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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든아워. 1 작가 이국종 출판 흐름출판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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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한 때 의사가 되고 싶었다. 그 전에는 법의학자가 되고 싶었고, 또 어느 때에는 흉부외과 의사라는 구체적인 꿈을 가지기도 했다. 그래서 의대를 지망했었고, 결국에 의대에는 닿지 못했지만 아직도 이런 책을 보면 나도 모르게 읽게된다. 처음에는 여느 때와 다름 없이 대리만족과도 같은 기분을 느끼기 위해 골랐던 책이었고, 몇 장 넘기지 않아서 나는 내가 오만했음을 깨달았다.

    이 책은 단순히 의사로서 있던 소소한 일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초를 다투는 누군가의 삶과 죽음의 기로, 거기서 고군분투하는 고귀한 이야기였다. 뿜어져 나오는 피와 울려퍼지는 울부짖음, 그 속에서 매일을 살아가는 이국종 교수님의 이야기는 절로 입을 다물게 되는 시간이었다. 그는 그런 삶을 싫다고 이야기 하지도 않고, 힘들다고 동정을 요하지도 않는다. 그저 묵묵히 제 몫을, 원래라면 많은 이들이 나눠져야 하는 몫까지 넘치게 등에 지고 해나가고 있다. 부족한 인프라와 없다시피 하는 지원, 그 속에서 넘쳐 나는 것은 환자와 그 환자들의 사연이었다. 그저 지나칠 수 없는 이야기들을 담담하지만 긴박하게 풀어나가는 동안 나는 그저 숨을 집어 삼킨 채, 지금까지의 나의 무관심이 죄스럽게 느껴지며 책을 읽어나갔다. 많은 이들이 책을 읽고 관심을 가져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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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국종 교수님을 제가 정말 존경하는데요. 기계공학도로써 이런 사회 시스템을 개선하는데 힘쓰는 기술을 개발하고싶네요. 공학윤리의식의 중요성을 이책을 통해 다시한번 불태우고싶습니다.
    • 힘 써주신 소방헬기나 여러 사회시스템 개혁의 중요성을 일깨워주신 분이라고 생각해요 저 또한 김태환님과 마찬가지로 사회 시스템을 개선하는데 힘 쓰는 사회 구성원이 되겠습니다
    • 이국종 교수님을 볼때마다 의사라는 말을 들을때 돈 많이 벌겠다는 생각이 먼저 드는 스스로를 반성하게 됩니다 꼭 읽어보고 싶네요
  •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양장본 HardCover) 작가 김초엽 출판 허블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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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이 책을 도서관에서 빌리게 된 계기는 대체재로서였다. 거의 불모지에 가까웠던 한국 SF 소설에서 혜성처럼 등장했다던, 글을 좀 즐겨 읽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꽤나 이름이 알려져있다던 정세랑의 소설을 빌리러 도서관을 갔고, 우리 학교에는 글을 좀 즐겨 읽는 사람들이 많았던 건지 5번을 실패했다. 그래서 오늘도 빈 손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마음에 빌렸던 소설인데, 올해 제일 재미있게 읽은 소설 중 하나가 되었다. 정세랑의 책을 빌려야겠다는 생각이 안 들 정도로. 그리고 결국 돈을 주고 책을 사버렸다.

