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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들 도키오(블랙 앤 화이트 89)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 출판 비채 리을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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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유명한 추리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이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자신이 이제껏 썼던 소설 속 인물 중에서 ‘아들 도키오’의 다쿠미를 가장 좋아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다쿠미는 도키오의 아버지로, 도키오는 어른스럽고 존경하는 아버지로 기억하지만 젊었을 적의 다쿠미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화를 내며 금방 회사를 그만두는 한심한 청년이다. 그런 다쿠미가 과거로 건너온 아들 도키오와 만나게 되고, 전 여자친구인 지즈루가 휘말린 사건을 해결해가면서 일어나는 이야기이다. 도키오는 희귀병을 앓고 있으며 수명이 20년이 되지 않는다. 다쿠미는 이 사실을 알고도 도키오를 낳는 것을 선택한다. 아들에게 너무 가혹한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 도키오는 자신이 살았던 20년이 헛되지 않았고 자신을 낳아줘서 고맙다고 이야기한다. 만약 내 수명이 20년밖에 되지 않는다면 나는 부모님께 저렇게 말할 수 있을까?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를 병에 걸릴 것이기 때문에 낳지 않는 것이 과연 아이를 위한 일일까?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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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히가시노 게이고의 최애작이라고 하니 더욱 읽어보고 싶습니다! 아버지의 이야기를 다룬 책이라 더 흥미가 가네요. 인물들의 생각과 결정이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낼지 궁금합니다ㅎㅎ
  • 당신들의 천국(이청준 전집 11) 작가 이청준 출판 문학과지성사 리을 님의 별점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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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이번 학기 ‘고전읽기와 토론’ 수업의 주제였던 책이다. 읽으면서 작가 이청준은 사람의 마음에 대해서, 그래서 서로 각자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 어떻게 이렇게 잘 알까? 하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인간에 대한 이해가 깊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나환자들의 수용소인 소록도에 장교출신 원장 조백헌이 부임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이다. 조원장은 소록도를 나환자들의 수용소가 아닌 천국으로 바꾸어 놓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소록도 원생들을 독려하지만 원생들은 그러한 포부가 ‘동상’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의 주요 키워드 중의 하나인 ‘동상’은 몇 십년 전 부임했던 일본인 원장 주정수로부터 유래한다. 주정수는 소록도를 나환자들의 천국으로 만들겠다며 원생들을 동원해 소록도를 정비하고 노동력을 갈취한다. 주정수의 동상 또한 처음에는 좋은 의도로 시작된 것이었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그 이후로 부임했던 원장들 또한 자신만의 동상을 가지고 있었으나 결국 아무도 소록도를 우리들의 천국으로 만드는 데에는 성공하지 못한다. 작가 이청준은 증쇄를 하면서 몇십년이 지난 작품이고 곳곳에 손봐야 할 부분이 보이지만 그 시절의 느낌대로 남겨놓는 것이 옳은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우리들의 천국이 몇십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조백헌 원장이 가진 포부가 동상일지라도 바람직한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의 제안이 원생들이 건강인들의 사회에서 차별받지 않고 동등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진정한 천국이 아닌, 그저 수용소인 소록도를 조금 더 나은 환경으로 만들어주는, 그들의 활동범위를 조금 넓히는 정도였다는 점 등의 한계가 존재하지만 현실과 타협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황 장로의 말처럼 조원장의 동상은 사랑이 밑바탕이 되었기 때문이다. 진정한 자유와 사랑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가 이 소설의 핵심이다. 황장로는 자유는 투쟁하여 얻는 것이고 사랑은 모두가 이기는 것이기에 사랑이 바탕이 된 자유가 진정한 천국이라고 얘기한다. 이상사회는 그래서 이상사회인 게 아닐까. 이 소설이 창작된 지 몇십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들의 천국이 아직 오지 않았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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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과 자유는 나아가는 힘이 되거나 주저 앉는 절망이 되는 것 같아요. 그렇기에 이상이고 희망이고 우리 삶 속에서 녹아 있는 것 같습니다.
