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래의 책(열린책들 세계문학 234)(양장본 HardCover) 작가 하인리히 하이네 출판 열린책들 김쿠키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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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시 중에서도 제일 아끼는 시집. 시의 특성상, 아무리 번역을 매끄럽게 한다 한들 한계가 분명히 존재해 원어가 아닌 이상 따로 돈을 주고 구매해 읽지는 않는데 그런 내 철칙(?)을 깨게 해준 책. 사실 번역된 외시 자체를 즐기지 않는데도 사지 않고선 도저히 베길 수가 없는 시였다.

    영어라면 어떻게든 비벼(?)보겠는데 안타깝게도 독일어라 원문 해석은 구경도 못해보았다. 때문에 원래의 언어로 쓰여진 글도 이만할지 감이 잘 오지 않는데, 여튼 번역된 시가 너무 훌륭해서 자꾸 생각난다. 시의 형식이니 운율이니 하는 이론적인 것은 하나도 모르지만 읽다보면 거짓말처럼 글에서 리듬이 느껴진다. 특히 <젊은 날의 아픔> 연작 시에서는 정말 나를 가운데 두고 반투명의 유령들이 빙글빙글 죽음의 춤을 추는 것 같고, 아름다운 장면들이 폴싹 순식간에 거품처럼 꺼져버리는 어둑한 환상 같은 것이 자꾸만 연상된다. 글만 읽었는데 자연스럽게 시인이 말하고자 했던 이미지와 영상이 머릿속으로 재생된다. 글을 씀으로서 글을 그리고 영상을 만들어내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는다.

    죽음과 유령, 무덤과 사랑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기괴하다기보단 오싹하면서도 아름답고 판타지처럼 흥미로운 요소가 있어서 자꾸만 책장을 넘기게 된다. 3시간을 내리 공연하는 근사한 뮤지컬을 관람하는 것 같은 기분. 하나같이 비극적인 사랑이라 눈을 뗄 수가 없다. 인정받지 못한 사랑, 이루어질 수 없는, 불행한, 어떻게든 몸부림쳐보지만 결코 닿을 수 없는 그런 류의 이야기가 내내 상영된다.

    찬가적, 신화적이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시다. 때문에 뮤지컬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극호일 것이고, 평상적이고 일상적인 언어, 대중적인 언어를 선호하시거나 외국어 번역체 특유의 뉘앙스를 좋아하지 않는 분들께는 추천드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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