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자기 앞의 생’이란 책을 인상 깊게 읽고 같은 작가의 저서를 찾아보다 발견한 책이다. 화자는 대도시에서 혼자 사는 회사원. 고독하고 건조한 분위기가 감도는 그는 어느 날 이 바쁘고 거대한 도시 한복판에서 거대한 비단뱀 ‘그로칼랭’을 발견하고 함께 살기 시작하며 이야기는 이어진다.
책의 문체는 건조한 듯 복잡하다. 작가가 의도한 문체인지 번역체 특유의 길어지는 수식언인지 모르겠지만. 책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어울려 크게 거슬리지 않는다. 도시에는 아주 많은 사람들이 살지만 화자는 자꾸만 외롭고 알 수 없는 무언가를 갈구하는 느낌이다. 화자와 그로칼랭은 공간을 공유하지만 충만하게 가득 차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이 처지는 분위기의 책을 놓을 수 없는 이유는 화자는 매일 지쳐가지만 놓지 않고, 새로운 이야기를 계속해서 이어가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이 책의 결말에 대해 말하기 보다는 내가 왜 이 책을 읽을 수밖에 없었는지 말하고 싶었다. 늘어놓다보니 추상적이기만하다. 마지막으로 좋아하는 구절을 덧붙인다.
“또 이 글을 쓰기 시작했을 무렵 그로칼랭이 우리 집에서 첫 탈피를 시작했음을 적어둔다. 물론 아무것도 되지 못하고 다시 자기 자신이 되었을 뿐이지만 그로칼랭은 용감하게 시도해서 완전히 허물을 벗었다. 변신은 내게는 결코 일어나지 않을 가장 아름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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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칼랭(양장본 HardCover) 출판 문학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