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금술사 작가 Coelho, Paulo 출판 문학동네 레드애플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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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금술사>에서 주인공의 긴 여정은 개개인의 인생을 의미하는 것 같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인간이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중의 하나라는 말 이다.
    독일의 작가인 괴테는 자신의 작품인 <파우스트>에서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는 법”이라 했다. 과연 방황하지 않는 사람이 존재할까? 또 그렇다면 모든 인간은 노력을 하는가? 얼핏 보면 오히려 노력보다는 나태하고 게으른 삶을 사는 사람이 더 많아 보인다. 하지만 괴테가 말하는 노력은 단순히 무언가를 위해 애를 쓰는 그런 노력은 아니다. 자신이 누구인지, 진정한 나의 모습이란 무엇인지 알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많은 이들의 모습을 노력이라고 하는 것이다.
    프롤로그에서 연금술사는 나르키소스 이야기에 관한 책을 읽는데, 호수가 나르키소스의 모습이 아닌 그의 눈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없어서 슬퍼한다는 부분을 읽으면서 깊은 감명을 받는다. 시작부터 타인이 아닌 나라는 것에 초점을 둔 것은 물론 인간 뿐 아니라 자연에서도 자아를 중심으로 하여 주제의식을 던지는 것이다.
    산티아고의 삶 또한 마찬가지이다. 보물, 즉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아다니는 그의 이야기는 결국 스스로에 대한 끊임없는 성찰을 통해 흘러간다. 그는 언제나 새로운 곳을 향해 가야 할 때 현재의 자신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또 그것이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것인지 물어보고 그것을 결정하는 것 또한 자신이다. 주변인들과의 대화와 그들의 이야기, 그들의 조언은 그 자체로 산티아고에게 의미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스스로를 생각하면서 가치 있는 일이 되는 것이다. 피라미드를 향해 한걸음씩 나아가는 도중 산티아고는 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하나둘씩 깨달음을 얻게 된다. 그중 가장 높은 단계에 있는 깨달음은 세상의 만물과 대화하는 법. 그 세상의 만물은 자신의 마음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아를 찾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많은 요소들이 이 책에서도 등장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진정한 자신이 누군지 찾아가려는 그 욕망 자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그것이 길을 알려주고 조언을 해주는 조력자라고 생각 할 수도 있고, 여정을 떠나는데 필요한 금화라고 이야기 할 수도 있다. 사람들은 변화와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이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지만 나의 모습을 찾겠다는 강렬한 욕망이 그것을 극복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보통의 이야기들을 보면 주인공은 크나큰 시련을 겪기 마련이다. 산티아고가 돈을 잃어버리거나 목숨을 잃을 지경에 이르는 것도 시련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분량으로 봐도 그다지 많은 내용을 차지하지 않고 어쩐지 쉽게 극복해 나가는 듯하다. 하지만 자아를 찾는 여정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산티아고에게 중요한 시련은 두 번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한 번은 그릇닦이를 하면서 큰돈을 모았을 때이고 다른 한 번은 오아시스에서 사랑하는 여인을 만났을 때이다.
    이 두 가지 사건의 공통점은 새로운 삶으로의 변화를 겪었다는 점과 또다시 새로운 것을 찾지 않아도 지금의 삶에 만족할 수 있겠다는 여지가 생겼다는 것이다. 넉넉한 재산을 이용해 소박했던 지난날과 달리 걱정거리 없이 살 수도 있었고,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 행복한 삶을 즐길 수도 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산티아고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자신의 마음이 그렇게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포기해야하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다. 그 용기의 원천이 바로 자아실현의 욕망인 것이다.
    대부분의 현대인들은 자아실현의 꿈을 이루고자 여행하는 산티아고이기 보다는 팝콘장수로 살아가기로 마음먹은 사람들이 다수일 것이다. 산티아고와 팝콘장수의 가장 큰 차이는 시작을 했느냐 안했느냐 이다. 산티아고는 꿈을 꾸고 여정을 출발하기 전부터 사실 이미 자아실현의 꿈을 쫓아가고 있었다. 떠돌아다니고 싶은 마음의 표지 때문에 가족들과 헤어지면서 양치기가 되기로 하고 그렇게 살아 왔다는 것부터 그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것 들을 포기하고 새로운 길을 걸었기 때문이다. 그 처음의 경험 덕분에 또 다른 시작들을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반면 팝콘장수는 그저 양치기가 되어 볼까 생각에만 머무르고 행동은 하지 않았다. 이로 인하여 산티아고는 새로운 표지들을 보아도 그에 반응할 수 있었고 팝콘장수에게는 서서히 무뎌져 표지로 인식조차 되지 않았을 것이다.