    • 이 책을 읽고나서 우리 모두가 과연 동등한 위치에 서 있는지 많은 의문이 들었습니다. 사랑이 기반이 된 자유는 너무 어렵지만 계속 고민해야하는 것 같습니다.
  • 시선으로부터, 작가 정세랑 출판 문학동네 리을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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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에서 한아뿐 이후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님인 정세랑 작가의 신작이다. 이 글은 20세기를 살아낸 여성에게 보내는 21세기의 사랑이라고 소개했는데, 나는 20세기를 살아내신 친가쪽, 외가쪽 할머니 두 분이 다 돌아가셔서 조금 낯설었지만 상상하며 즐겁게 읽었다. 이 책의 주인공 심시선은 젊은 시절 사진신부로 하와이에 팔려와서 우연히 마티아스 마우어라는 미술가의 뮤즈가 된다. 그는 괴팍하고 예민한 성격으로, 요즘 말로 하자면 가스라이팅을 심시선에게 가한다. 20세기에는 가스라이팅이라는 말도 없었고, 책 속의 인물들이 얘기했듯이 20세기의 여성들은 그 정도의 악의에 대해 짐작해 본 적이 없었다는 점도 읽으면서 기억에 남았다. 20세기. 한국은 몇 년 사이에 고도의 발전을 이룩해내었고, 내가 초등학생이던 시기와 지금의 한국은 정말 많이 달라졌다. 최저시급도 많이 올랐고 이제 먹고 살기 힘든 사람은 거의 없다. 20세기의 여성들은 전쟁을 겪었고, 가난과 배고픔과 싸우며 이 가난을 자식들에게 물려주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그 노력의 결과로 그들의 2세들은 배움의 기회를 얻었으며, 배고픔에 괴로워하지 않는, 지금의 한국사회를 이룩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의 화두는 워라밸, 소확행 등으로 적게 일하고 생활수준을 유지하는 데에 방점이 찍혀 있기에 20세기의 사람들이 보기엔 배부른 소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20세기의 여성들은 먹고 사는 것이 힘들었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당연하게 여겨지는 가부장제의 산물, 맨스플레인 등에 의해 모르는 사이에 많은 희생을 하며 살아왔다. 심시선은 20세기를 치열하게 살아낸 여성으로서, 그 시절의 여성 중에서는 드물게 그러한 사회적 분위기를 읽었던 사람이기도 하다. 심시선은 자신이 죽으면 제사를 지내지 말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녀의 첫째딸 명혜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어머니인 심시선이 사진신부로 팔려갔던 하와이에서 자신이 심시선에게 주고 싶은 선물로 제사를 지내기로 제안하고 가족들은 하와이에서 각자 소중한 것을 찾아 제사상에 올린다. 정세랑 작가의 글답게 술술 읽히는 책이다. 보건교사 안은영이 드라마로 제작되면서 정세랑 작가의 책을 찾아보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 같은데 정세랑 월드에 입문하는 사람들에게 시선으로부터를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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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시선\'으로부터의 이야기가 정말 벅찬 감동을 주는 책이에요
    • 읽고 싶어서 장바구니에 담아만 놨었는데 이렇게 보니 무척 반갑네요. 마지막 부분에 말씀해주신 내용이 특히 인상깊게 다가와요. 이번에 구매해봐야겠습니다. 좋은 서평 감사해요!
