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당을 나온 암탉(사계절아동문고 40) 작가 황선미 출판 사계절 나노개굴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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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당을 나온 암탉은 어렸을 때 매우 인상 깊게 읽은 기억이 있는 작품이다. 거의 십 년 만에 다시 읽는 잎싹의 이야기는 감회가 새로웠고, 무엇보다 재미있었다. 끊임없이 몰아치는 사건 전개와, 공감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잎싹의 세심한 감정 묘사가 책을 읽는 내내 종이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제일 재미있었던 점은 그 때와 지금의 감상포인트가 다르다는 점이었다. 어렸을 때는 잎싹의 모성애와 청둥오리의 부성애 같은 부분에서 큰 감동을 받았었다. 그때는 잎싹, 청둥오리, 족제비가 보여주는 자식을 향한 무한한 사랑이 참 인상깊었는데, 지금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잎싹의 삶 그 자체가 훨씬 더 인상이 강하게 남았다.

    잎싹에게는 주위의 모두가 ‘너는 마땅히 이렇게 살아야만 해’라 말하며 강요하고 주입시키는 삶이 있었다. 그러나 잎싹은 어느 순간 다른 꿈을 가지기 시작한다. ‘닭장 속의 암탉’으로 요구되는 역할이 있는 사회에서 알을 품고 싶다는 잎싹의 꿈은 참 허황되어 보인다. 확실하게 이룰 수 있는지도 모르는 꿈을 위해서, 안전한 잠자리를 포기하고 고난을 택하는 잎싹을 보다 보면 그 꿈이란 것이 대체 무엇이길래, 하는 생각마저 든다. 마당 식구들도 잎싹에게 이룰 수 없는 꿈은 일찌감치 포기하라는 맥락의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잎싹은 몇 번이고 시련을 겪으면서도 끝내 알을 품고 초록 오리를 키우겠다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고, 그러는 동안 점차 현명해지고 강해진다. 초록 오리가 완전히 자라난 후 마당 식구 중 하나인 대장 오리가 잎싹을 보며 비록 깃털은 숭숭 빠졌지만 달라졌다고 말하며 경의를 표하는 장면에서는, 운명을 스스로 개척한 이의 카리스마와 품위가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이제 고학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장래 결정에 혼란을 겪고 있어서 그런지, 잎싹의 꿈을 향한 강렬한 의지가 매우 뜨겁게 느껴졌다. 잎싹은 어떻게 시련이 빤히 보이는 길을 기꺼이 감내하며 나아갈 수 있었을까. 그 용기가 대단하고 닮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 초록 머리와 잎싹이 이룬 가족의 모습도 인상 깊었다. 비록 모습이 다르고 피가 이어지지 않았다고 해도, 둘은 가족이고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이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초록 머리는 자라면서 자신과 다른 잎싹의 모습에 혼란을 느끼기도 하지만 결국 정말 중요한 건 겉모습의 일치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가족이 되는 데에 반드시 혈연이 되거나 종족이 같을 필요는 없었던 것이다. 잎싹이 말했듯이,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다. 겉보다는 속이 중요하다는 말과 비슷한, 어찌 보면 당연한 말이지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곧잘 잊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마당을 나온 암탉’은 아이들이 읽기 좋은 책일 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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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로 개봉한 것은 보았는데 책으로는 아직 안 읽어봐서 한 번 읽어보고 싶어요! 영화와는 또 어떻게 다르게 사건들을 표현하고 있을 지 궁금해지네요ㅎㅎ 좋은 서평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