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강랭(외)(범우문고 283) 작가 이태준 출판 범우사 라임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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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준의 「패강랭」은 1930년대에 쓰인 소설이다. 작품은 소설가 ‘현’의 입장에서 서술된다. 십여 년 만에 평양을 찾은 현은 부벽루를 찾는다. 평양은 빌딩들로 가득하고, 그는 여인들의 머릿수건은 보이지 않음을 어색해한다. 땅 노름을 해서 돈을 벌었다는 부회의원 ‘김’은 일본어가 익숙하다. 한국어 대화 중에도 수시로 일본어가 튀어나온다. 선생을 하는 친구 ‘박’의 모습에서 자신의 소설을 떠올리는 대목이 인상적이다.

    다니는 학교에서만 지싯지싯 붙어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시대 전체에서 긴치 않게 여기는, 지싯지싯 붙어 있는 존재 같았다. 현은 박의 그런 지싯지싯함에서 선뜻 자신을 느끼고 또 자기의 작품들을 느끼고 그만 더 울고 싶게 괴로워졌다.

    ‘패강(浿江)’은 대동강의 옛 이름이다. 대동강으로 대표되는 평양은 소설의 제목처럼 이미 얼어있다(冷). “서리를 밟거든 그 뒤에 얼음이 올 것을 각오하”라는 말처럼 시련이 찾아와서 ‘폐허’가 되었다. 가사를 읊다가 전축에서 나오는 음악에 맞춰 ‘댄스’를 추는 모습이 이질적이다.
    현은 낭만주의자이다. 예전에 인연이 있었던 기생 ‘영월’을 찾아 그 얼굴이 상함을 안타까워한다. 부정적으로 본다면 그는 고인 물이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잃어버린, 지나간 것들을 마음에 담고 있다.
    평양에서 머릿수건, 댕기 같은 ‘고유한 문화’는 이미 금지되어 사라졌다. 남자들의 취미인 술과 담배는 당연하게 여기는 반면, 여자들의 물건은 사치품으로 여기고 ‘금령’을 내린다. 머릿수건이나 댕기를 쓰는 건 경제적이지 못하다고 말하나, 이는 비논리적이다. 기호품인 술, 담배에 비해 훨씬 덜 소모적이지 않은가. 기득권 남성들이 서구화를 핑계로 여성들의 소소한 물건마저 빼앗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작가는 머릿수건과 댕기를 통해 당연했던 일상이 파괴되는 상황을 형상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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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양의 모습을 나타내며 그 속에서 낭만적이면서도 고인 물같은 현이란 인물을 중심으로 어떤 이야기가 진행될지 관심이 가네요. 좋은 서평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