 나에게 필요한 문구가 적혀있는 처방전을 통해 추천도서를 읽게 되었습니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읽은 추천도서는 조금 더 따뜻한 연말을 보낼 수 있게 해준 것 같습니다. 추천 도서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의미있는 전시회였습니다.

조*현
2022년 12월 03일 9:17 오후

평소 생각이 많아지는 날이면 어김없이 떠오르던 고민에 대해 조언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같은 고민을 했었던 사람이 건네는 하나의 위로가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안*경
2022년 12월 02일 6:29 오후

추천받은 책을 읽어보며 한 해를 되돌아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김*현
2022년 12월 02일 10:17 오전

한 해를 책으로서 마무리하게 되는 기회를 제공해주는 도서관에게 감사함을 느끼게 되는 전시회 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