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과에서 전공과 관련해 읽었습니다. 인간의 삶과 죽음, 그것을 받아들이는 우리의 자세에 관한 톨스토이의 통찰을 엿볼 수 있는 책입니다. 그의 다른 책처럼 다소 교훈적이고 훈육적인 색채를 띤다는 점이 약간 거슬리지만, 그것이 선전주의적이거나 전근대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거대 이데올로기 보다는 개인의 성찰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즐겁게 읽을만 합니다. 본 의도를 감춘 채 거짓말 하는 위선가들에 비해서는 훨씬 나으며 바람직하다고 말하겠습니다.
이 책은 한 사람의 투병 기간과 죽음에 이르기 까지의 심리묘사를 주된 내용으로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항상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음을 깨닫도록 촉구합니다. 그렇지만 죽음의 숨결을 깨닫는 것 만으로는 작가가 의도하는 계몽이 완성될 수 없습니다. 가령 의사들은 항상 죽음을 목격하고 그것에 탄식하는 자리에 있으면서도 마치 이반 일리치가 법조인으로써 일상에 매몰되었듯이, 죽음으로부터 사람을 구해내는 그 행위 자체에 매몰되어 정작 자신의 삶과 죽음은 챙기지 못합니다. 불과 몇 년전에 한 병원 소아청소년과 레지던트는 병원 어딘가에서 죽은채로 발견된 일도 있었습니다. 과로사로 인한 사망이었습니다.
이반일리치의 말년을 통해서 우리는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죽음의 과정은 어떠해야하는 지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의사가 되어 더 많은 돈을 벌고 더 많은 사람의 목숨을 살리는 일은 사실은 이차적인 일입니다. 우리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고, 환자들도 마찬가지로 영생을 영위하기위해 병원에 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