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진기행(세계문학전집 149) 작가 김승옥 출판 민음사 졍졍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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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수능 때는 무슨 이런 자기합리화 쩌는 찌질이가 마음만 불편하고 아무것도 안하는 가 싶었지... 물로 다시 읽어도 그런 생각이 든다만

    2. 문학 공부를 하면서 다르게 읽힌 책 중 하나이다. 김승옥이란 작가, 무진기행이 쓰인 배경을 알아가면서 새롭게 읽혔고, 정말 잘 쓰였구나라고 여겼다.

    3. 하나씩 살펴보자면 일단 문장. 김승옥 이전의 세대는 상황의 서술을 정확히 하는 데에 그쳤다면, 김승옥의 문장은 감상적이다. 예를 들면 이런 것.
    "언젠가 여름밤, 멀고 가까운 논에서 들려오는 개구리들의 울음소리를, 마치 수많은 비단조개 껍데기를 한꺼번에 맞부빌 때 나는 듯한 소리를 듣고 있을 때 나는 그 개구리 울음소리들이 나의 감각 속에서 반짝이고 있는 수없이 많은 별들로 바뀌어져 있는 것을 느끼곤 했었다. 청각의 이미지가 시각의 이미지로 바뀌어지는 이상한 현상이 나의 감각 속에서 일어나곤 했었던 것이다. 개구리 울음소리가 반짝이는 별들이라고 느낀 나의 감각은 왜 그렇게 뒤죽박죽이었을까. 그렇지만 밤하늘에서 쏟아질 듯이 반짝이고 있는 별들을 보고 개구리의 울음소리가 귀에 들려오는 듯했던 것은 아니다. "
    아름답지 않은가? 이런 문장이 이전에는 쓰이지 못했다. 우리말로 공부를 한 첫 세대로서 (물론 이전 세대가 일본식 표현이 남아있는 것처럼 그는 영어식 표현이 남아있지만) 우리말의 표현이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걸 알 수 있다.

    4. 이 자기합리화 쩌는 마음은 불편하지만 이상적인 생각하는 찌질한 주인공을 어떻게 볼 것인가? 책 속의 무진은 서울에 주변화되고 있는 공간이다. 어느 곳도 이상적인 공간이 아니다. 그 두 도시에 모두 있어본 주인공이 마지막에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은,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의 최소한의 윤리 의식을 말한 건 아닐까.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주인공과 다른 삶을 살아가는지. 오히려 주인공처럼 부끄러움을 느끼긴 하는지. 속물적이고 이기적인 삶들의 사이에서 희미한 윤리의식 조차 사라져버린 세상 속에 김승옥은 묻고 싶은 게 아니었을까.

    5. 소설에서 자주 암시가 나타나는 거 같다. 해독을 해야하는데, 앵간한 문학이나 사회 지식이 없으면 읽기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 혼자서 읽기보다는 몇 사람과 같이 읽으면서 이건 무얼 상징하는 걸까, 뭘 보여주고 싶던 걸까 같이 얘기하면서 읽는 게 좋은 작품.

    ps. 그러나 하여간 이 김승옥 특유의 여성을 거쳐 뭔가 깨닫거나 사건 벌어지는 건.... ㅎ... 참 일관성 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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