    • 20세기 여성에게 보내는 21세기의 사랑이라는 말에서 뭔가 뭉클한 기분이 드네요. 시대적 상황과 흐름을 읽어내는 인물을 통해 정세랑 월드에 입문하고 싶어집니다ㅎㅎ
  • 유원(양장본 HardCover) 작가 백온유 출판 창비 리을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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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여러 사람의 도움과 기적으로 살게 된 아이의 성장기이다. 주인공 유원은 아기였던 시절, 아파트 화재사고에서 아기를 이불로 감싸 베란다 밖으로 던져 살리고 사망한 친언니의 기지와, 온 몸으로 이불에 싸인 아기를 받아낸 후 다리를 절게 된 한 아저씨의 도움으로 살아난다. 이불아기에 대한 이야기는 동네에서 유명했고, 유원은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소문을 들은 친구들의 은근한 호의와 배려 속에서 살아간다. 그래서 진짜 마음을 열고 대하는 친구는 없었고, 유원은 여러 사람의 도움과 희생으로 살아난 자신이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을 갖는다는 사실을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었다. 더구나 그 미워하는 대상이 자신을 살린 친언니와 아저씨라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피해자다움’ 이라는 말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피해자는 무조건 선하고 순수할 것이라는 믿음은 잘못된 것이다. 피해자도 나와 같은 인간이고 누군가를 미워할 수 있으며 잘못도 하고 실수도 한다. 유원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유원을 ‘피해자다움’ 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바라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유원은 결국 진정한 친구를 만나게 되고,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을 공유할 수 있게 된다. 살아난 아이는 자신만의 삶을 살아내야 한다. 살아내면서 누군가를 미워할 수도, 실수할 수도, 잘못할 수도 있다. 언제까지나 이불아기일 수 없다는 말이다. 책 소개글처럼 진짜 나만의 삶을 살기로 결심한 우리 모두의 빛나는 생존기라는 말에 동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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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 사회의 고정관념을 \'유원\' 이라는 인물을 통해 보여주네요. 결국 우리는 모두 사람이라는 것 그렇기에 같고 다름을 보여주는 책인 것 같네요.
    • 어떤 조건에서 살아왔든, 자신이 상상하는 삶을 위해서는 자신이 고리를 끊어야겠죠. 피해자를 약자로 동일시 하는 것은 이들의 역동성을 부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 같습니다. 작가는 어떻게 이야기를 풀었을지 궁금하네요.
  • 살고 싶다는 농담(양장본 HardCover) 작가 허지웅 출판 웅진지식하우스 리을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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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지웅이라고 하면 마녀사냥에서 재기 넘치는 입담으로 활약했던 한 방송인으로 생각이 난다. 그랬던 그가 혈액암을 앓게 되어 부은 얼굴로 방송에 나오고, 그로 인해 보톡스를 맞았다는 웃지 못할 의혹에 시달렸던 것도 생각이 난다. 내가 방송에서 본 허지웅은 자신감과 자기애가 넘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를 아니꼽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았던 것 같다. 나 또한 그를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죽음 직전까지 갔다가 돌아온 그의 삶이 궁금했다. 그래서 이 책을 구입하였고 다 읽고 난 지금은 그의 삶을 응원하게 되었다.
    죽음이 목전에 보이면, 인생의 다른 고민들은 하찮게 느껴지게 된다. 물론 그도 고통이란 계량화되지 않고 비교할 수 없으며 천 명에게 천 가지의 천장과 바닥이 있다고 얘기하지만 죽음 앞에 선 사람에게 다른 고민들은 사치로 느껴진다는 사실에는 동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내가 암에 걸리지만 않았다면, 내가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중만 아니라면,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많았을 것인가. 하찮은 고민을 하고 있는, 병에 걸리지 않은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부러웠을 것인가. 죽음 앞에서, 그는 살기로 결심한다. 어둡고 축축한 고통의 밤에서 죽음 직전까지 갔다 온 뒤, 죽지 못해 관성과 비탄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에 따라 살기로 결심한다. 비록 죽음에 비할 바는 되지 못하겠지만 각 사람이 안고 있는 수많은 고통과 고난 앞에서 살기로 결심하라고 그는 말한다. 천장과 바닥 사이에서 살기로 결심한 사람을 고통과 고난이 삼키지 못한다고. 죽음 앞에서 돌아온 그는 여전히 자신감 넘치고 당당했지만 더 이상 그 자신감이 그를 아니꼽게 보이게 하는 이유가 되지 않게 되었다. 뭔가 달라진 것 같은데 정확히 뭐라고 꼬집어 말할 수는 없는. 세상의 표현을 빌리면 좀 더 부드러워졌다고 해야 하나.
