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욕 없는 세계 작가 관부, 아신 출판 항해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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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물건보다 ‘가치’와 ‘시간’과 ‘체험’을 사고 싶다.”

    분위기 괜찮은 카페나 맛집이라면 빠지지 않고 인테리어 소품처럼 비치되어 있는 잡지가 있다. 이렇게만 말해도 모두 알아챘을 ‘킨포크’얘기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정확히 어떤 잡지인지 몰랐는데, 찾아보니 미국 포틀랜드에서 시작된 여유롭고 소박한 생활 양식을 담은 계간지라고 한다. 이 ‘킨포크식’생활 양식은 어느덧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으며 소비 트렌드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미니멀리즘과는 약간 다르지만 전체적인 방향성은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일본의 잡지사 편집장인 저자가 이러한 트렌트 변화의 최전선에 있는 각국의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정리했다. 사실 읽은 지가 너무 오래되어 내용을 많이 잊어버렸지만(바로바로 서평을 쓰자고 오늘도 다짐을 해본다..) 저자가 모든 내용을 종합하여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이것이다. 세계는 점점 더 ‘소유’가 중요하지 않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 가장 익숙한 키워드라서 서두에 사용했지만 킨포크도 그저 이 거대한 흐름의 일부일 뿐이다.

    소유하기보다는 공유하고, 대량 생산 제품을 구입하는 대신 주문제작을 하거나 직접 만들고, 무분별한 소비 대신 친환경적 소비를 하는 등 사람들의 소비 방식을 변해가고 있다. 스몰 웨딩, 쏘카나 딜카, 에어비앤비, 생활협동조합, 로하스 마크 등이 비근한 예다.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을 의미하는 ‘소확행’의 유행도 같은 흐름이다. 끊임없는 확장과 생산과 그에 따른 소비문화에 질려버린 사람들이 새로운 방식을 찾아 나선 것이다.

    한편으로는 끊임없는 구별짓기의 확장이라는 생각도 든다. 대량 생산되는 몰개성한 상품을 소비하는 것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색깔을 구축하려는 의도는 좋지만 이러한 차별화 시도가 곧 계급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닐지.

    한참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소확행이라는 말이 유행하기 시작했을 때 수업에서 교수님이 이런 논지의 얘기를 했다. 소확행은 결국 아무리 노력해도 넉넉한 삶을 영위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작은 것에서 만족을 찾고 정신 승리를 하도록 유도하는 기만적인 용어라는 것이다. ‘너무 갔다’라고 볼 수도 있지만 일리가 전혀 없지는 않다고 느꼈다. 소확행이 유행하면 누가 좋은가? 큰 욕심 부리지 않고 소박하게 살면서 일상의 작은 행복을 누리자는 것. 나쁜 게 전혀 없는 말 같지만 이또한 충분한 숙고에서 흘러나온 하나의 선택이어야지 궁지에 몰린 사람의 합리화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불합리한 임금 체계를 용인하거나, 부당한 제한을 수긍하고 자신의 한계를 현실에 맞춰 그어버리는 일들 말이다. 내 소비가 틀린 게 아니라 월급이 틀린 거라는 트윗 멘션이나, ‘소소한’이 빠지고 ‘소비는 확실한 행복’으로 전유된 소확행 등은 근검과 절약을 부르짖는 트렌드에 대한 거부반응이다.

    마지막 문단은 이 책에서 할 얘기가 아닌데.. 곁가지니까 그냥 요만 듣고 가세요..
    요지는 새로운 소비 양식의 유행으로 세계는 점점 물욕(특히 소유욕)을 덜 추구하도록 변해가고 있으며, 인간의 행복은 그저 많이 벌고 많이 사서 쓰는 데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이웃 또는 친구와 시간을 보내거나 좋은 가치와 체험을 누리는 데에서 온다는 것이다. 경주마처럼 성장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들에게 인식의 전환을 제공할 수 있는 책이다. 다만 다루고 있는 사례들 중에 내가 모르는 것이 많아서인지 편하게 읽히지는 않았다. 그리고 가까운 시일 내에 소비주의를 조장하는 자본주의가 종언을 고할 것이라는 낙관적(?)기대와는 달리, 복고가 유행하고 B급 감성이 유행했듯 모든 기성문화에 대한 저항적, 반항적 문화가 결국에는 다시 기성문화화되어 자본성을 띠게 되지는 않을까, 그런 불안한 예감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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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가 다르게 트렌드가 움직이는 것 같아요. 얼마나 더 남았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중요하고 그 첫 단계는 지금을 바라보는 일이겠지요. 소유가 줄어든다는 것은 정말 모든 것에 적용되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나의 것이 아닌 것들에 대한 불안이 있는데, 요즘엔 또 체험 속에서 내 것을 창출해 내면 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계속해서 변혁하며 이젠 소유의 상실시대에, 이 책이 자신을 찾기위한 밑거름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마지막 문단을 읽다보니, 밀란 쿤데라의 ‘키치’의 개념이 떠오릅니다. ‘키치’라는 단어는 작가에 의해 ‘존재에 대한 확고부동한 동의’, 즉 쉽게 말해 편견과 환상같은 이미지로 재정의 됩니다. 이 키치를 인지하고 맞서 싸우는 일은 가치있는 일이나, 이 일 역시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해 키치를 필요로 하며, 그래서 키치는 인간 존재의 한 부분이라고 말해요. 아마 자신과 공동체의 키치를 정확히 보려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최근 인테리어부터 소비 전반에 대한 내용을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책인 것 같네요. 좋은 서평 감사합니다.

    • 물건에 대한 욕심은 끝이 없죠. 막상 원하는 것을 가지더라도 얼마 지나지 않아 잊기도 하구요. 정말 우리에게 중요한 게 뭔지 생각해봐야될것같아요

    • 장바구니 가득 취향껏 물건을 담아놓고 결제까지 진행할 물건을 다시 고르다보면 신나면서도 어딘가 공허하기도 합니다. 모으고 소비하고 버리고가 평생 반복되는 사이클이라고 생각하면 질리기도 하고요. 하지만 각자의 취향이 다르고 그것이 곧 개성 표출이 되는 이 시대에서 인간은 소비에서 자유로운 수 없을 것 같아요. 미니멀리즘, DIY, 공유사회, 무소유까지 궁극적으로는 각자가 추구하는 가치를 위한 소비방법을 선택하는 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