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0일 작가 전혜진 출판 구픽 그댜댜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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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서 여성이 임신과 출산으로 겪게 되는 280일간의 상황들을 매우 현실적으로 그리고 있는 소설이다. 출산율 저하로 인해 인구가 감소하고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열심히 탁상공론을 펼치고 있지만 정작 임신한 여성 당사자들에게는 신경을 쓰지 않는 나라.

    임신을 하게 되면 약자가 되어버린다. 몸이 아프고, 뱃속에는 지켜야 할 태아가 존재하게 되니까. 지하철을 탈 때 임산부 배려석이 비어있는 것을 잘 보지 못했다. 중년을 훨씬 넘긴 여성부터 심지어는 젊은 남성까지. 혹자는 임산부가 나타나면 비켜주면 되지 않느냐고 하지만 임산부 배려석은 분명 티가 나지 않는 초기 임산부를 위한 자리이다. ‘내일의 주인공을 위한 자리입니다’. 태어나지도 않은 내일의 주인공을 품고 있는 여성은 어디로 갔을까.

    지난 20여년간 임신과 출생은 아름답고 숭고한 일이라고 배워왔다. 하지만 당혹스럽고 고생스러우며 괴로운 일들에 대해서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 아이를 좋아하지만, 이런 책들을 읽고 현실을 알아갈수록 나는 이런 사회에서 아이를 낳고 또 기를 자신이 없어진다.

    최근 산부인과 실습을 돌며 자연분만을 참관하기도 하였고 각종 임신의 합병증으로 고생하는 산모들의 모습들도 많이 보게 되었다. 나도 모르게 감정이입이 되어 아이를 낳기가 무섭다고 같이 실습을 돌던 남자동기에게 말을 했더니 제왕절개를 하면 되지 않느냐는 말을 들었고, 큰 충격을 받았다. 나 역시 미혼에 미출산이지만, 이를 아직 겪어 보지 못한 여성들에게 그리고 결코 겪어보지 못할 남성들에게 꼭 권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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