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피게니에.스텔라(세계문학전집 26) 작가 괴테 출판 민음사 레드애플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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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괴테는 이탈리아 여행을 통해 고대 정신에 눈을 떴고, 여성들과의 교제를 통해 바이마르 고전주의를 이끄는 주역이 되었다. 고전주의 작품의 백미라고 불리는 <이피게니에>를 통해 괴테의 고전주의는 어떠한 문학적 가치와 특징을 지니는지 느껴보고자 선택하였다.
    <이피게니에>는 그리스 신화 이야기를 바탕으로 전개되는데, 이탈리아 여행을 통해 직접 눈으로 본 고대 그리스의 모습들이 그에게 깊은 영감을 주었던 것 같다. 배경은 그리스 신화이지만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주제의식은 괴테만의 깊은 생각이 반영되어 있어 보인다.
    1막 1장에서 이피게니에는 고향으로의 귀환을 바라면서 그녀가 처한 상황을 한탄하고 있다. 제물로 바쳐졌으나 여신의 구원으로 목숨을 건져 새로운 삶을 얻었다면 새로운 터전인 타우리스 섬이 제2의 인생의 시작이라고 생각 할 수도 있으나 그녀는 그저 낯선 땅으로 여기며 살아간다. 하지만 여사제로서의 역할은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데, 이는 그녀가 바라는 자신의 삶이 아니다. 그녀는 고향 그리스로 돌아가야만 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토아스 왕의 청혼은 그녀에게 크나큰 걸림돌이다. 결혼을 하면 고향으로 돌아가기는커녕 왕의 그늘 아래 평생을 갇혀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계속 거절하며 고향으로의 귀환을 요청한다.
    이피게니에는 자신이 당면한 문제에 수동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서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그리고 진실한 태도로 일관한다. 자신이 말없는 불만으로 봉사했으며 여신에 대한 순수한 의지에 따라 봉사가 이루어져야 마땅함을 신에게 고백하는 장면은 스스로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진실한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타우리스를 떠나기 위해 거짓말을 해야 하는 상황 또한 견디기 힘들어 한다. 이러한 모습들은 거짓말은 용납할 수 없고 거짓말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괴테의 생각을 보여준다.
    아르카스와 이피게니에의 대화는 그녀가 토아스 왕에 대한 감사를 상기시키는 계기가 된다. 비록 고향에 돌아가고자 하는 마음 때문에 결혼은 거절 했으나 진실하고 소중한 마음으로 대해준 토아스 왕을 ‘제2의 아버지’라고 하며 그를 속여서는 안 되고 그녀 또한 진실한 마음으로 그를 대해야함을 뜻한다. 이러한 태도는 그녀 스스로 자신의 신분과 가문의 비밀을 털어 놓게 하며 이는 결국 그리스로의 귀환을 허락받게 되는 결과로까지 이어진다.
    이와 같은 내용 전개는 괴테가 가지고 있는 인간상에 대한 분명한 모습을 제시해준다.
    주인공으로서 모범적인 인간을 대표하는 이피게니에를 통해 진실한 인간상을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녀가 토아스 왕을 속이며 도망가지 않고 진실을 말하는 결정적 이유는 토마스 왕 또한 야만적으로 감정에 따라 행동하는 인간이 아닌 자신과 마찬가지로 이성적인 인간이며 서로의 일관된 진실한 태도를 통해 서로 믿음의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에 그를 믿을 수 있는 것이다.
    5막 3장에서 이피게니에는 오레스트, 필라데스와 함께 꾸민 일을 고백 하지만 토아스 왕은 이를 의심한다. 그녀는 “순수하게 흐르는 사람은 누구나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라며 진심으로 호소한다. 이 말은 토아스 왕에게, 그리고 이 작품을 접하는 사람들에게까지 순수한 인간성을 강조하는 상징적인 대사라고 느껴진다.
    결국엔 토아스 왕에게 그리스로 귀환을 허락 받으면서 진실하고 순수한 인간성에 설득당한 인간을 보여주며 순수한 영혼의 힘을 간접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이피게니에는 위기 상황에서도 확고한 신념에 따라 진실함을 잃지 않았고 이러한 태도가 그녀의 목표를 이루게 해주는 계기가 된 것이다.