    이 책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부분은 아모르파티와 니체의 영원회귀에 대한 부분이었다. 아모르파티는 ‘네 운명을 사랑하라’는 뜻이고, 영원회귀는 삶의 순간들이 반복된다는 개념이다. 언뜻 보면 아모르파티와 영원회귀는 동떨어진 개념인 것 같지만, 인생의 반복되는 순간들마다 그 순간의 고통과 기쁨까지 열심을 다해 살아가라는 의미에서 통한다. 반복되는 순간들은 완전히 같지 않다. 그 순간순간마다 내가 느끼는 감정과 상태가 다르고, 기억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같지 않다.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지혜를 얻게 된 것이다. 영원회귀를 주창한 니체는 이렇게 얘기한다. “그것이 인생이었던가? 그렇다면 다시 한 번!” 고통과 고난이 반복되더라도 이전과는 다른 마음가짐으로 대할 수 있다는 점이 영원회귀의 중요한 지점이다. 마지막으로, 허지웅의 말처럼 바꿀 수 있는 용기와 바꿀 수 없는 것에 대한 평정심을 갖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아무리 노력해도 바꿀 수 없는 것에는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자세가, 노력해서 바꿀 수 있는 것에는 용기를 내어 바꿔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 둘을 구분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세상을 바라보는 참된 지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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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네요. 삶이란 무엇인지 삶에서 용기를 생각해 볼 수 있네요.
    • 제목이 무척 인상깊네요. 서평 읽어보니 내용과도 잘 어우러지는 것 같고 무척 흥미가 생깁니다. 잘 읽었습니다!
  • 알로하, 나의 엄마들(양장본 HardCover) 작가 이금이 출판 창비 리을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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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읽기 전에 김영하 작가의 검은 꽃을 읽었는데 같은 소재로 쓴 다른 작품이라 비교하며 더 재밌게 읽었다. 이 책은 하와이 이민 1세대의 이야기이다. 일제강점기 시절, 의병인 아버지와 오빠를 일본군에 잃은 버들이 주인공이다. 버들은 배움에 대한 열망이 있는 소녀로 친구인 홍주와 함께 포와라 불리는 하와이에 사진신부로 시집을 간다. 대부분의 사진신부들은 포와에 도착한 후 보내온 사진과는 달리 나이가 한참 많은 신랑을 보며 실망하고 눈물 짓는데 버들은 운이 좋게도 나이를 속이지 않은 젊은 신랑 태완의 사진신부가 된다. 이 책의 배경이 되는 하와이에서 대부분은 아시아인들은 사탕수수 농장의 노동자들이다. 태완 또한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했고 그나마 관리직이라 사정이 나은 편이었다. 첫사랑을 잊지 못했던 태완은 점점 버들에게 마음을 열게 되고 살갑게 애정표현을 하는 부부는 아니지만 서로를 사랑하는 부부로 성장하게 된다. 곧 버들은 임신을 하고, 태완은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가 되겠다며 독립군에 자원한다. 버들은 멀리 있는 태완을 응원하고 아이들을 뒷바라지하며 포와에서 살아간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민족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검은 꽃을 읽었을 때에도 느꼈지만 그 먼 땅 하와이까지 가서도 조국을 위해 총을 든 수많은 이민자들. 그렇게 멀리까지 갔다면 다 잊고 그들의 삶에 적응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게 정답이 아닐까? 그러나 그들은 나라가 힘이 없으면 국민이 어디서든 대접을 받지 못한다고 말한다. 그렇게 멀리서도 민족의 한을 잊지 않았던 사람들. 우리가 지금 이렇게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데에는 그들의 몫도 조금은 있지 않을까. 지금도 하와이에는 이민 1세대가 뿌린 씨앗들이 자라고 있다. 그들에게 너희의 부모님들, 조부모님들은 멀리서도 뿌리를 잊지 않았던, 대한민국의 독립을 그 무엇보다도 바랬던 우리의 엄마들이었다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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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국적이고 현대적인 느낌의 표지와 달리 일제강점기를 소재로 했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멀리서도 민족을 위해 싸우는 그 마음이 어떨지 상상이 가지 않네요! 저도 읽어봐야겠습니다.
    • 정말로 밝은 느낌의 표지와 하와이 이민이라는 설정이 독립 운동과는 상반되는 이미지를 나타내는 것 같아서 책에 관심이 가게 되네요.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 제목과 표지가 참 잘어울리는 와중에 예상치 못한 주제로 내용이 전개되는 것 같아 궁금증이 이네요. 김영하 작가 저도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데, 이번 기회에 같이 읽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제목이나 표지로 예상하지 못했던 중요한 우리의 역사와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네요.