    잃어버린 엄마의 기억을 찾아서 도서관으로 간 딸, 그 도서관에서 ‘마인드 업로딩’으로 백업이 되어있던 기억을 찾았고, 그로 부터 시작되는 이야기. 이처럼 아주 동떨어진 타자의 공간이 아닌 어쩌면 지금도 어딘가에 존재할지도 모르는 삶 속에 SF를 잘 녹여낸 글이었다. 문장 역시 감탄이 나오게 좋았다. 가끔 책이 읽히지 않으면 몇 번이고 같은 문장을 읽어야 하는 순간이 오는데, 이 책은 그런 순간이 단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다. 길지 않은 문장이 이어지는데 이음새가 매끄러워서 나도 모르게 어느새 푹 빠져 단숨에 읽어내려간 책이다. 시끄럽거나 정신 없이 않은데, 마치 푸른 새벽처럼 고요하지만 힘 있는 문체를 가진 작가인 것 같다. 작가의 다음이 기대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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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SF 소설이라니 어떤내용일지 궁금하네요. 꼭 한번 읽어보고싶어요!
    • 잃어버린 기억이 도서관에서 \'마인드 업로딩\'이 된다는 책의 한 줄이지만 벌써 기대가 되는 것 같습니다. 좋은 책 추천 감사해요.
  • 언어의 온도(100만부 돌파 기념! 이기주 작가 서문 낭독)(체험판)(e오디오북) 작가 이기주 출판 말글터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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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짬을 내서 읽었는데 그 잠깐의 짬이 조금은 아깝게 느껴졌던 책.

    이 책이 나오고, 꽤 오랫동안 베스트셀러에 머물면서 많은 이들이 추천했다. 하지만 괜히 고집이 세고 남들 다 하는 건 싫어하는 성격의 나라 한참을 안 읽고 싶은 척 미루다가, 잠깐 친구를 기다리며 앉아있던 북카페에서 집어 들었던 책이다. 그런데, 사실 많이 실망했다. 처음 이 책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건 언어에도 나름의 온도가 있다고 하는 작가의 말 때문이었다. 하지만 직접 책을 펼쳐보니 저자가 쓴 언어의 온도는 글쎄, 한 25도쯤 되려나. 얼음이 녹아 밍밍해져버린 아이스 아메리카노, 혹은 다 식어빠져버린 따뜻한 아메리카노. 이도 저도 아닌 그저 고루한 에세이의 느낌이었다. 문장의 기술적인 부분에 있어서의 필력은 나쁘지 않았지만 그저 수많은 나이 든 이의 어쩌면 지루하기 도 한 에세이. 그냥 그 정도였던 경험이었다. 내가 아직 삶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고 겸손이 모자라 이 글을 다 읽어낼 수 있는 이해력을 지니지 못한 것일수도 있다. 누군가에게는 재밌고 좋은 책일 수 있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아직 어려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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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 집 작가 미우라 시온 출판 들녘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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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정말 제목 그대로 마호로 역 근처에서 ‘다다 심부름집’ 을 하는 다다의 이야기다. 무엇이든 해드리는 그의 심부름집에 아무것도 하지 않은 빈대인 교텐이 찾아오게 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결국 수 많은 타인의 잡일들을 지나 둘의 이야기로 맞닿게 된다.

    무덤덤한, 속을 알 수 없지만 아무 것도 도움이 되지 않아 보이는 교텐은 의외로 쓸모가 있으며, 그런 교텐을 이해할 수 없으며 그저 귀찮은 존재로 보는 것 같은 다다는 그가 없어지자 그 누구보다 절실히 그를 필요로 하게 된다. 그리하여 어찌저찌 평탄하게 살아온 것 같았던 둘은 서로의 상처를 내보이게 되고 서로에게 위로가 되는 삶을 사는 이야기이다.

    그 소소하고 어쩌면 찌질하기도 한 삶 속에서 다들 무언가로부터 행복을 찾으며 살아가게 된다. 작가가 말하고 싶었던 것도 ‘자신만의 행복’을 찾으라는 이야기 아닐까. 내 삶의 행복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하여 생각하게 되는 책이다. 책에 이런 문구가 있다.

    ‘행복은 재생된다고.
    행복은 모양을 바꾸어 가며 다양한 모습으로 그것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몇 번이고 살그머니 찾아온다고.’
    책의 가장 마지막 문구인 이 부분을 읽고 있으면 정말 최근에 내가 재미있게 봤던 드라마인 동백 꽃 필 무렵이 생각난다. 거기서도 주인공은 그런다. ‘지금 당장 야금야금 행복해야한다,’고.

