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동명의 영화 시나리오와 함께 영화를 해석하는 다양한 관점을 수록한 책이다.
올해 8월 말에 개봉한 한국영화 <벌새>는 독립영화라는 상업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최근 12만명의 관객수를 동원하고
세계 각종 영화제에서 무려 34관왕이라는 어마어마한 작품성을 가진 수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사실 영화의 큰 줄거리는 간단하다. 성장기의 사춘기 10대 소녀가 가족과 사회에서 소외받으며 겪는 일종의 성장통이다.
간단한 줄거리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크게 성공하게 된 이유는, 실제의 모습을 너무나도 잘 반영했기때문이라고 평가받는다.
시나리오를 처음부터 읽어본 것은 처음이다.
학창시절 국어교과서에서 나오던, 예를 들어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의 사진관앞에서의 장면처럼
한 장면이 아닌, 작품의 처음부터 끝까지 시나리오라는 형식을 통해 읽는 일은 흥미로웠다.
특히나 영화를 보고 읽었기 때문에, 글에서 표현되던 이런 장면이 어떻게 카메라를 통해 화면에 담기고, 배경이나 연출은 어떻게 나타났는지,
또 내가 시나리오에서 읽을 때 인물의 감정과 어조, 배우들의 연기에서 나타나는 톤은 비슷하면서도 새로운 느낌이 들었다.
특히, 영화는 러닝타임이라는 시간적 제약이 담겨있기 때문에 시나리오에서 구현되지 못한 장면들이 꽤 있었는데, 이런 장면은 왜 뺐을까 생각하면서 읽어보니
내가 영화감독이 된 것 같았다.
좋은 영화를 보고 나면 여러가지 방식으로 그 느낌을 오래도록 되새김질하고 싶은 법이다.
기념품을 살 수도 있고, 배우나 감독들의 다른 작품들을 찾아 볼 수도 있고, 원작을 찾아 볼 수도 있고, 계속 반복해서 볼 수도 있다.
그러한 관점에서 이 책은 <벌새>라는 작품을 향유하기에 아주 좋은 컨텐츠이다.
풀버전 시나리오와 함께 여러 평론가들의 해석을 통해 넓은 시각으로 감상할 수 있을 뿐더러, 감독이자 작가인 김보라 감독의 인터뷰까지 수록되어 있기 때문에
이보다 더 깊고 다양하게 작품을 감상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벌새>라는 작품을 통해 내 머릿속에 나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1994년의 기억이 생긴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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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새 출판 아르테(ar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