  • 질문하는 미술관 작가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출판 앤길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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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읽으면서, 어린 시절 어머니가 사 주셨던 그림을 해석해주는 몇 권의 교양서적들이 떠올랐다. 당시 어렸던 나는 그런 책이 재미가 없어 읽는 둥 마는 둥 했고 어머니는 애써 사주셨는데 재미를 붙이지 못하는 나를 안타까워하셨다. 약 20년의 시간이 흐른 후 보게 된 질문하는 미술관이라는, 그림으로 사회현상을 비판하고 사회에 대한 함의를 갖는 이 책은 의외로 굉장히 재미있었다. 8개의 챕터로 나누어 각 챕터마다 몇 가지씩의 의문점을 던지는 구조인데, 나는 첫 챕터였던 ‘차별’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특히 우리사회에 만연한 여성에 대한 차별을 메두사의 그림을 통해 풀어내고 있는데, 메두사의 일화는 잘 알고 있었지만 한 번도 메두사 이야기가 여성에 대한 차별을 함의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저자의 풀이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메두사는 포세이돈의 구애를 거절하고, 그에 분노한 포세이돈이 메두사를 아테나 신전에서 성폭행한다. 이를 본 아테나 여신은 메두사의 머리카락을 뱀으로 만들고 메두사의 눈을 본 사람들은 모두 돌이 되게 만드는 저주를 내린다. 이 이야기에서 가해자인 포세이돈은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는다. 오직 피해자인 메두사만이 저주를 받고 괴물로 여겨지게 되는 현상. 현재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성범죄와 비슷한 양상이다. N번방 사건의 피해자들은 정숙치 못했기 때문에 당한 일이라고 매도를 당하고, 성폭행 피해자들은 여지를 주었기 때문이라며 비난을 당할 뿐만 아니라 성폭행 피해자로 낙인까지 찍히고 만다. 포세이돈이 아닌 메두사가 벌을 받는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에서 너무나 익숙한 일이다. 그녀는 피해자임에도 가해자로 변해 있다. 남성의 성적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죄를 범했다고, 그 다음에는 남성을 무력화하는 괴물이라고 손가락질 받는 대상이 됐다. 그림으로 읽어내는 사회 비판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메두사 신화가 남성 중심의 가부장 제도를 공고히 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고 꼬집는다. 메두사 신화는 남성을 유혹하고 그 권위를 무너뜨리려는 여성에 대한 불안을 이야기한다. 동시에, 이에 대한 처벌의 정당성을 이야기한다. 결국 이 메두사 신화는 남성 중심의 가부장 제도를 공고히 하기 위한 우화라고 풀이할 수 있다.
    나는 생물학을 전공하고 있는 생물학도이다. 열심히 공부를 했지만 단 한 번도 미술품을 보며 생물학적 지식을 떠올려 본 적이 없다. 저자는 그리스 신화를 담은 그림을 가리키며 우생학을 이야기한다. 당시 최고의 혈통은 최고신인 제우스의 자손이다. 그리스 신화의 수많은 영웅들이 제우스의 자손이었다. 그리스 신화는 최고의 영웅에게 최고의 혈통을 부여했다. 그들이 바라본 영웅의 당연한 자격이었다. 자크 루이 다비드의 ‘원로원 앞의 아이’를 보면 고대를 넘어선 중세에도 우생학에 대한 인식이 만연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건강한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원로원으로 보내져 건강상태를 검사받는다. 이 검사가 아이의 생존을 결정한다. 건강한 아이라면 전사로 키워질 것이고, 약한 아이라면 내다 버려진다. 인간을 우등과 열등으로 구분하는 이 이론은 오랫동안 인간 사이에 편을 갈라 놓았다. 이로 인해 편가르기와 소외, 갈등, 차별이 야기된다. 저자는 그림뿐만 아니라 영화, 잡지 표지 등의 여러 가지 자료들을 활용하여 비판에 박차를 가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왜 나는 그 동안 그림을 보면서 한 번도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아마도 그림을 보는 눈, 비판력이 부족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림에는 그 시대의 사회문제가 자연스럽게 녹아나 있다. 밀레의 ‘이삭줍기’, 오노레 도미에의 ‘세탁부’ 등을 그 대표적인 예로 떠올릴 수 있겠다. 좋은 그림은 시대를 뛰어넘는다. 그림은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른 해석이 가능하고, 시대를 뛰어넘은 그림은 현대의 사람들에게 또 다른 가치를 부여받는다. 앞서 말했던 메두사의 그림을 보며 N번방 사건을 떠올릴 수 있듯이 말이다. 저자는 그림을 보며 시대를 읽는 데서 그치지 않고 비판하며 사유하고 변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다큐 작가인 피터 조셉은 ‘시대정신’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냉장고 뒤에서 나오는 바퀴벌레를 밟아 죽일 수는 있다. 