    지금 나는 행복하다.
    당신은 지금, 행복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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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작가 윤동주 출판 소와다리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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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르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이 문장을 모르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시를 읽지 않았어도, 한컴타자연습을 좀 해 본 사람이라면 잊을 수 없는 그 문구. 사실 윤동주의 시는 국어시간에 문학으로 조각조각 분해하여 이론적으로 접한 일이 더 많았다.

    그 후 고등학교 때 ‘쉽게 쓰여진 시’를 읽으며 그의 삶에 대하여 궁금증이 생겼고, 직접 찾아 보며 윤동주의 시와 많이 가까워졌다. 그 후 바쁜 일상 속에서 잊고 살다가 ‘동주’라는 영화와 함께 내 안에 먼지가 쌓인 채 놓여있던 ‘서시’가 다시 반짝거리기 시작하였다. 이 책은 그 때 샀던 책이다. 그의 유고시집의 초판본. 기념으로 나왔던 오리지널 디자인의 책을 구했고, 내용 역시 불규칙하고 한자가 섞인 세로인쇄로 되어있다. 읽기는 힘들어졌지만, 마음 속엔 더 깊이 남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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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ㅋㅋ 제목을 읽고서 뭔가 익숙해 작가를 보니 윤동주 작가님이네요 고등학생 때 엄청 자주 들었던 이름ㅋㅋ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제목이 정말 현학적이라 언젠가 시간될 때 까먹지 않고 읽어볼게요
    • 윤동주시인에 대해서 사실 그 일대기를 잘 알지는 못합니다. 이 책을 통해 시도 읽어보고 그 이후에는 다른책을 골라서 일대기에대해서도 알아보고싶네요. 감사합니다.
  • Speed 작가 금성일기 출판 북폴리오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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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 이상한 놈들의 이야기.
    그게 이 책의 첫인상이었다. 누군가의 죽음으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어느 부분에서는 추리소설과 같았다가, 또 어느 순간은 마치 스포츠 소설과 같았다가, 결국에는 이게 뭐지? 어안이 벙벙해지는 소설이다.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 죽었고, 그를 처벌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는 없다. 하지만 악당은 가증스럽게 사회의 승리자가 되려고 한다. 그런 악당, 가해자를 가상에서나마 크게 한 방 먹이는 경험을 할 수 있는 소설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는 하루에도 몇 건씩, 어쩌면 알려지지 않은 일들까지 한다면 셀 수 없을 만큼 비합리적이고 안타까운, 그러나 처벌받지 않은 일들이 생겨나고 있다. 사회의 모습을 한 만큼 법을 따라야 해서 우리 손으로 직접 처벌하지 못하는 일들이 수없이 많다. 그럴 때 마다 꽉 쥐게 되는 분노의 주먹을 우리 대신 날려주는 책이다. 그 날의 속도를, 굉음을, 나는 이 책의 주인공 만큼이나 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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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실이라면 불가능한 이야기를 소설이 대신해서 시원하게 풀어주는 것 같네요. 꼭 한번 읽어보고싶어요!
  •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작가 김정선 출판 유유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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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을 쓴다는 것, 그리고 글을 쓰는 행위를 좋아한다는 것은 참 신기하다. 다른 나라에 비해서 극도로 문맹률이 낮은 편인 한국에서는 하루에도 참 많은 문장들이 쓰여진다. 그 문장들 속에서 예상치 못한 이로부터 어마어마한 문장을 얻어내기도 하고, 기대했던 대작가의 새 글을 읽다보니 단순 쓰레기에 불과할 때도 있다.

    나는 이도 저도 아닌 그저 글 쓰기를 좋아하는 대학생이지만, 가끔 그 글로 칭찬이나 관심, 상을 받을 때면 어, 나 글 좀 괜찮게 쓰나보다,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는 순간이 있다. 하지만 그런 순간은 마감 앞에서 곧 빛이 사라지고 만다. 그럴 때 꺼내 읽게 되는 책이다. 내 글이 내가 생각해도 이건 아니다 싶을 정도로 끔찍하게 느껴지는 순간에도, 줄줄 글을 써내려가다가도 막히는 순간에도, 또 나 좀 글 잘 쓰는 것 같다며 오만해지는 순간에도 꺼내서 체크해야 하는 책이다.

