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 추천도서

이 주의 사서 추천도서(12월 4주)

비하인드 도어

B. A. Paris│아르테│2017│323p.
중앙도서관 2층 문학예술자료관 단행본 [LDM 823.92 P232b한]

추천의 글(정보서비스팀 여윤선)

30대 여성 그레이스에게 매력 있고 지적이며 재미있는 변호사 잭의 프러포즈는 악마의 유혹이다. 겉으로 보이는 것과는 달리 폭력적인 아버지를 닮아 어린 시절부터 파괴적이며 공격적, 가학적 성격을 지닌 잭은 오랜 물색 끝에 자신이 완전히 통제하고 노예처럼 부릴 수 있는 대상으로 그레이스를 확정한다. 부모와 사이가 좋지 못하고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17살 어린 여동생 밀리를 돌봐줄 사람이 그레이스밖에 없다는 사실과 더불어 그레이스의 순진하고 여리며 우유부단한 성격이 가학적 욕구 충족의 대상으로 잭이 그레이스를 택하게 되는 이유다. 지옥과도 같은 저택에서 그레이스를 심리적, 육체적으로 학대하던 잭의 이중적 생활은 잭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그레이스의 용기로 끝이 난다. 여동생 밀리가 구해온 다량의 수면제를 그레이스가 위스키에 타 잭이 저택 지하실에서 사망한다.

사이코적 가정폭력범 잭이 그레이스를 통제하는 힘은 상대의 약점을 이용한 공포와 두려움이다. 그레이스의 처지에서 잭이란 올가미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자신을 학대하는 배우자에게서 빠져나오는 방법은 무엇일까? 책의 내용으로 유추하자면 당사자의 용기 못지않게 지인, 이웃과의 유대 나아가 우리라는 공동체의식의 발현이 중요하다고고 할 수 있겠다. 이 책에서는 최근에 그레이스가 사는 동네로 이사 온 에스터가 이웃 간의 유대의 일면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저택 안에서 학대받는 그레이스에게 최초로 도움의 손길을 보내는 인물이다. 빌려주는 책 속에 “혹시 무슨 문제 있어?”라고 적음으로써 그레이스의 숨겨진 불행에 적극적 관심을 표시한다. 이웃에 대한 에스터의 이러한 관심으로부터 그레이스는 용기를 얻어 잭이란 굴레로부터 벗어나 자유를 얻고자 했을 것이라고 본인은 생각한다.

타인을 예속시켜 하인처럼 부리면서 기쁨을 얻겠다는 잭의 터무니없는 생각은 지금의 우리 사회에도 만연한 것처럼 보인다. 최근 언론에서 연일 보도했던 ‘갑질’, ‘슈퍼 갑질’이 바로 그러한 것 아닐까.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주와 종업원, 상사와 부하직원, 정규직과 비정규직, 아파트 주민과 경비원 등등 오죽하면 ‘울트라 갑’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했겠는가?

나는 모든 가학적 행위는 강자가 약자에게 행하는 아주 사소한 ‘무시’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무시가 눈덩이처럼 점점 커져서 공격적, 파괴적인 인간의 본능을 깨우고 해서는 안 되는 과격한 부당행위를 초래하는 것이다. 스스로 족쇄를 푸는 용기와 더불어 사회 속의 많은 인간관계 특히 부부관계에서 상호 존중의 소중함과 더불어 이웃 간의 유대의 절심함을 느끼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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