하지만 냉장고 뒤의 썩은 음식물을 치우지 않는 한 바퀴벌레는 계속 나온다. 우리가 진정 이 세상이 바뀌기를 원한다면 이 사회의 부패에 맞서 싸우는 것 못지않게 그 근본적인 원인의 제거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 그것이 진짜 이 세상을 구하는 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좋은 예술작품이란 함의를 갖는 예술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기술적으로 뛰어나거나 미적으로 가치가 높은 작품이 좋은 작품이 아니라, 시대를 은유하고 함축하는 작품, 여러 각도로 해석될 수 있는 작품, 사회 문제와 연관시켜 설명할 수 있는 작품 등 보는 사람마다 다른 해석이 가능하게 만드는 작품이 진정 가치 있는 예술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화가가 이 작품을 작업하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리고 몇백년 전의 화가는 이 작품을 본 감상자들이 이런 감상을 남길지 예상했을까? 와 같은 질문을 던져볼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우리 사회의 수많은 문제들, 익명에 숨어 간음하고 혐오하는 인터넷 상의 수많은 사람들에 대한 문제부터 스모그, 미세먼지와 같은 환경 문제에 이르기까지. 저자는 질문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질문이 질문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근본 원인을 도려내어 변화하는 것. 그것이 저자가, 그리고 몇 세기 전의 화가들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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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근본적인 원인을 도려내야 한다는 말이 인상깊습니다. 메두사부터 제우스까지 현시대에서 새롭게 해석할 여지가 생기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좋은 서평 감사합니다;)
    • 알아야 할 것을 알아야 할 때 우리의 눈은 더 멀리 볼 수 있는 눈이 되네요.
  • 감시와 처벌(개정판)(양장본 HardCover) 작가 미셸 푸코 출판 나남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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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세기에서 19세기로 넘어오면서 잔인하고 고통스러운 신체형은 소멸하게 된다. 신체형이 그토록 잔인하고 고통스러웠던 이유는 그것을 보는 시민들에게 경각심을 갖게 하여 범죄를 짓지 않게 하기 위함이었는데, 그로 인하여 권력자의 권력을 화려하게 가시적으로 드러내기 위함이라는 이유도 있었다. 이에 반발하는 시민들이 사형수에게 더 감정이입을 하여 권력자를 비판하고, 죽음을 눈앞에 둔 사형수의 권력을 저주하는 목소리에 동조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경우는 권력을 갖지 않는 소시민 범죄자가 권력을 가진 부르주아 계급의 범죄자보다 더 가혹하게 처벌될 때 자주 일어났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 19세기로 넘어오면서 신체형이 사라진 이유가 ‘인권의 중요성’을 모두가 체감하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사회가 발전하고 경제적으로 부유해지면서 인간의 권리에 대해 생각할 여지가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히 ‘인간화’에 의해 신체형이 소멸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19세기로 넘어오면서 개혁자들은 처형으로 민중을 위협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처형제도 폐지를 요청한다. 그러한 이유뿐만 아니라 신체형이 소멸되고 감금과 구류가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된 데에는 다른 이유가 있다. 저자는 개혁주의자들의 개혁 목표가 징벌권의 ‘경제성’을 확립하고 사회체제의 최소단위에도 효과적으로 징벌권이 행사될 수 있도록 징벌권을 동질적인 회로 속에 분배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처벌권의 시행과 성과의 경제적 효율성을 높이고자 한 것이다. 즉, 신체형이 폐지된 이유는 단순히 인간의 권리에 대한 의식의 향상 때문이 아니라 징벌권에 대한 정치적 경제성이 함의된 문제였던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세상을 너무 안온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인간이 기본적으로 선하다고 믿고, 우리 사회 각계각층의 사람들도 보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신체형이 폐지된 이유 또한 사회 각 계층의 의식 고취 덕분이 아닌가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사회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정치적 경제 원리에 의해 돌아간다. 