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그리고 삶은 어떻게 소진되는가 작가 류동민 출판 코난북스 님의 별점
    보고 싶어요
    (1명)
    보고 있어요
    (0명)
    다 봤어요
    (0명)
    미당(未堂) 서정주를 키운 팔할이 바람이었다면, <서울은 어떻게 작동하는가>의 저자 류동민을 키운 건 팔할이 서울이었던 모양이다. 아니, 서울로 대표되는 ‘도시’가 류동민 뿐만 아니라 우리를 팔할 이상 키워냈다고 말하는 것이 보다 정확할 것이다. 사실 그와 서울이라는 이름은, 그저 우리와 대한민국의 대표로 그 자리에 올랐을 뿐이다. 저자는 책의 제목이기도 한 ‘서울은 어떻게 작동하는가?’라는 물음을 통해 ‘그것이 우리의 삶을 어떻게 소진시키는지’를 보여주려 한다. 즉 그는 이 책을 통해, 도시가 어떻게 우리의 삶을 소진시키기 위해, 우리를 작동시키는지 설명하려 하는 것이다.

    저자는 책을 통해 서울을 배제의 공간, 물신(Fetish)의 공간이라고 말하며 서울을 통해 한국사회의 작동원리를 파악하며 설명하려 한다. 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우리가 단연 서울이라는 공간뿐만 아니라, 물신적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얼마 전에 봤던 소셜커머스 쿠팡의 TV광고가 떠올랐다. 광고는 “당신은 무엇을 위해 사세요? (중략)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사는 것이든 쿠팡 하나면 우린 모두 꽤 잘 삽니다. 살수록 행복해지는 여기는 쿠팡이니까요”라고 말했다. 무언가를 구입하기 위해 살아간다 해도 과언이 아닌, 우리의 물신적 모습이 담겨있었다. 이 CF속의 ‘산다’는 구입하다(Buy)와 살아간다(Live)를 구분할 수 없는 우리들, 소비하는 인간, 호모 콘수무스(Homo Consumus)의 모습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애초에 인간이 만들었으나, 어느새 그것이 인간의 생각과 행동을 지배하는 물신주의(Fetishism).우리는 그것에 너무도 익숙해져있다. 가격이 규정 지어놓은 틀 안에서만 자유로우며, 오직 소비를 통해서만 자신의 삶을 규정할 수 있는, 그리고 특정 상품의 이미지를 구입함으로 자신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수많은 사람들. 그것이 우리의 삶이다. 저자는 다양화되고 있는 사람들의 취미와 취향을, 자신의 팍팍한 삶을 화려하고도 다양한 여가 생활으로 덮어 감추려는 자기기만, 즉 일종의 허위의식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서울이라는 도시의 모습과 서울이라는 공간에서 ‘버티고’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면밀히 보여준다. 때문일까 서울에서 태어나지도, 자라지도, 지금도 그곳에 살지도 않는 내게도 서울이 한국 자본주의의 성취와 모순의 집약체이며 우리의 삶을 운영하는 OS(운영체제)라는 저자의 말은, 단번에 나를 납득시키기에 충분했다. 그것은 아마 이 책, <서울은 어떻게 작동하는가>가 서울이 아니라, 삶을 가리키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그의 시선을 따라 책을 읽다보면 문득, 우리 모두에게 한 가지를 묻고 싶어진다. “과연 서울은 우리를 실로 풍요롭게 하는가?”라고.
    더보기
    좋아요 2
    댓글 2
    • 2 people 좋아요 님이 좋아합니다.
    •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에 대한 탐구를 통해, 한국을 읽어낸다는 점, 참으로 인상깊네요.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지만 정말 흥미로워 보입니다. 현재의 모습을 서울이라는 도시로 탐구해보았다면, 한국의 시골 지역을 탐구하다 보면 한국의 어떤 한 점이 보일지 그것도 궁금해지네요. 좋은 책에 대한 좋은 글 감사합니다.
      더보기
    • 관련 책 중에 \'강남의 탄생\'이라는 책을 흥미롭게 읽었던 적이 있었는데 이 책도 한번 읽어보길 추천드려요! 수도는 그 나라를 대변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작가가 서울을 어떻게 바라보았는지 정말 궁금합니다. 꼭 한번 읽어보고 싶네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