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 추천도서

이 주의 사서 추천도서(3월 4주)

쓰레기 고서들의 반란 : 세월의 때와 천대(賤待)를 견디고 살아남은 고서(古書)들

장유승│글항아리│2013│361p.
중앙도서관 3층 인문사회자료관 단행본 [HDM 951.0091 장67ㅆ]

추천의 글(고문헌자료실 이철찬)

박물관과 고서점에서조차 내팽개쳐진 섭치들, 쓰레기 고서 더미에서 건져 올린 열다섯 권의 책을 통해 옛사람들의 삶을 읽고 인문학의 길을 찾는 책이다.

섭치는 순우리말로 “여러 가지 물건 가운데 변변하지 아니하고 너절한 것”을 말하며 TV쇼 진품명품에 들고 가면 방송관계자가 입구에서 돌려보낼 만큼 흔하고 싼 티 나는 고서들을 말한다. 섭치는 세월이 지나도 섭치라는 말을 듣고, 지공예(紙工藝) 하는 분들이 재료로 활용되는 책, 연대가 올라가봤자 고작 100년이고 독자적인 문헌적 가치도 없어 도서관·박물관, 심지어 고서점에도 진열되지 못하는 고서적 뭉치들을 그 가혹한 집단 호칭에서 해방시켜 하나하나 분류하고 새롭게 그 역사적·인류학적·독서사회학적 가치를 매긴 작업의 결과물이다.

저자는 머윗대 껍질을 벗기듯 고서에 내려앉은 묵은 때를 벗겨내서 책의 주인이 간직했던 휘황찬란한 꿈, 책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이름 없는 저자가 지어내야 했던 서문의 기기묘묘한 이야기, 사람들 손을 타며 우측 하단의 침 묻은 귀퉁이가 떨어져 나가고 이미 출판된 종이의 뒷면에 필사해 내려간 책들의 운명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오늘날과 다른 고서의 권과 책의 개념, 고서의 체제와 제작과정, 필사와 목판본, 방각본 등의 차이를 소상하게 일러줘 고서 오디세이를 펼친다.

이 책은 내용 소개를 넘어 고서의 콘텍스트가 풀려나오는 과정을 생중계하면서 현실의 실존적 질문을 계속 던진다는 점에서 음악에 비유하자면 노동요에서 랩과 힙합으로 점핑했다고 볼 수 있다. 과거를 현재의 호흡으로 만들어내기 위한 반성과 사유가 이 책의 또 하나의 특징이라는 얘기다. 게다가 고서의 내용 소개도 소개지만 책 자체의 물성과 고유명사로서 the book의 운명, 책을 만들고 베끼고 빌리고 나누는 인간들의 사연을 탐방한 책에 대한 책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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