    다른 인물들을 통해서도 괴테의 인간관은 나타난다. 필라데스는 이피게니에와 오레스트와는 달리 술수로 위기상황에서 벗어나려 하고 자신의 주장을 강요하며 이피게니에와는 대조적인 인물이다. 하지만 오레스트에 대한 신의와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단순히 권모술수를 부리려는 인물이 아닌 열린 사고방식을 가진 인물로 그리고 있다. 2막 1장에서 삶의 희망을 상실한 오레스트에게 신의 언약을 언급하며 용기를 북돋아주고 구원을 바라는 희망적인 태도는 이를 보여준다.
    토아스 왕은 이피게니에 에게 “고귀한 분”으로 불린다. 이는 단순히 왕의 지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제3자의 눈으로 보더라도 토아스 왕의 인품은 훌륭해 보이기 때문에 의미 있는 표현인 것 같다.
    토아스 왕은 왕으로서 절대 권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여사제이긴 하나 이방인인 이피게니에의 말에 따라 인간을 제물로 바치는 풍습을 폐지하였으며 강제로라도 이피게니에를 아내로 삼을 수 있었으나 그녀 스스로 마음을 돌릴 수 있도록 끝까지 참고 기다린다. 또한 큰 애정을 느끼고 있던 이피게니에를 포기하고 보내준다는 일은 큰 고통이 따르는 일이었을 것이다. 욕망에 이끌려 권력을 이용하는 대신 그는 “고귀한 분”답게 이피게니에의 귀환이 정당한 일임을 인식하고 그녀를 보내준다. 하지만 애정의 대상에게 “그렇다면 가시오” 하며 차가운 말투로 보내버리는 그의 대사는 그의 고통의 크기를 짐작하게 해주고 이별에 마음아파 하는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오레스트의 대사를 통해서도 괴테의 사상을 명확하게 느낄 수 있다.
    “남자들에게는 최고의 명성인 폭력과 간계도 이러한 고귀한 영혼의 진실을 통해 부끄럽게 될 것이고 순수하고 어린아이같은 믿음으로 고귀한 분에게 보상될 것입니다.”
    이러한 대사는 순수한 영혼이 그 어떠한 가치보다 최고이고 견줄 수 없음을 의미한다.
    토아스 왕의 순수한 영혼 또한 이피게니에가 고향으로 귀환을 통해 보상받은 것처럼 이피게니에의 진실한 존경을 받아내게 되면서 보상받는다고도 볼 수 있다. 이렇듯 순수하고 진실한 인간성이 발현되고 그에 따라 긍정적인 결과가 따라오는 작품 구성을 통해 고전주의와 괴테가 지향하는 가치를 표현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이피게니에>는 신에 대한 괴테의 사상또한 표현하고 있는 작품이다.
    이피게니에는 디아나 여신에 의해 새로운 삶을 얻고 여사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여사제’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신의 대리인으로서 신성함과 고귀함, 그리고 그 역할수행에 있어서 절대적으로 충실히 임하는 모습이다. 이피게니에는 목숨을 빚진 상황에서도 고국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마음을 품고 여사제로 살아가야 하는 처지에 무언의 불만을 가지고 있다. 이는 신의 절대적 권위에 복종하는 인간의 모습과는 상반되는 모습이다. 신이 부여한 운명이 아닌 자신의 주체적인 삶을 추구하고자 하는 주체적인 인간인 것이다. 이를 통해 신이라는 존재에 대해 절대적으로 복종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 운명을 개척해나가는 인간을 지향하는 것으로 보인다.
    괴테는 <이피게니에>라는 희곡을 통해, 또 등장인물들을 통해 순수하고 조화로운 인간상을 표현하고 있다. 이피게니에로 대표되는 인간상은 스스로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신과의 관계에서도 주체적일 정도로 순수한 영혼을 가지고 있다.
    주체적이고 진실한 각 등장인물들의 행위는 문제를 해결하고 보상받는 결과를 가져다 주며 숭고한 인간상을 통해 괴테가 지향하는 인도적이고 진실한 세계의 모습을 보여준다. 시대와 지역을 가리지 않고 고귀한 가치로 여겨지는 순수함과 진실함을 <이피게니에>는 직접적이고도 적극적으로 보여주며 그 의미를 드높이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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