많은 정책들이 인정과 배려보다는 효율성과 경제성에 기반한다. 이 책의 후반부에 나오는 감시와 규율에 관한 이야기 또한 이러한 정치적 경제성에 근거를 두고 있다. 어쩌면 권력을 가진 이들은 그 권력을 지키기 위해서, 교묘하게 이러한 정치적 경제성을 이용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18세기에 권력자들이 자신들의 권력을 스펙터클하게 과시하기 위해 신체형을 이용했던 것과 본질적으로는 달라지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을 조금은 수정해야 하지 않나하는 생각을 했다.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권력자들도 있겠지만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사회제도를 이용하고 있는 것에 속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앞으로 면밀히 따져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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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체형이라는 형벌이 폐지되었던 이유와 그것에 적용되어 있는 관점을 저도 새롭게 알아가네요!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한번쯤 돌아보고 싶어집니다. 좋은 서평 감사합니다^^
    • 사회적인 맥락과 현상을 연결하여 볼 수 있겠네요. 좋은 공부가 될 것 같습니다.
  • 마음 실험실 작가 이고은 출판 심심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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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분자생물학을 전공하고, 심리학을 부전공으로 공부하고 있는 대학생이다. 한 때 가졌던, 뇌과학을 공부하고 싶다는 큰 포부로 인한 선택이었는데,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지금은 그런 꿈을 포기했다. ‘내가 과연 어떠한 학문 분야를 전공하여 연구를 하고 실험을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 긍정적인 답을 내놓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는 분자생물학에도 심리학에도 어느 한 쪽에도 마음을 다 주지 못한 ‘한 다리씩 걸치고 있는 상태’이다. 이런 나에게 ‘마음 실험실’은 결코 가볍지만은 않게, 친숙하게 다가왔다. 분자생물학 실험을 하면서 느꼈던 가장 강력한 감정은 ‘이 분야에 특별한 호기심이나 통찰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해 낼 수 없겠구나’ 하는 것이었다. 마음 실험실을 읽으면서 느꼈던 심리학 연구에 대한 관점은 어떻게 보면 분자생물학 실험을 하며 느꼈던 감정과는 정반대라고도 할 수 있다. 심리학적 연구 설계가 어려운 이유는 어떤 결과가 나와도 인과관계를 설명하여 납득하고자 하는 인간의 마음 때문이라는 것을 느꼈다. 심리학 수업을 들으면서 이미 몇 번이나 들었던 내용이고, 이해했다고 느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진정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심리학은 과학이다. 사람의 마음을 통찰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학문이 아니라 과학적 방법을 기반으로 사회과학적인 데이터를 얻어내는 학문이다. 이 책의 수많은 사회적 질문 중에서 ‘어릴 때의 인내심과 절제력이 어른이 된 뒤 성공을 보장해줄까?’ 라는 질문이 가장 인상 깊었는데, 그 이유는 내가 요즘 생각하고 있는 주제와 비슷한 맥락을 가졌기 때문이다. 내가 요즘 생각하고 있는 주제는 ‘어릴 적의 실패 경험이 어른이 된 뒤의 사회적 유능감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하는 것이다. 나는 고등학생 때 쉬는 시간에도 수학문제를 풀 만큼 공부를 열심히 했다. 하지만 수학성적은 오르지 않았고, 수학 점수는 수능을 칠 때까지도 발목을 잡았다. 반면 동생은 재수를 하면서 성적이 단계적으로 높아지는 경험을 했고, 이러한 경험이 하면 할 수 있다는 가치관을 형성시켜 준 것으로 보인다. 실패 경험은 늦게 할수록 좋은 것이 아닐까. 반면에 한 분야에서의 실패를 경험한 사람은 다른 분야에서 보완적으로 실패를 경험하지 않았을 수 있다. 학교 성적이 좋지 못한 사람이 사회적 대화 스킬에서는 유능할 수 있듯이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내 마음 속으로 이런 작은 실험 설계를 해 보는 경험을 해 보게 되었다. 읽으면서 세상과 사람의 마음에 대한 저자의 따뜻한 시선이 느껴져서 좋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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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도 전공에 마음을 쏟지 못하고 배회한 시간이 길어 서평에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위로가 될 것 같은 책이네요.