    추상적으로 글은 이런 느낌이어야 해, 하는 두루뭉실한 책이 아니라, 기술적으로 갖춰야 할 내용들을 짚어주어서 간과하기 쉬운 실수를 줄이고 새로운 기술을 또 배워가게 되는 유용한 책이다.

    글 쓰기를 좋아하는 이라면 한 번쯤 읽어야 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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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시.. 아는만큼 보인다고 하죠.; 글쓰는 방법에 대해서 읽어보고나면 저도 이렇게 글을 쓸때 더 풍성하고 정확하며 명확하게 쓸 수 있을 것 같네요. 글을 잘 쓰고싶을때 읽을만한책 추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마냥 생각을 문장의 필수 성분만 넣어서 글로 표현하면 그것이 문장이 되는 줄 알았는데 대학 와서 그 생각이 사라졌습니다. 글을 잘 쓴다라는 건 어려운 말을 써가며 한 문장 안에 여러 의미들을 꾸역꾸역 넣는 것이 아니라, 읽기 어색함이 없으면서 의미전달을 확실히 해주는 것이더라고요 이 책도 꼭 읽어보겠습니다 추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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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 쓰는건 재밌는데 수정하고 고치는 과정은 재미없는 것 같아요 너무 내 글이 볼품없게 느껴져서 그런 것 같아요
  • 파과(양장본 HardCover) 작가 구병모 출판 위즈덤하우스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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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흔히 미디어나 책에서 접하게 되는 ‘청부살인업자’들은 포식자의 모습을 하고 있다. 보통 젊은 나이에, 누가 봐도 훤칠한 외모를 가지고 있으며, 언제나 잘 벼려진 날카로운 모습. 그러나 이 책에서 그리는 ‘청부살인업자’의 모습은 다르다. 그들의 삶도 여느 사람과 다를 바 없이 시간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며, 나이를 먹는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모습을 그려본 적이 없다. 이 책에서는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맹점의 시간에 놓인 그 모습을 볼 수 있다.

    노쇠해져서 예전같지 않은 몸과 자꾸만 틈이 생기는 기억. 어쩌면 그녀가 가진 직업에 가장 큰 위협이 되는 그런 상태이다. 하지만 그녀의 하루는 계속해서 흘러간다. 나이를 먹었다는 이유로 불필요한 동정을 받으며, 또 과한 무관심 속에서도 그녀는 꿋꿋하게 그녀의 일을 해나가고 있다. 예전의 제 살인으로 인한 피해자로부터의 위협 속에서도, 원치 않게 스스로를 들켜 버린 이방인으로부터의 관심 속에서도. 그녀는 나름대로의 삶의 방식과 지혜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인간에게 필연적인 ‘사라짐’, 즉 상실 속에서도 그녀는 온 힘을 다해 살아가는 방식을 배우고 있다는 점이 끝까지 책을 덮지 못하고 숨을 참은 채 단 숨에 읽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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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 독립책방을 둘러보다 표지가 강렬해서 시선이 머무른 책이었는데, 내용도 흥미롭습니다. 글을 읽다 보니 갑자기 레옹이 생각나네요. 아마 사회가 가진 청부살인업자의 이미지와는 다르다는 점 때문이겠죠? 그런 극적인 직업을 가진 사람을 통해 인간 보통의 주제를 이끌어내는 것이 참신합니다. 꼭 읽어보겠습니다. 좋은 서평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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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는 내가 버리지 못한 유일한 문장이다(문학의전당 시인선 231) 작가 이훤 출판 문학의전당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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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나처럼 서점에 과제에 지친 몸을 이끌고 수업에 필요할 전공서적을 사러 갔다가 제목에 이끌려 무작정 사게된 시집이다.

