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사람은 혼자다 작가 Beauvoir, Simone de 출판 꾸리에북스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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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사람은 혼자다>는 프랑스의 철학자 시몬 드 보부아르가 실존주의 철학을 바탕으로 인간과 삶과 자유에 대해 고찰한 에세이다. 보부아르는 사르트르와의 파격적인 계약 결혼으로도 유명하지만, 한국에서 페미니즘 담론이 활발히 전개되면서 이제는 페미니즘의 고전인 <제 2의 성>을 쓴 페미니스트로서 더 단단한 입지를 다지게 된 듯하다.

    고작 170페이지 남짓한 책인데 오래 전에 사두고 4-50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덮었다가 뒤늦게 완독을 했다. 서평도 오래 썼고.. 그만큼 쉽지 않은 책이었다. 프롤로그에서 보부아르는 피뤼스와 시네아스가 로마 원정을 앞두고 나누었던 대화를 옮겨 적으며, 인간의 모든 행위는 무엇을 위해서인가, 화두를 던진다. 죽을 것을 알면서도 살고, 다시 배가 고플 텐데 음식을 먹고, 다시 내려올 텐데 산을 오르고, 다시 돌아올 텐데 여행을 떠나는, 당연하고 흔한 행위에 대해 근본적이고 원초적인 물음을 던진 것이다. 얼마 전 추석, ‘본질’에 대하여 되묻는 방식으로 각종 잔소리를 처치하는 방법을 소개한 유쾌한 칼럼이 인터넷에서 다수의 공감을 샀다. 그만큼 인간은 본질적인 질문 앞에 약하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인간은 왜 사는가? 따위의 질문을 던지는 보부아르의 책이 상냥하게 다가올 리 없다.

    목표를 세우는 것은 쉽다. 그러나 목표를 이룬 그 다음을, 그 다음의 다음을 생각하며 살아가는 사람은 많지 않다. 단순히 멀리 보는 장기적 안목을 가졌느냐 같은 얘기가 아니다. 인간의 행위가 궁극적으로 무엇을 향해 있는가를 묻는 것이다. 보부아르에 의하면 인간은 채워질 수 없는 존재이다. 그리고 주어진 모든 것을 ‘지양’하는 것이 인간의 조건이다. 간절히 바라던 바를 손에 넣었던 순간이 한 번 쯤은 있었을 것이다. 그 이후에는 어떻게 되었던가? 열망과 희열은 모래처럼 빠져나가고, 이내 다른 목표를 찾아 나서지 않았던가. 목적과 목표는 결국 귀결점이 아니라 또다른 목적과 목표의 출발점이 된다는 것이다.

    82p. 그러므로 사람은 죽기 위하여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은 이유 없이, 목적 없이 존재한다.

    산다는 것에는 아무런 이유도 목적도 없다. 그저 ‘태어났으니’ 사는 것이고, 왜 아직도 살아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그저 ‘아직 죽지 않았을 뿐’이라고 대단할 수밖에 없다. 이런 식의 생각은 쉬이 생명에 대한 포기로 이어질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유도 목적도 없는 무용한 일들이야말로 인생에서 진짜 중요한 법이다. 소위 예술이라 불리는 것들은 실생활에는 별 쓸모가 없지만, 창작의 기쁨을 주고 감상의 감격을 주며 그 자체가 목적이 된다.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도, 김영하도 이 중요한 사실을 역설한 바 있다.

    보부아르는 신, 인간, 상황, 타인, 헌신 등 무겁기 짝이 없는 단어들에 한 챕터씩을 내어주며 풍부한 이야기를 풀어 놓고 있다. 그녀가 실존주의 철학자인만큼 즉자와 대자, 소여, 기투 등의 생소한 개념이 등장하기도 하는데 이는 맨 뒤의 ‘역자(박정자)후기’에서 쉬운 언어로 개념의 의미를 설명하고 보부아르의 철학을 요약하고 있으니 참고하면 좋을 듯 하다.

    수어 번 다시 읽어도 좋을 책이다. 외워두고 싶은 문장이 흘러 넘칠 만큼.

    58p
    부르주아의 질서가 있고, 사회주의자의 질서가 있고, 민주주의자의 질서가 있으며, 파시스트의 질서가 있다. 그 반대자의 눈에는 어느 것이나 무질서이다. 모든 사회는 언제나 자기 나름의 신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 어떤 사회도 자기의 틀에 맞추어 신을 다시 만든다. 말을 하는 것은 사회이지, 신이 아니다.

    76p
    사람은 자기 자신의 것이 아닌 다른 관점을 가질 수 없다.

    101p
    헌신은 타인을 만족시키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우리는 단 한 사람의 인간도 만족시킬 수 없다. 한 인간은 결국 그 어디에도 도달하지 못한다.

    116p
    내가 정하지 않은 기존의 가치란 존재하지 않는다. 가치의 등급들은 내 결정에 달린 문제이다. 한 사람의 행복은 그가 자신의 행복으로서 바라는 어떤 것이다.

    145p
    그러므로 폭력에 의존하는 것은 가볍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그것은 그 무엇으로도 보상받을 수 없는 실패의 표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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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목부터 마음이 끌리네요. 문장 몇개를 살펴보니, 대단한 사람들의 말들과 비슷한 내용들이 눈에 띕니다. 거대한 틀과 그 안에 존재. 모든 것이 명확하지만, 모든 것이 명확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 사람은 어떻게 생각했는지 궁금하군요.

    • 저는 처음 카뮈를 통해 실존주의를 접했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상황이 상황이었어서 정말 감명깊게 글을 읽었는데, 사실 좋아하는 분야의 철학이라고 해도 무작정 책을 찾아 읽기 어려운 것이 또 철학이기도 하죠. 선행개념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곡해할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하구요. 그래서 최근에는 이 분야에 선뜻 다가가기 힘들었는데, 이 책을 읽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글이었습니다. 그 시대를 살면서 참 당당하고 똑똑한 여성이라는 생각도 드네요. 다른 책들도 읽어보아야겠습니다.

    • 마치 제목이 자신이 사르트르와 어째서 그러한 독특한 관계를 맺을 수 있었는지를 한 문장으로 압축해서 제시하고 있는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