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염된 독서 작가 최영화 출판 글항아리 그댜댜 님의 별점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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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염 그리고 독서, 둘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있을 까 싶어 궁금증에 집어 든 책이었다. 감염내과 실습을 돌며 배운 감염과 책 읽기를 좋아하는 내가 생각하는 독서가 어떻게 맞물려 있을지. 그리고 의과대학생으로서 같은 의학이라는 분야에 종사하고 계신 감염내과 교수님이 ‘책’에 관한 ‘책’을 썼다는 것은, 신기하고 반가운 일이었다.
    그런데 읽다 보니 이 책은 책에 관한 책이고, 대부분의 글 꼭지에 책을 인용하고 있지만, 책을 중심으로 한 책은 아니었다. 의사로서 만나는 환자와 학생들, 동료들에 관한 얘기이며, 책을 가까이 하기에 책을 통해서 이야기를 풀어갈 따름이었다. 결국은 의사로서의 책에 관한 얘기이며, 또한 생활인으로서 책에 관한 얘기였다.

    저자가 이야기를 풀어낸 책 중 읽은 책도 있었지만 대다수는 읽어보지 못한 책이었다. 흥미로운 꼭지를 읽으며 첫 번째로 든 생각은 ‘아직 읽지 못한 책이 많구나. 부지런히 읽어봐야 겠다.’였고 두 번째로 든 생각은 ‘같은 책을 읽어도 정말 다른 것을 보는구나.’였다. <삼국지>를 읽으며 유비가 이질로 사망했는데, 세균성 이질인지 아메바성 이질인지 궁금해하는, <반 고흐, 영혼의 편지>를 읽으며 당시 유럽의 매독에 의한 사망률과 항생제의 역사에 대해 생각하는 저자를 보며 역시 감염내과 의사는 다르구나 하며 웃었던 기억이 있다. 상사병과 콜레라의 증상이 비슷하다는 부분을 읽었을 때는 ‘불명열의 감별진단에 상사병도 들어가야 하나?’ 라는 어이없는 생각까지도 해보았다. 감염내과는 실습을 돌고 나서도 조금 특수성이 있는 과라고 생각했는데, 시선만 달리 보면 일상 곳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과 많은 연관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실습을 도는 중에 책을 읽게 되었다. 그래서 어쩌면 일반인보다 병 이름, 병원균 이름이 더 많이 기억에 남는지도 모르겠다. 결핵, 이질, 콜레라, 말라리아, 독감, 성홍열, 장티푸스 등등. 내가 공부한 것을 떠올리며 읽으니 기분이 새롭기도 했다. 이 많은 질병과 균들에도 불구하고, 의아했던 점은 메르스를 언급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얼마 되지 않은 일이라 그와 연관지어 언급할 책이 없었을 수도 있겠으나, 감염내과 의사로서 아프고 고달픈 기억이라 지우고 싶은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허삼관 매혈기>를 읽으며 저자는 항생제가 개발되기 전의 치료에 대해 언급한다. 그리고 우리가 당연스럽게 여기고 있는 치료들도 시간이 지나면 틀린 것이었다고 증명될 수도 있다며 고찰한다. 그래서 의사는 매번 변화하고 진화해가는 학문을 공부하는, 그래서 평생 공부해야 하는 직업이구나. 실습을 돌며 내가 공부하지 않으면 환자를 죽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진지하게 하게 되었는데, 이런 고민은 의사가 되고 나서도 계속 할 수밖에 없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짧은 글들로 이루어져 읽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은 책이었다. 하지만 가볍지 않은 생각들이 담겨 있었고, 의사라는 직업에 대해 다시 한 번 공감하고 또 생각해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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