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곰탕 작가 김영탁 출판 arte 베를린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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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대 성장 소설은 어떤가? 우리가 생각하기에 성장소설 하면 항상 주인공은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는 10대 아니면 대2병으로 하루하루 고심하는 20대의 전유물 일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보시면 나이에 상관없이 모두는 오늘을 처음 살아가며 성장하고 있는 사람이란 것을 알 수 있다.

    이 책에 이런 구절이 나오기도 한다.

    순희는 우환 아저씨가 한 말을 자꾸 생각하게 됐다.
    "그냥 , 잘할 수 있는 거 해. 답답하게 살지말고, 나처럼 된다."
    아마 우환은 순희에게 자신처럼 답답하게 살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 테지만, 한참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은 순희에게는, '그냥 잘할 수 있는 거 해'만 들렸다. 생각이 정리되자, 강희를 한 번은 더 보고 싶었다.

    뭔가 이상하다. 책 초반에 우환이 순희의 아들이라고 했는데 저 조언은 역할이 바뀌었을 때나 오고갈 말이다. 이 소설은 액자구성을 취한다. 미래의 부산이 첫번째 배경이고 과거가 된 2019년 부산이 두번째 배경이다. 가까운 과거를 시간여행할 수 있게되자 그 사회의 약자들은 권력층의 심부름꾼이 된다. 왜 사회 지도층들이 직접 가지 않을까? 시간여행 기술이 완전하지 않아 과거에 도착하기도 전에 여행선에 탄 승객 반이상이 개죽음을 당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환이 시간여행을 떠나게 된건 강요에 의해서가 아니다. 자신이 일하고 있는 곰탕집 사장님이 과거 자신이 즐겨먹던 곰탕집에가서 비법을 알아오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그리고 지금은 먹을 수 없는 아롱사태를 가져오라고 했다. 세상 참 심심하게 살아가고 있는 우환은 큰 고민을 하지 않고 사장님의 말을 따른다. 잃을 것도 없고, 같이 일하는 동료는 가족이 있기 때문이라고 스스로한테 말한다. 이런 우환의 모습은 나이가 40살인 중년의 모습에 한참 동떨어져있다. 고집을 부려보고 꺾이는 것이 아니라 그냥 흐르는 바람대로 눕는 모습을 어느 40대 중년 남성이 쉽게 보여주랴. 어쩌면 초반의 이런 장면들은 우환이 고아였서 사랑과 배려를 받은 경험이 없는 어린 자식이란 것을 나타냈는 지도 모르겠다.

    이런 우환의 이야기가 담긴 이 책을 읽으며 철이 드는 것이 나이에 비례할 것이라고 함부로 단정했던 나의 성급한 일반화를 부쉈다. 어떻게 내 눈에 보이는 타인의 역할만이 유일할까. 그들은 자식이고, 부모이고, 그들 자신일텐다 말이다. 결국 뻔하게 많이 들어왔던 가치에 대한 감상으로 끝에 다다다른다. 나 자신의 경우만 살펴봐도 알 수 있다. 나는 집요하게 개인의 정체성에 집착한다. 내가 이루고 싶은 꿈이 있고, 내가 원하는 생산적인 삶의 기준이 있다. 하지만 부모님에겐 그저 딸, 동생에겐 언니, 친구들에게겐 친구들중 한 명이다. 이 생각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주는 책이 곰탕이다.

    이 소설 작가는 내가 생각하기에 지금 이시대 한국 소설가중 가장 이야기꾼이라고 생각한다. 영화감독이여서 그랬을까? 소설 연재를 인터넷 플랫폼을 통해 먼저 진행해서 그랬을까? 설정이 한국인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장면이기에 매우 뚜렷하게 그려지고, 전개는 꾸물대지 않는다. 반전은 마지막 장까지 끊기지 않는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아주 짜릿한 상업영화 한편을 본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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