    ‘너는 내가 버리지 못한 유일한 문장이다.’
    살면서 수없이 말했을 보고싶다는 말을, 이별 노래를, 드라마 장면을 다 유치하게 만드는 것만 같은 우아하지만 슬픈 그 활자. 그리고 펼친 시집은, 책장마다 너무나 현재와 맞닿아 있는 단어의 조각이 가득했다.

    한없이 우울에 잠겨 눅눅한 페이지도 있었고, 재기발랄함이 가득한 찌릿한 페이지도 있었고, 가끔은 갓 시작한 사랑에 몽글거리는 폭신거리는 페이지도 있었다. 그리고 나는 제목의 대답과도 같은 욕심, 이라는 시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너는 내가 버리지 못한 유일한 문장이다.’ 그리고, ‘네가 버리지 못하는 유일한 문장이 되고싶다.’ 는 욕심.

    오랜만에 읽었던 시집은, 화자의 의도를 추측하지 않고 문제를 풀지 않아도 되는, 내 의지로 읽는 시집은 생각보다 즐거운 경험이었다. 종종 시집을 사서 읽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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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냉정과 열정사이(전2권) 작가 에쿠니 가오리 출판 소담출판사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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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읽고 나서 ‘피렌체’ 도시에 대한 환상을 가지게 되었다. 그들의 사랑이 언제나 환상처럼 아름답고 즐겁지만은 않았지만, 그 둘을 둘러싸고 있는 피렌체는 언제나 반짝거리고 아름다우며, 낭만적인 도시처럼 느껴졌다. 그 속에서 이루어지는 인간과 관계의 바닥은 상반되게 느껴졌다.

    내가 갓난아기 시절 그런 광고 카피가 있었다고 한다. ‘말 하지 않아도 알아요.’ 오래 전 그 문구처럼 이 소설의 주인공인 준세이와 아오이는 말 하지 않아도 알아주기만을 바란다. 하지만, 말 하지 않으면 알 수 있는 것은 없다. 대화를 해야 알게 되는 것이고, 직접 소리내서 말해야 그 뜻은 전해진다. 대화를 하지 않으면 오해는 깊어진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고 나서 지금 내 옆의 소중한 이에게 조금 더 용기내어 많은 이야기와 애정을 아낌없이 전하기로 마음 먹기도 했던 그런 책이다. 그리고 정말 신기하게도, 그런 우리가 자주 가는 카페 이름은 ‘카페 두오모’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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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도시의 사랑법 작가 박상영 출판 창비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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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를 읽고 잔뜩 기대를 한 상태로 이 책을 읽게 되었고, 사실 기대만큼은 아니었다. 노골적이다 시피 작가가 본인을 투영한 것처럼 보이는 이 책의 주인공인 ‘영’의 사랑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이번 책은, 순간순간 갸웃거리게 되는 부분이 있었다. 많은 분들이 그리 서술하였듯이 ‘퀴어문학이 아니었다면 과연’ 하게 되는 순간들.