    항상 다니던 길이 아닌 새로운 길로 다녀보는 것조차 거부감이 드는 인간에게는 어쩌면 어느 순간에 머무르며 살게 되는 것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작가는 끊임없이 자아실현은 인간의 의무라며, 그저 사람들이 보물의 존재를 믿지 않는 것이라며 우리에게 다시 꿈을 꾸도록 자극한다. 이는 우리에게 이미 피라미드를 찾은 산티아고가 아닌 두려움을 안고서도 새로운 시작을 해보는, 표지에 무감각해지지 않으며 자아의 끊을 놓지 않고 살아가라는 말을 하는 듯하다.
    자아실현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지금당장 하던 일을 때려치우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라는 말은 아니다. 그보다는 현재에 충실한 삶을 살아야 하고 기회가 오면 그것을 알아차리고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도록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오히려 현재의 순간에 충실하지 못하면 새로운 길을 걷는 것은 더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연금술사는 현재가 좋아지면 다음에 다가오는 날들도 마찬가지로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해왔던 일조차 충실하지 못하다면 어떻게 새로운 일을 해낼 수 있겠는가? 자신이 하는 일을 이룰 수 있다면 새로운 것도 두렵지 않을 것이다.
    산티아고는 자신이 꿨던 꿈과 만났던 인물들, 그리고 그 사람들과 나눴던 말들을 통해 자신이 보물을 찾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확신이라는 믿음은 그가 끈기를 가지고 끝까지 여정을 완수 할 수 있었던 주요한 원인이기도 하다. 우리도 그러한 믿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사람들은 70억 인구를 빗대어 70억 개의 지구가 있다고 얘기하기도 한다. 그 정도로 개인의 삶과 세계는 주체적이라는 말과도 같다. 자신의 삶의 주인공은 당연히 나 자신이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자아실현 자체가 존재목적이 되기도 한다.
    우리네 삶은 남들이 살아주지 않는다. 아무리 주변사람,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 할지라도 궁극적으로 모든 선택은 스스로가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자신을 알아간다는 것은 중요한 것이고 스스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삶을 추구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도 값어치 있는 일이다. 자칫하면 사회의 부속품처럼 살아간다는 느낌이 들지도 모르는 현대사회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사람들은 자신이 왜 살아가는지 이유조차 모른 채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추궁하며 살아가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자신의 생각을 갖게 해주는 매개체를 누구나 다 갖고 있다. 영화를 보고 주인공의 삶을 통해서 생각 해 볼 수도 있고 노래를 들을 수도 있다. 그저 별거 아닌 음식을 먹으면서도 생각 해 보곤 할 것이다. 연금술사라는 책은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고 생각해 볼 수 있게 하면서 하나의 표지로서 역할을 하였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되는 작품인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얼마 전 강의를 들었을 때 한 교수님께서 대학생인데도 학생의 어머니가 학교에 찾아와 수강신청을 대신 해주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이 떠올랐다. 극단적인 예이긴 하지만 자아라는 말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경우이다. 또 일상생활을 하다보면 스스로의 일인데도 자신의 주체적인 생각을 갖지 못하고 이리저리 휘둘리는 경우를 많이 보곤 한다. 이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조금 더 자신의 삶을 사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진정한 자아를 찾는 일은 평생을 바쳐도 이룰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일이지만 그러한 과정 자체로 소중한 일이다. 이 사실을 모르거나 이제 막 긴 여정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이 연금술사를 읽는다면 적어도 그들은 더 오래 표지에 무뎌지지 않고 스스로 가치 있는 삶을 주도적으로 살게 될 것이다.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가며 삶의 의미를 찾으면서도, 꿈을 꾸었던 시기를 그저 현실과는 동떨어진 일이었던 과거로 치부해버리는 현대인들에게 연금술사라는 작품은 개개인의 자아실현 여정에 있어서 빛나는 표지중 하나로 앞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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