  • 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 작가 이국환 출판 산지니 리을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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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북원부산이라는 한 권의 책, 한 도시 캠페인으로 이 책을 받아보게 되었다. 요즘 사회의 트렌드로 인문학 열풍이 불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 욕구를 채우고자 인문학을 접하려 한다. 나는 이러한 트렌드가 그다지 반갑지 않다. 한국 사회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급성장을 이루어냈고,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시민의식은 그에 발맞추어 가지 못하고 정체되어 있는 것 같다. 그러한 간격을 메우고자 하는 무의식의 발로가 이러한 인문학 열풍인 것 같다. 자본이 채워지자 자본 이상의 무언가를 갈망하며 정신적 목마름에 허덕이는 듯 하다. 이러한 정신적 목마름을 나는 인문학이 채워주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러한 인문학 열풍도 곧 한 때의 유행으로 지나가리라 생각한다.
    인문학 열풍을 반갑게 여기지 않는 나지만 ‘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는 상당히 즐겁게 읽었다. 에세이는 시 다음으로 저자의 에토스가 가장 잘 드러나는 글이다. 좋은 사람이 좋은 향기가 묻어나는 글을 쓴다는 말에 나도 적극 동의한다. 비록 그 글의 맞춤법이나 플롯 등의 문학 문법이 엉망이더라도, 좋은 향기가 묻어나는 글을 접해 보았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은 한 권의 책이다. 그 사람의 삶은 경험이라는 붓으로 쓰여진 기록이며 생각이라는 틀로 완성된 한 권의 책이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의 책은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읽으면서 저자는 좋은 아버지이며 좋은 교수님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좋은 향기가 묻어나는 글을 쓰는 것을 목표로 하는 글쓴이로서, 한 번쯤 저자의 강의를 들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저자가 자살 여행을 떠나서 겪은 일이었다. 젊은 날의 저자는 절망과 혼돈 속에서 자살 여행을 가자는 결심으로 기차표를 끊었으나 결국 실패하고 돌아오는 기차표를 끊는다. 돌아오는 길에 인신매매를 당할 위기에 처한 한 여학생을 기지로 구해내고 그 여학생을 택시에 태워 집에 보낸 후 택시비가 없어 집으로 걸어오는 새벽길에 자신도 모르게 한 마디 말을 뱉는다. “살고 싶다.” 나를 살게 해 준 것은 내 안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내 주위에 있었음을. 지금까지 나를 지킨 건 내 자신이 아니라, 내가 지키려고 애썼던 그 모든 것이었음을. 나는 크리스챤이 되고 나서 이 책을 읽었기 때문에 나를 살게 해 준 것이 예수님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크리스챤이 되기 전의 나였다면 이 말에 적극 공감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내가 살아올 수 있었던 건 내가 나였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지키고자 애썼던 모든 것이 나를 붙잡아줬기 때문이라고.
    좋은 향기가 묻어나는 책을 접할 수 있는 기회와 소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어서 매우 기쁘다. 기회가 된다면 이국환 교수님의 강의를 한 번 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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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끄럽게 잘 쓴 글보다도 서툴지만 향기가 나는 글에 마음이 이끌리는 것을 경험한 순간이 떠오르네요! 저도 언젠가 이국환 교수님을 글과 함께 강연을 통해 만나보고 싶어집니다. 서평 감사합니다^^
    • 화려한 기교보다도 역시 마음을 끄는 진정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이 글에서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있을지, 기대가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