    하지만 작가가 가진 고유의 위트있는 농담이 잘 스며든 부분이 많아 읽기에는 어렵지 않고 유쾌하게 읽어나갈 수 있는 책인 것은 분명하다. 어쩔 수 없이 겪게 되는 차별과 멸시, 그리고 비상식적인 순간들에도 ‘영’은 유쾌하다. ‘영’이 유쾌하지 못하는 순간에는 작가인 ‘박상영’이라도 유쾌하다. 그래서 더 서글프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고. 우리는 가끔 삶을 살면서 ‘매 순간이 드라마같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 마치 ‘영’이 나에게는 그런 사람이었다. 내 삶에 잘 없는, 그런 성격을 가진 사람. 술 한 잔 걸치면서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만 같은 순간이 잦았고, 읽으면서 맥주 한 잔 하기 좋은 책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도 그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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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는 예술에 대해 잘 알지못합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어떤 예술이라는것에 대해서 예술가가, 작가가 풀어나가는 것을 읽으며 알아볼 수 있을 것 같네요. 감사합니다.
    • 많이 공감되는 서평이네요. 아쉬운 부분이 많지만, 그런 위트가 그리워서 신작을 기다리게되네요. 언제쯤 내실까요 ㅠㅠ 감사합니다.
  • 박사가 사랑한 수식 작가 소천양자 출판 이레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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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생에 가장 따뜻했던 수학공식.
    그저 지루한 학습지 속 수학 기호였던 루트는, 이 책을 만나 머리가 평평한 아들의 호칭이라는 귀여운 애칭이 되었고, 고루하기만 했던 죽은 숫자들은 박사에게 닿아서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고장난 테이프처럼 짧게 반복되는 박사의 삶에서 그는 절망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나름의 의미를 찾아간다. 그리고 그렇게 의미를 찾아가는 방식이 박사가 평생 함께 해왔던, 그것만은 잊지 않았던 수학이라는 것이 한 편으로는 생경했고 한 편으로는 따뜻했다. 이 책을 처음 읽던 수학을 싫어하던 어린 나에게 딱딱하고 지루했던 수학이 말랑말랑하고 색채를 가져 즐겁게 다가올만큼. 허락된 잠깐이 지나면 모든 것이 낯설어지는 말도 안 되는 극한의 환경 속에서 수학으로 대화하는 삶을 택했던 박사의 태도는 어쩌면 살고 싶다는, 행복하고 싶다는 외침 아니었을까.

    마치 내 귀에도 바스락거리는 박사의 옷깃에 붙은 메모의 소리가 난다. 그 메모처럼, 이 책은 내 가슴 한귀퉁이에 오래된 메모가 되어 붙었다. 말랑하고 따뜻한 수학의 방식으로.

    -영화 메멘토를 본 후에는 영화가 잠깐잠깐 떠오르기도 했지만, 소재를 제외하고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여서 둘을 비교하면서 생각하는 작업이 즐겁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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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저드 베이커리(양장본 HardCover) 작가 구병모 출판 창비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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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실과 닿아있는 가장 한국적 판타지같은 책이다. 그래서 더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코너를 돌아 있는 우리 집 앞의 빵집도 사실은..? 이라는 즐거운 상상을 하게 만드는 책.

    매 순간 즐겁고 웅장한 판타지가 아닌, 어딘가에, 그리고 나와 꽤 가까운 곳에 존재할 것 같은 현실의 어두운 부분, 그 부분을 판타지로 토닥거려주는 그런 책이다. 길거나 화려한 미사여구가 많은 문장이 아닌, 간결하고 짧은 문장들의 연속은 우리를 위저드 베이커리 안으로 어느새 데려다 놓는다. 버터향이 가득 실린 훈훈한 공기보다도 더 매혹적인 건 위저드 베이커리에서 내놓는 제품들의 효능이다. 사과가 먹힐 확률 100프로가 되는 메이킹 피스 건포도 스콘, 하루쯤 쉬고 싶을 때 나 대신 회사나 학교를 가 줄 또 다른 나를 만드는 도플갱어 피낭씨에 등. 말만 들어도 당장 한 입 베어 물고 싶은 달콤한 충동에 빠졌다가도, 모든 마법의 이용 시 그 힘이 부메랑이 되어 내게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경고문에 다시금 쌉싸름한 현실로 돌아오게 된다.

