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젊은 철학자 사사키 아타루의 대담집입니다.

이 책에는 여러 담론이 수록되어 있는데, 본디 철학이란 무엇인가? 라는 인문학의 기본부터 시작해서 연애의 발명, 쓰나미 이후의 일본의 변화 등 다양한 주제가 담아져 있습니다. 아타루에 따르면 연애는 12세기 유럽의 발명품으로 중세 트루바두르의 등장으로 궁중 연애가 성립되었고, 18세기 프랑스 혁명이후 궁중 연애는 종지부를 찍습니다. 이후 살롱문화가 궁중 연애를 모방합니다. 1차 세계대전 이후 이혼이 증가하면서 자유연애에 바탕을 둔 연애 결혼이 급증하게 됩니다. 일본의 경우 18세기만 하더라도 평균 결혼 연령이 남자 30세 여성 25세로 연애 개념이 없었고, 색정 혹은 중매에 의한 결혼이 주류였습니다. 1960년 이후가 되어서야 연애 결혼이 중매 결혼의 비율을 넘어섰다고 합니다. 즉, 동양에 있어서 연애는 100년의 역사도 되지 않은 발명품이라는 것입니다.

신학과를 나온 저자의 방대한 지식과 힘있는 표현이 매력적인 동시에 선동적이라는 생각이 들어 의문도 생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가지 질문을 제기한다는 점에서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계몽이라는 단어를 접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미래에 대한 희망을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테고 혹은 지식인이라고 불리는 사람의 꼰대질이 떠오르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계몽은 단어는 독일 프리드리히 대왕 세기에 등장한 신조어입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계몽과 교양, 문화에 대한 정의가 이루어진 시기라고 볼 수 있죠. 제일 유명한 정의는 아마 임마누엘 칸트의 계몽일 것입니다.

칸트에게 있어서 계몽이란 인간이 스스로의 잘못으로 초래한 미성년 상태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미성년 상태란 다른 사람이 이끌어주지 않으면 자신의 지성을 사용할 수 없는 무능력 상태로 지성의 부족이 아니라 결단력과 용기의 결핍으로 스스로 초래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 책에서는 칸트 뿐만 아니라 당대 독일 학자들이 계몽에 대해서 논한 글들을 수록하였는데 여전히 유효한 질문들이 있으므로 스스로 고민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여 추천합니다.

개원의인 매든 씨는 이제 중년을 넘겼고 슬하에 여섯 딸을 두고 있다. 매든 부인은 묘지에 잠든지 2년이 지났다. 딸들은 신분에 걸맞은 교육을 받았지만 진로를 위한 훈련을 받지 않았고 여느 다른 가정들처럼 여성이 돈을 벌거나 관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여겼고, 대신에 결혼 대상자를 물색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매든씨가 사고로 사망하고 16년 후, 딸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시대적으로 제인오스틴과 버지니아 울프 사이에 끼어있는 조지 기싱의 [짝 없는 여자들]은 빅토리아 시대 문학이다. 영국의 19C 전반을 아우르는 빅토리아 시대는 시기적으로 빅토리아 여왕의 즉위기간인 1837년부터 1901년으로 간주하는데, 역사적인 관점에서는 제 1차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된 1832년을 빅토리아 시대로 잡는 경우도 있다. 빅토리아 여왕의 최장기간 치세도 놀랍지만 다양하고 새로운 예술사조-낭만주의, 계몽주의, 사실주의 등-와 사상들-공리주의, 복음주의, 민주주의, 사회주의- 의 성장, 그리고 산업화의 시작과 경제학의 학문화 등등... 전 영역에서 방대한 변화를 일으켰기에 단번에 파악하기 어렵다. 요약하면 모든 면에서 성장이라는 이상, 인간 이성에 대한 신뢰, 진보의 개념이 의심받지 않았던 시기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당대 시민들이 좋은 삶을 향유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빈곤은 당대의 주된 논쟁 주제였으며(당대 맬서스와 리카도를 비롯한 고전경제학자 대다수는 임금을 많이 주면 노동자들이 게을러지고 적게 주어 인구수를 제한한다는 등의 생각을 지녔고, 빈곤=게으름이라는 의견이 다수였다.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스피넘랜드법(빈곤구제법) 있는데 이와 관련해서는 칼 폴라니의 [거대한 전환]를 참고), 신분에 따른 계급적 명예는 희미해지고 자본에 의해 나누어지는 계층 등.. 기존의 미덕, 혹은 도덕과 관습이 변화하기 시작했던 시기다.

지난 학기 동아리 교재로 쓰인 책입니다.
이 책은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13명의 저자가 코로나 상황에서 여성이 처한 현실적 상황을 분석한 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주제를 요약해보자면 첫째가 '여성'성, 두번째가 코로나와 페미니즘, 마지막으로 신자유주의 시대의 페미니즘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N번방과 재난 상황에서 여성 노동자들의 실업 상황, 페미니즘 운동의 확장 부분에서 논의할 거리가 많았고, 발제할 때 많은 참고가 되었습니다.

여전히 진행중이기에 포스트 코로나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을 지양하는 편이지만, COVID-19가 닥치고 난 후 경제와 사회 뿐 아니라 생활 양식 자체가 변화되었다는 것이 실감납니다. 실외에서 마스크를 벗고 다니는 것 자체가 어색하게 느껴지고 카페에서 독서를 한 기억도 가물가물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불편함을 느끼는 한편, 위기의 상황에서 눈에 보이지 않았던 사람들, 소외된 사람들, 혹은 약자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생존 그 자체가 위협받고 있습니다. 미셸 푸코가 했던 말처럼 지금이야말로 잠시 멈춰 서서 그동안 잊고 있었던 주변부를 둘러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학과 수업을 듣다가 교수님이 주기율표 탄생 150주년 관련된 다큐멘터리나 축제를 보여주다가 알게 된 도서입니다.

만약 화학을 도표 하나로 정리할 수 있다면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까요?
이 책의 저자는 주기율표를 보여주는 것이 화학 전체를 요약할 수 있으리라고 말합니다.
물질이란 무엇일까요? 사전적 정의로 물질은 ‘공간 일부를 차지하고 질량을 가지며 다양한 자연 현상을 일으키는 실체’를 의미합니다. 요컨대 물체를 이루는 재료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물질을 이루는 근본이 되는 것은 무엇일까요? 근본이 되는 물질을 원소라고 부릅니다. 여기까지는 대부분의 이공계열 학생과 과학에 흥미가 있는 일반인들도 알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저자는 여기서 더 나아가 물리적 의미의 원소와 추상적 의미의 (개념적 의미의) 분리하여 설명합니다.

주기율표를 주제로 한 이 책은 대부분의 교양 과학서처럼 역사적인 발견들을 시간순으로 따라갑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교양 과학 서적에서 결여되어있거나 가볍게 넘기는 과학 개념에 대한 철학적 성찰이 이 책의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