    그렇게 정신없이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어느새 나는 점장과 함께 오븐 속 세계로 들어갔다가, 딸랑이는 베이커리 문의 종소리에 퍼뜩 손님이 되었다가 한다. 새로운 방식으로 위로를 전하는 작가의 재기발랄함이 즐겁고, 문체가 마음에 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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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도 이 책을 구절로 많이 접해보았는데, 영화로 치자면 미셸 공드리의 영화들이 떠오르는 책이네요. 꿈과 현실의 경계에 있는 느낌입니다. 그런 달달함들이 현실을 살아갈 힘이 되기도 하죠. 책만큼이나 재기발랄한 서평 잘 읽었습니다. 서평만 읽고도 기분이 좋아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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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중그네 작가 오전, 영랑 출판 은행나무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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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 의사인 이라부는 기묘하다. 흔히 생각하는 정신과 의사의 이미지도 아니고, 선뜻 신뢰가 가는 인물은 아니다. 그의 앞에 서면 환자들이 오히려 조금 더 ‘멀쩡’해보인다. 그런 그 앞에 앉는 수많은 환자들은 조금씩 뭔가 남들과 다르다. 그리고 다들 그 다름을 처음에는 인정하려 들지도 않은 채 살아가다 결국 곪아버린 상처들을 지니고 있는 인물들이다. 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는데, 나는 그럴 이유가 없는데 뭔가 달라서 다들 감추려 든다. 사회의 틀에서 벗어날까 전전긍긍하며. 그런데 이라부 앞에선 조금 해이해져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절로 하게된다. 저런 의사도 있는데 나 정도야.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걸 노린 것일까. 남들 앞에선 꺼내지 못한 이야기도 선뜻 하게 되는 이상한 병원.

    그렇게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그래, 세상에 정답이 어디 있겠는가. 내 삶이 정답이고 나는 늘 반짝거리고 있었다는 것을. 반짝이는 모두의 삶에 바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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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2년생 김지영(오늘의 젊은 작가 13)(양장본 HardCover) 작가 조남주 출판 민음사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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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안타까운 점은, 이 글의 주인공인 ‘김지영’은, 한국여자의 삶 중에서도 고난과 역경을 수없이 겪은 특출난 삶이 아니라는 것 아닐까. 현실에는 수많은 ‘지영’이들이 존재하고, 우리 역시 한 번쯤은 ‘지영’이와 같은 삶의 조각을 가졌던 적이 있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도 82년생 중에 ‘지영’이라는 이름이 많아 82년생 김지영으로 지어졌다고 알고 있다.

    어쩌면 가장 판타지적 요소인 ‘빙의’와 같은 현상으로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 현실과 가장 가깝다는 생각을 했다. 그녀의 입을 빌려 나온 많은 이들의 목소리는 곧 지영이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이기도 하고, 사회의 수 많은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목소리가 아니었을까.

    책을 읽고 얼마 전에 개봉한 영화를 봤을 때 달라진 결말에서 조금은 웃픈, 웃음이 났다. 상업영화이니 만큼 판타지적으로 가버린 영화의 결말과, 가장 현실적인 소설의 결말. 수없이 본인의 와이프를 안타까워 하지만 결국은 본인도 똑같았던 소설 속의 그. 이 책에서 또 가장 뼈아픈 점은, 완전한 악인이 없다는 것이다. 그냥, 다들 그렇게 사는데 그게 틀린 거라고. 바뀌어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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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학책 읽어주는 공대생 작가 조승연 출판 뜨인돌출판사 스파키 님의 별점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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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가 천재가 아니고서야 이런 책을 쓸 수 있을리가 없다.

    나는 이 책의 마지막장을 읽으며 그런 생각을 했다. 흔히들 이공계를 가게 되면, 공대를 가게 되면 사고방식이 그 쪽으로 굳어져 인문학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기에는 쉽지 않다고들 한다. 하지만 이 저자는 그런 사고방식을 철저히 깨부수는, 그야말로 본인 말대로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 같은 느낌이다.



    그런 ‘외계인’이 해주는 지구의 이야기는 꽤나 흥미롭다. 그저 전공도서 속에서 죽은 글자로 존재하던 수많은 이론과 지식은 이야기꾼인 저자를 만나서 생기를 되찾고 살아 움직이게 된다. 평소에 교수님이 수업을 해주실 때에도 수업 내용보다는 교수님이 해주시는 비하인드 스토리나 얽힌 이야기들에 관심이 더 있었다면, 이 책은 정말 단비와 같은 책이다. 생기없이 단편적이고 평면적인 지식습득이 아닌 정말로 체화된 지식이란 이렇게도 즐거운 이야기들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작가는 정말 많은 지식을 자기 것처럼 소화해내고, 또 자기 이야기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 한 편으로는 부럽기도 하였고, 또 작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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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모 작가 Ende, Michael 출판 비룡소 스파키 님의 별점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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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이 책을, 10여년전 드라마에서 알게 되었다.
    그 당시 한창 유행하던 드라마에 잠깐 등장했던 책이고, 여자주인공이 읽어주었던 책이었다. 그렇게 알게 된 이 책은 나에게 인생도서가 되었다.

    책을 처음 읽던 그 때의 나는 모모이고 싶었고, 크면 모모가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의 내 인생은 회색 신사집단에게 시간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시간을 저축하기 위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되어 정작 삶의 중요한 부분들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잠깐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남들과 조금이라도 달라 눈에 띄게 되면 큰 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그들과 속도를 같이 하려고 하고, 또 같은 길을 가려 하는 것은 아닐까. 진짜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가 에 대하여 다시금 고민하게 만드는 책이 바로 이 모모인 것 같다. 또 다시 내가 사는 삶의 방식에 대하여 조급한 마음이 들고 틀린 길은 아닐까 조바심이 날 때면 펼쳐서 모모의 뒤를 또 좇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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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항상 조급해하며 사는 것 같아요. 한번쯤은 천천히 쉬어가도 될 듯 합니다ㅎㅎ
  • 나의 미친 페미니스트 여자친구 작가 민지형 출판 나비클럽 스파키 님의 별점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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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대사들이 얼굴을 가지고 있는 책.
    그것이 내가 이 책을 끝마치자마자 가장 먼저 했던 생각이었다.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는 대사가 이야기 내내 펼쳐졌고, 마치 목소리와 함께 들리는 듯 했다.

    그 얼굴들은 내 전남자친구이기도 했다가, 과 선배이기도 했다가, 또 어느 순간은 모르는 아저씨이기도 했다. 대사가 전부 익숙하다 했더니, 어디선가 내가 들었던 말들이었다. 그런 순간마다 당시가 떠올라 부아가 치밀었다가, 화가 났다가 했고 저자를 여러번 확인했다. 이토록 잘 묘사를 했다니 작가가 여자가 맞나, 하고.

    화자가 남성인 것이 화룡점정을 찍었다. 작 중의 '미친 페미니스트 여자친구'가 말 없이 그저 물끄러미 남자 주인공을 바라보는 그 순간, 화자가 뿌듯해하거나, 혹은 그저 지나가는 그 순간에 마치 작 중의 여자친구와 눈이 마주쳐 눈빛 교환을 하는 듯 했다. 그 행간에 숨겨진 '넌 무슨 말인지 알지?' 의 순간들. 수긍하기 때문에 답을 하지 않는 게 아니라, 받아들이기 때문에 말을 하지 않는 게 아니라... 그냥, 아무 말을 하지 못하고 책 너머의 그녀와 눈을 마주치며 고개를 끄덕거리는 그 찰나의 공감.



    소설이 아니라 수 없이 많은 이들의 수필과 같은 리얼함. 그래서 한 번에 읽기 더 어려웠다. 이런 생각을 하고 그런 말을 했구나. 또는 그런 말을 하면서 이렇게까지 아무 생각이 없을 수 있구나. 했던 문장들이 끝없이 지나쳐갔고, 또 나에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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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가가 여자이기 때문에 자신이 들어왔던 말들을 옮겨둘 수 있었던 게 아닐까 합니다. 오히려 작가가 남자였다면 정작 자신이 그런 말을 하고 있다는 것도 몰랐을 것 같아요. 아직 책을 읽어보지 못해 함부로 말을 얹기보다는 조만간 책을 읽어보려 합니다. 좋은 서평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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